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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시, 선정 기준 맘대로 바꿔 업체 갈등 초래…사업방식 변경 놓고 뒷말 무성

강변북로를 타고 서울시 광장동 워커힐호텔을 지나 남양주 방면으로 가다보면 왼편에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이 나온다. 이 일대 땅 150만㎡는 13년 전부터 구리시가 ‘구리월드디자인시티(GWDC)’를 추진해 오던 곳이다. 기초단체인 구리시가 사업을 추진한다고 해서 이를 소규모 개발사업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한강변 북쪽 땅인 이 일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한 후 복합도시를 조성하는 이 프로젝트는 투입되는 돈만 4조원 규모로 어지간한 국책사업 수준이다. 당초 구리시는 이곳을 1만2000여 가구 주거단지와 디자인 관련 기업 2000여 곳이 어우러진 세계적인 디자인복합지구로 개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경기 침체 등 여러 변수가 맞물리면서 개발은 지지부진했다. 이 사업이 다시 여론의 관심을 받은 것은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안승남 현 구리시장이 1호 선거공약으로 채택하면서다. 원래 이 프로젝트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시장으로 재직한 박영순 전 시장의 핵심 사업이었다. 지역 시민단체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경기도의원이었던 안 시장은 구리시장 선거에 나서면서 전략적으로 같은 당 소속 박 전 시장의 핵심 사업을 선거공약으로 채택했다. 최소한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이 사업에 대한 구리시와 안 시장의 의지는 확고했다. 안 시장은 지난해 12월3일 열린 제291회 구리시의회(제2차 정례회)에 참석해 “GWDC 조성사업을 빠른 시일 내에 재개하고 성공시키고자 국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등의 내용을 보고했다. 그런데 이 개발 프로젝트는 올해 6월16일 구리시가 돌연 사업 종료를 선언하면서 사업계획이 바뀐다. 그로부터 3일 뒤인 19일 구리시는 더불어민주당 구리시지역위원회와 회의를 열고 ‘구리AI플랫폼시티’ 사업을 발표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사업은 윤호중 민주당 의원(경기 구리)이 대표로 있는 구리시지역위원회가 제안했다. 윤 의원은 8월까지 민주당 사무총장을 지내다가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 뒤 사업은 종료를 선언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방식이 민간 제안에서 공모로, 사업명도 ‘한강변 도시개발사업’으로 변경됐다. 윤 의원은 6월19일 당정협의회 회의 직후 관련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냈지만 지금은 해당 자료를 찾을 수 없다.
‘구리AI플랫폼시티’가 들어설 구리시 토평동 일대와 조감도 ⓒ시사저널 임준선 

“경제성 있다”던 보고서 1년 만에 결과 바뀌어

GWDC와 한강변 도시개발사업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GWDC가 제안 사업이라면 한강변 도시개발사업은 공모 사업이라는 게 가장 큰 차이다. 4조원짜리 사업을 공모 방식으로 추진한다는 것은 공정성 면에서 일면 타당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당초 이 사업을 제안한 재미교포 고아무개씨가 마스터플랜 등을 짜는 데 개인 돈 약 150억원을 썼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에 대해 구리시는 “재무 경제성 등을 분석한 삼일회계법인이 중앙정부 지원, 사업주체 등이 불확실해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해 이를 기초로 사업 방식을 바꿨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업 추진에 의욕을 보인 박 전 시장은 “수년째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삼일회계법인이 사업과 관련해 한 번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작년 7월 작성된 투자유치용 자료는 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뿐이었다. 어떻게 같은 기관에서 1년 만에 정반대 결과를 내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구리도시공사 주도의 공모로 진행된 이 사업에는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KDB산업은행컨소시엄(이하 산은컨소)에는 산업은행을 비롯해 대우건설·포스코건설·동부건설·요진건설산업·한국토지신탁·유진투자증권 등이 참여했으나 사실상 사업 주도는 유진기업과 시행사인 DS네트워크가 했다. GS건설은 SK건설·현대건설·태영건설·계룡건설·KB국민은행·신한은행·SK텔레콤·LG유플러스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렸다. 이 외에 호반건설은 삼성SDS·IBK기업은행·수협·부국증권·유니퀘스트·HK자산운용·씨에스글로벌컴퍼니·제일건설 등과 손잡고 컨소시엄을 만들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개발계획·사업계획평가·가산점 등을 합쳐 1300점 만점으로 평가된 심사에서 GS건설컨소시엄(이하 GS컨소)은 1217점, 산은컨소는 1213점을 받았다. 호반건설컨소시엄(이하 호반컨소)이 얻은 점수는 1190점이었다. 이게 지난 11월5일의 일이다. 그런데 결과가 나왔는데도 차일피일 사업자 선정을 미루던 구리도시공사는 3주가 지나서야 GS컨소를 탈락시키고 차점자인 산은컨소를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했다. 현재 GS컨소 측은 구리도시공사의 이러한 행위가 부당하다며 의정부지법에 사업협약체결금지 가처분신청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GS컨소에 참여한 한 회사 관계자는 “구리도시공사는 11월24일 보낸 공문에서 ‘공모지침서를 위반했기에 사업신청이 무효가 되었다’는 것만 통보했을 뿐 어떤 이유가 부적절했는지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고 반발했다.

1위 GS컨소 탈락 후 산은컨소 택한 이유?

구리시가 탈락 이유로 든 공모지침 제21조에는 ‘시공능력평가 10위 이내 건설회사는 1개 컨소시엄에 2개사 이하로 참여를 제한한다’고 돼 있다. 올해 7월말 기준으로 하면 GS컨소에는 GS건설(4위), 현대건설(2위), SK건설(10위) 등이 시공능력 10위권 내에 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을 적용하면 SK건설은 11위로 10위권 밖에 있었다. 올해 공모가 결정된 사업이기에 시공능력평가 기준점은 올해여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GS컨소는 이와 관련해 구리도시공사에 입찰 마감 전에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지난 9월1일 ‘우선협상대상자 공모 관련 1차 질의 회신’을 통해 “시공능력평가공시는 2019년 12월 31일 기준을 의미한다”는 공식 답변을 받았다. 3등을 한 호반컨소도 지난해 시공능력평가를 기준으로 입찰제안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구리도시공사가 낸 공모지침서 제47조 제1항에는 ‘공고문, 본지침서, 질의답변서가 상이한 경우 질의답변서, 본지침서, 공고문 순으로 우선하여 해석한다’고 돼 있다. 이를 근거로 GS컨소 측은 “질의답변서에서 구리도시공사가 분명 그렇게 밝혔기 때문에 최고 득점자가 우선협상대상자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GS컨소 관계자는 “우리 컨소시엄이 문제가 있다면 이를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하는데 그러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최고점자를 탈락시킨 처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산은컨소의 사업 프로젝트명은 윤 의원이 대표로 있는 민주당 구리시 지역위원회가 제안한 사업명(구리AI플랫폼시티)과 같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유진기업 고문인 윤아무개씨는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인사며,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의 추천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으로 활동했다”고 밝혔다. 산은컨소의 주관사 주체도 불분명하다. 컨소시엄 명칭에 이름을 올린 KDB산업은행은 “우리는 단순한 FI(재무적 투자자)에 불과할 뿐, 모든 사업은 유진기업이 주관하는 것으로 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상장기업인 유진기업은 4조원짜리 프로젝트를 따내고도 보도자료조차 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유진기업 측은 “아직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아 공시하지 않은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포스코건설 등 다른 상장기업이 해당 소식을 신속하게 알린 것과 대비된다. 사업 방식 변경 및 공모 논란과 관련해 구리도시공사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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