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경로를 두고 방역당국과 구로구청의 추정이 엇갈리고 있다. 구청은 아파트 환기구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방역당국은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부본부장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구로 아파트의 감염경로와 관련한 질문에 “환기구를 통한 전파 가능성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증상발현이 빠른 환자가 같은 아파트 내에서 더 높은 층수에 사는 것으로 조사돼, 환기 시스템 상 전파 가능성이 낮다는 취지다.
논란이 된 구로1동의 아파트에서는 26일 오후 7시 기준 5가구 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들은 다른 층이지만 같은 동, 같은 라인에 거주하고 있다. 서로 다른 가구에 사는 확진자들끼리 밀접접촉한 정황은 없었다. 때문에 구로구는 환기구를 전파경로 하나로 지목하고 환기구 환경검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환기구를 통한 코로나19 전파 사례는 아직 국내에서 확인 된 바 없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여러 차례 보고됐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 당시 홍콩의 한 아파트에서 감염자가 용변을 보고 물을 내린 뒤 바이러스가 포함된 에어로졸이 배수구 등으로 퍼지면서 321명에게 감염됐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은 환기구뿐 아니라 하수구와 공용 승강기를 통한 감염 가능성을 열어두고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권 부본부장은 “승강기 내에서의 전파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승강기 내에서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