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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하명 수사 사건과 사망 경위 수사의 결정적 단서 될 것”

김기현 전 울산광역시장과 그 주변에 대한 경찰의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과 청와대 간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고조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당시 불거졌던 청와대와 검찰 간 충돌보다 훨씬 더 날카롭게 재연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월5일 “검찰을 그냥 두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검찰 수사가 청와대를 정면으로 겨냥하면서 여권과 검찰 간 대치국면은 이미 선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 역시 “직을 걸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뭇 비장한 모습이다. 당장 12월1일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감반원 출신 검찰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놓고 청와대와 검찰 간 진실 공방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청와대 하명 수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12월2일 숨진 A수사관의 사망 사건을 조사 중이었던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해 A수사관의 휴대전화와 메모(유서) 등 유류품을 확보했다. 유류품 확보는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의 하명 수사 의혹과 A수사관의 사망 경위에 대한 조사를 위한 것이라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청와대 하명 수사 사건의 참고인이었던 A수사관은 12월1일 오후 6시 검찰에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조사를 3시간여 앞두고 서초동에 있는 지인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수사관은 ‘가족에게 미안하다’ ‘윤석열 검찰총장께 면목이 없지만 가족에 대한 배려를 바란다’는 취지의 메모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A수사관은 하명 수사 의혹이 불거진 2018년 당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별도로 꾸렸다는 이른바 ‘백원우 특감반’에 소속됐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에 내려가 김 전 시장 수사 상황을 점검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왼쪽 사진)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12월2일과 3일 각각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왼쪽 사진)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12월2일과 3일 각각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 뉴시스

‘유재수 사건 정보도 들어 있을 것’ 관측 나와

법조계에선 검찰이 확보한 A수사관의 ‘휴대전화’가 청와대 하명 수사 사건과 A수사관의 사망 경위를 밝힐 스모킹건(smoking gun)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에서 특감반원을 했던 만큼 A수사관의 휴대전화에는 이번 수사와 관련한 많은 정보들이 있지 않겠느냐”면서 “SNS와 각종 메신저를 통해 주고받은 메시지나 통화기록 등은 청와대 하명 수사 사건이나 사망 경위 수사에 있어 결정적인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수사관이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에 근무했던 만큼 휴대전화에 이와 관련된 정보도 상당히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자유한국당 친문(親文)게이트 진상조사위원장인 곽상도 의원은 12월4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A수사관에게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검찰 수사 정보를 집요하게 요구했다는 제보가 입수됐다고 주장했다. 이 비서관은 5일 입장을 내고 “유재수 수사 정보를 집요하게 요구했다는 주장은 단연코 사실이 아니다”라며 “향후 고인의 비극적 사태를 이용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이를 저와 연결시키려는 시도에 대해선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 인해 휴대전화를 놓고 청와대와 검찰 간 사활을 건 공방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초 경찰이 갖고 있던 A수사관의 휴대전화를 검찰이 압수수색한 데엔 관련 정보가 청와대로 전달될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수사 관련 정보는 대부분 일선에서 경찰청으로 보고되고, 그중 중요한 내용은 청와대로 전달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번 사건도 예외는 아니지 않겠느냐. 검찰로선 당연히 수사보안 문제를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부 언론에선 검찰의 긴급 압수수색 배경 중 하나가 김종철 서초경찰서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과 함께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만큼 관련 정보가 샐 수 있다는 점이었다는 보도를 내기도 했다. 이에 김 서장은 “한마디로 소설이고 황당한 억측”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신임 법무장관이 검찰 수사팀 교체할지 촉각

현재 경찰이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놓고 검찰과 신경전을 펴고 있는 게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 측면도 있지만, 사실상 청와대 대리전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증거 탈취”라는 등의 격앙된 반응까지 보였던 경찰은 검찰의 압수수색 이틀 만인 12월4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등 휴대폰 소재지의 A수사관 휴대폰과 이미지 파일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손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경찰이 포렌식 과정에 참여하고 그런 것도 있겠지만, (청와대 사정 등)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해당 휴대폰은 선거 개입 등 혐의와 변사자 사망 경위 규명을 위해 법원이 검찰에 발부한 영장에 기해 이미 적법하게 압수돼 검찰이 조사 중에 있는 점, 변사자 부검 결과와 유서, 관련자 진술, CCTV 등 객관적인 자료와 정황에 의해 타살 혐의점을 인정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반려(기각)했다. 다만 검찰이 A수사관의 휴대전화를 확보하긴 했지만, 휴대전화의 잠금장치가 풀리지 않고 있는 점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 검찰은 휴대전화를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뒤 포렌식을 진행하려 했지만, 휴대전화 잠금장치가 해제되지 않아 진척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수사관의 휴대전화는 2년 전 구입한 ‘아이폰X’ 기종으로, 지문이나 얼굴 인식이 아닌 6자리 숫자 비밀번호로 잠금을 풀게 돼 있다. 경우의 수에 따라 최대 100만 가지 비밀번호를 입력해 봐야 잠금을 해제할 수 있는데, 아이폰은 비밀번호를 수차례 잘못 입력하면 다시 입력할 때까지 수십 분을 기다려야 하거나 데이터 자체가 초기화된다. 이에 따라 검찰은 A수사관의 휴대전화 잠금장치를 풀기 위해 이스라엘 정보보안 업체 ‘셀레브라이트’의 포렌식 장비를 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이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공석인 법무부 장관에 내정한 것도 검찰과의 갈등 연장선상에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 간부급 검사는 “갑자기 원포인트로 장관 인사를 낸 것을 보면 청와대가 상당히 급했던 것 같다”며 “장관에 임명된 뒤에 곧바로 인사를 할 가능성이 있을 텐데, 현재 청와대 관련 수사를 하는 수사팀이 교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검찰 안팎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혐의 수사에 이어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등의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교체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자칫 인사로 검찰 수사를 무력화시킨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고, 이것이 오히려 검찰 내부의 더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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