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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무죄→2심 유죄…대법원 2심 판결 확정

지위를 이용해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2심에서 법정 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해 9일 대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이날 오전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 추행 등 혐의로 지난 2월 2심 재판부가 선고한 징역3년6월의 원심을 확정했다. 이와 함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의 5년간 취업제한도 최종 명령했다.
2월1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법정구속이 되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2월1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법정구속이 되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무죄→유죄→유죄, 핵심은 ‘성인지감수성’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4차례 성폭행하고 6차례 업무상 위력 등으로 추행한 혐의로 지난해 4월 기소됐다. 안 전 지사에 대한 1심과 2심 결과는 상반됐다. 지난해 8월 열린 1심 판결에서 법원은 "안 전 지사에게 위력이 있었지만 이를 행사하진 않았으며, 김씨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지난 2월 2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혐의 10개 중 9개를 유죄로 인정, 징역 3년 6개월 선고와 함께 안 전 지사를 법정 구속했다. 2심 재판부는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했다. 이날 대법원 판결에서도 역시 2심에서 강조된 성인지 감수성이 선고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은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최근 성폭력 사건 판결에서 이런 성인지 감수성을 중시하는 자세를 일관되게 유지하며 판결에 적극반영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법조계는 안 전 지사의 이번 판결이 법조계 안팎에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개념을 한층 확립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항소심 법원 판결이 나온 지난 2월1일 오후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가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안희정은 유죄다'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항소심 법원 판결이 나온 지난 2월1일 오후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가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안희정은 유죄다'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성단체 “대법원 판결, 당연한 결과”

이날 선고는 여성단체 회원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이들 중 일부는 대법원 유죄 판결이 나오자 박수를 치며 환호하기도 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판결 직후인 오전11시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등 여성단체는 '전 충남도지사 안희정사건 상고심 판결 기자회견: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 이제는 끝내자'는 이름의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 판결을 '당연한 결과'라 일컬으며 '위력 성폭력, 이제는 끝났다'라는 구호를 함께 외쳤다. 이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더 이상 제2의 김지은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며 피해자 김지은씨의 입장문을 대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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