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준(51) 효성그룹 회장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도 구속되지 않았다. 징역에 처한 피고인을 풀어주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강성수 부장판사)는 9월6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조 회장은 자신이 대주주인 회사 GE의 상장 무산에 따른 리스크 복구를 위해 유상감자와 자사주 매입을 감행, 회사에 179억여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배임)를 받는다. 또 개인 소유 미술품을 회사에 강매해 12억원의 차익을 얻은 혐의(배임), 급여 16억원을 허위 지급하는 혐의(횡령) 등도 적용됐다.
이 가운데 액수가 가장 큰 GE 관련 혐의는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GE의 재정상태 악화가 유상감자로 인한 것인지 확인할 수 없고, GE가 자본잠식에 이르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단 미술품과 급여 관련 부분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회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조 회장은 비서와 여러 지인들을 10여년 동안 효성 계열사에 허위로 취업시켜 그 급여를 임의로 사용했다”고 했다. 이어 “회사 업무를 빙자해 미술품을 실제 가치보다 높게 처분해 이익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주주들에게 피해를 끼쳐 죄질이 매우 나쁘며 진지하게 반성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에게 2년형을 선고했지만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증거 인멸이나 도망 가능성 등 구속 사유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형 집행을 유예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주장이 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징역형이 결정되면 바로 법정 구속하는게 일반적”이라며 “선고 전에 보석을 허가했다 해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했다.
간혹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구속하지 않는 경우는 있다. 단 조 회장의 경우 징역형이 1년이 넘는데다, 지난해 9월 횡령으로 이미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상황이다. 올 2월 여론조작 및 수사축소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관진 전 국방장관도 징역 2년6개월을 받고 구속되지 않아 ‘봐주기 판결’이란 비판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