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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 조합과 지자체까지 얽혀 소송전 난무 '점입가경'
시간이 멈춘 곳, 도심속의 오지 '매축지' 재개발 30여년째 제자리걸음
이 일대는 부산시가 직할시를 지나 광역시가 되었지만 예전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 당시 형성된 피난민 촌의 모습이 곳곳에 남아 있어 ‘시간이 멈춘 곳’이라는 별칭도 있다. 건설교통부가 첫 도시개발 계획을 발표한지 29년이 지났다. 매축지는 어떤 모습일까. 주변에 수 십층 높이의 오피스 건물이 들어섰고 49층 규모의 2300여세대 택지 조성 공사도 한창이다. 하지만 매축지의 시간은 여전히 멈춰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2007년 사업이 변경 고시됐지만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속도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2015년부터 각 지구 대표들이 모여 청사진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2016년 통합지구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가 발족했다. 그러나 구3지구 조합측이 “멀쩡한 조합이 있는데 또 다른 조합이 생기는 것은 전형적인 한 지붕 두 가족”이라며 통합 조합의 자격을 문제 삼았다. 이때부터 구3지구 조합과 통합2지구 조합은 서로 조합원 모집 집행정지, 명예훼손, 도시정비법 위반 등 각종 소송을 주고 받았고 현재 ‘통합2지구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처분무효 확인’소송이 고등법원에서 진행중이다. 동구청은 2018년 4월 통합2지구 조합을 승인했다. 고법에 앞서 2018년 열린 부산지법 행정심에서 법원은 “1 정비구역 내 1 사업시행주체’ 원칙에 반하여 무효이고 이에 기초한 이 사건 조합설립인가처분 역시 위법하다”며 구3지구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통합조합측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고 지난 달 21일 부산고법 행정2부에서 3차 항소심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당시 통합지구 조합을 인가한 동구청의 담당 국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구3지구 변호사는 동구청 회의록을 공개하며 3지구와의 ‘협의’가 통합조합의 승인 요건이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조건이 이행되지 않았으므로 통합2지구 조합 승인은 무효라고 동구청을 겨냥했다. 반면 피고측인 통합2지구 변호인단은 “동구청이 협의를 언급한 것은 ‘승인 요건’이 아니라 ‘반대 민원이 있으므로 상대방과 잘 대화하라’는 말 그대로 ‘협의’에 불과한 것”이라며 “원고측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시공권 승계 등을 요구했기 때문에 서로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지 지자체가 말한 ‘충분한 협의’는 충족했다”고 맞섰다. 다음 재판은 오는 10월 2일 열린다. 하지만 재판은 쌍방 모두 대법원까지 가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어 ‘매축지’개발 사업은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통합조합 관계자는 최근 “재판에서 승소할 경우 즉각 시공사를 선정해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3지구 관계자는 “과거 체결한 시공사와의 계약에 따라 매몰비용은 물론 추가 손해배상 문제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후폭풍을 예고했다.반대로 구3지구가 이기면 이번에는 통합2지구에서 법원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높다.
통합2지구측은 이미 구3지구의 ‘자격’문제를 정조준 하고 있다. 이들은 앞서 열린 재판에서도 준비서면 등을 통해 “2007년 동구청의 변경 고시로 좌천·범일구역 제3지구 지정이 실효되어 원고의 목적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구3지구 조합 자격은 마땅히 실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2지구가 패소할 경우 다음 라운드는 구3지구의 자격 유무를 다투는 법정 공방이 이미 예고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