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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집 난’ 올드보이 보은인사 계기 ‘독선 리더십’ 논란 재연
“나를 따르라”식 밀어붙이기에 지역정가·시민단체 강력 반발
시민과 싸우는 시장…“논리·의욕 장점 살릴 포용력 아쉬워”

최근 이용섭 광주시장이 지역출신 정관계 유력인사들을 시 유관 기관장에 임명한 것을 둘러싸고 지역사회에 번진 파문이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기세다. 이 시장은 광주형 일자리 1호 기업인 광주글로벌모터스 대표에 박광태(76) 전 광주시장을 선임했다. 이어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정상용(70) 전 국회의원을 남도학숙 원장에 슬그머니 임명한 사실이 드러나 흠집 난 올드보이들에 대한 ‘보은 인사’ 논란이 커졌다. 시청 안팎에선 임명의 전격성과 발탁인물의 적격성이 어우러진 이번 임명 논란에 이용섭 시장 인사 스타일의 결정판이었다는 해석들이 뒤따랐다. 이를 계기로 이 시장의 독선적 리더십도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모양새다. 
이용섭 광주시장 ⓒ광주시
이용섭 광주시장 ⓒ광주시
이용섭 시장이 지난 8월 20일 광주글로벌모터스 초대 대표이사로 추천한 박 전 시장은 3선 국회의원과 민선 3·4기 광주시장을 지냈다. 하지만 곧장 비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노·사·민·정 대타협 정신을 바탕으로 세워지는 공장을 비리 전력에 자동차 전문가도 아닌 정치인에게 맡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광주시장 선거 당시 박 전 시장 측근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이 시장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보은 인사’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남도학숙 이사장인 이 시장은 같은 달 28일  광주·전남 출신 대학생들의 서울 기숙사인 남도학숙 원장에 정상용 전 국회의원을 임명했다. 그는 이 시장과 같은 고향 출신인데다 지난 민선 7기 지방선거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연이은 파격에 지역 정가와 시민사회단체에서의 파열음은 컸다. 시민단체 등은 이를 두고 이 시장이 늘 강조해온 ‘도덕성·전문성·리더십’ 등 ‘인사 3대 원칙’과 어긋난다며 반발했다. 정의당 광주시당은 같은 날 ‘올드보이의 귀환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전문성 부족 등 자질 논란으로 한때 낙마한 정 전 의원을 새로운 자리에 임명한 것은 보은인사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정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환경관리공단 이사장에 응모했다가 적격성을 따지는 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과 자녀 병역기피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자진 사퇴한 바 있다. 이 시장은 광주글로벌모터스 대표 이사에 박 전 시장을 선임한 것에 대해 시민단체가 비판하자 이를 폄훼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또 다른 논란도 자초하기도 했다. 이 시장이 독단적 결정으로 곤욕을 사서 치른 사례는 적지 않다. 광주시의회 인사특위 청문 경과보고서의 의견을 제대로 수용하지 않은 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밀어붙인 광주환경공단 이사장과 광주복지재단 대표이사 임명 등은 아직도 논란과 시비 거리를 남겨놓고 있다.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 공격의 과녁은 이 시장의 ‘독선’이다. 참여자치21은 이 시장의 반박기자회견 다음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용섭 시장이, 시민단체들의 시민사회 입장에서 펼치는 다양한 공익활동을 일정하게 제한하고, 제어하고자 하는 권위주의적 선민의식의 발로라고 판단한다”며 “이는 민·관 협치시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전근대적이고 오만한 권력자 위치에서 시민단체를 바라보는, 아주 위험한 반민주적 리더십의 전조 현상이다”고 비난했다. 이 시장은 요즘 비단 인사문제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과거와의 싸움’으로도 시끄럽다. 그는 얼마 전, 전두환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자신을 전두환 비서 출신이라고 지칭하며 광주시정을 비판한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시민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고 고소까지 했다.  이 시장이 굳이 들추고 싶지 않았을 ‘전두환 비서’ 논란을 스스로 쏘아 올린 건 이번 기회에 ‘전두환 부역’ 프레임을 깨고 이 문제가 더 이상 정치 공세의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시장이 자신을 비판하는 시민에게 재갈을 물리려 했다는 역풍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에 일부에선 포용력에 한계를 드러낸 리더십 부재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이 시장의 강력한 의지와 잘 다져진 논리가 통한 사례도 많다. 민선 7기가 시작된 지 반년 만에 군 공항이전,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 광주역·송정역 개발 등 지역의 굵직한 묵은 현안들이 해법을 찾아 갔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도시철도 2호선 문제에 대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 17년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고 마침내 5일 착공에 들어갔다. 올 들어서는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큰 탈 없이 치러냈다. 하지만 이를 전적으로 그의 리더십으로 해결했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행정 내부야 별다른 반응을 내보이지 않았고, 드러낼 수도 없지만 더불어민주당 일색인 광주정치권은 물론 지역사회 각계의 이용섭 시장 리더십에 대한 평점은 후하지 않다. 이들이 이 시장에게 공통적으로 갖는 불만은 시정을 “나를 따르라”식으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독선적이라는 얘기다.  “근거 없이 캠프인사나 보은인사로 폄훼하지 않기 바란다” “저항에 대해선 내가 책임지겠다” “매사를 비난하고 폄하만 하는 일부 단체의 주장까지 수용하다보면 광주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등의 어록은 정통 관료 출신인 그가 쏟아 낸 말이라고 믿기가 어려울 정도로 전투적이다.  2010년과 2014년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에 도전했으나 실패한 이 시장은 마침내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84.07%라는 전국 최고 득표률로 광주시장 직에 올랐다. 광주시민들이 그의 손을 들어준 것은 ‘정치 때’가 묻지 않은 깨끗한 이미지와 워커홀릭(일중독자)으로 불릴 만큼 열정적인 행정스타일 때문이었다. 정파를 떠나 “일은 열심히 잘 한다”는 게 시청 안팎의 평가다.  하지만 이 시장은 이번 일련의 사태로 광주시장에 직위에 걸맞는 정치적 권위는 아직 확보하고 못하고 있음이 백일하에 드러냈다. 물론 이 시장은 전두환 비서 논란을 비롯해 배타적으로 보장된 인사권에 대해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억울할 수도 있다. 더욱이 ‘완벽한 인사는 없다‘는 통념에 비춰볼 때 시민단체 등의 자세에도 다소 문제는 없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원인을 이 시장의 리더십에서 찾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시장이 시민단체, 시민과 다툰다면 끊임없는 소통과 대화로 상대를 설득해야 하는 책무를 진 이용섭 시장의 책임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존경받는 리더는 ‘나를 따르라’는 권위보다 ‘함께 가자’는 포용력으로 조직과 사회를 이끌어 간다고 한다. 이번 올드보이 귀환 인사 과정 등에서 들춰진 ‘정치적 리더십의 빈곤’을 이용섭 시장이 어떤 방식으로 확보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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