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난폭운전 항의하자 되레 부인·아이들 앞에서 폭력 행사
“합의 절대 없어”…국민청원 동의 20만 명 육박
난폭 운전에 항의하는 상대방 운전자를 때려 공분을 산 ‘제주 카니발 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처음 공개적으로 심경을 밝혔다.
피해 운전자 A씨는 9월5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글을 올려 현재 상황과 향후 계획 등을 전했다. A씨는 "담당 형사에게 확인한 결과 피의자가 사과를 위해서든 합의를 위해서든 제 연락처를 물어본 적도 없다고 한다. 시종일관 혐의만 부인하고 있다"면서 블랙박스 영상에 자세히 찍히지 않은 부분을 부인하고 있을 거라고 추정했다.
제주 카니발 폭행 사건은 지난 7월4일 오전 벌어졌다. 제주시 조천읍 우회도로에서 카니발 차량 운전자 B(33)씨가 차선을 넘나들며 끼어드는 일명 '칼치기' 운전을 하다가 이에 항의하는 상대방 운전자 A씨를 폭행했다. 한문철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가 8월1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한문철 TV)에서 관련 블랙박스 영상을 소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사건 정황이 그대로 담긴 블랙박스 영상은 인터넷, 언론 등을 통해 확산됐다.
A씨는 이제야 직접 입장을 밝히는 이유에 대해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데, 제가 아닌 한문철 변호사가 일으켜주신 국민적 공분을 마치 저의 무기인 것마냥 휘두르는 모양새를 피하고 싶었다"라며 "9월3일부로 제주 동부경찰서의 피의자 소환조사를 마쳤으니 이젠 글을 써도 괜찮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가해 운전자 B씨는 폭행 장면을 촬영하던 A씨 아내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내리치고 던져버리기도 했다. 피해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A씨 아이 두 명(각각 8살, 5살)이 사고 충격에 심리치료 중인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B씨를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A씨는 "피의자(B씨)는 이 사건이 이슈가 된 뒤 어제까지 두 번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았다. 내용은 크게 '자신이 안전운전을 했다' '(A씨의) 아이들은 보지 못했다'이다"라며 "가슴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A씨는 상처받은 가족을 위해 무엇이든 다 하겠다며 "절대로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아직까지 이 사건에 대해 되물어오고 상처받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저는 제 가족이 원하는대로, 상처가 제일 빨리 아물 수 있는 방향으로만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8월16일 제주 카니발 폭행 사건에 대해 제주 경찰이 소극적이라고 지적하며 공정하고 적극적인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챙겨 달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청원 마감일을 10일 앞둔 9월5일 오후 2시 현재 18만6020명의 동의를 얻어, 피드백 기준인 20만명 달성을 코앞에 뒀다.
A씨는 해당 국민청원 글을 링크하며 "제가 경황이 없는 가운데 마치 본인 일처럼 글을 올려준 청원인에게 감사하다"면서 "글에 나온 대로 정부 및 청와대 책임자의 답변을 듣고 싶다. 그래서 순간의 분을 참지 못한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