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도심을 마비시킨 대규모 시위가 시작된 지 석 달 만에 변곡점을 맞았다. 홍콩 정부가 시위의 도화선이 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의 완전 철회를 9월4일 공식화하면서다. 캐리 람 홍콩장관은 이날 오후 6시(현지시간) TV연설을 통해 “두 달 넘게 발생한 일들은 홍콩 사람 모두에게 충격과 슬픔을 안겨줬다”면서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이는 홍콩 정부가 과격해지는 시위에 부담을 느끼고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주말에는 시위대가 경찰서에 화염병을 던지고, 경찰은 실탄과 물대포로 맞서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됐다. 시위대가 홍콩국제공항을 점거하거나 총파업과 동맹휴학 등을 전개하면서 경제가 휘청이기 시작했다. 홍콩의 비상상황이 장기화되자, 중국 중앙정부로서도 사태를 수습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람 장관이 시위대가 주장하는 5대 요구 중 체포된 시위대 석방 등 다른 요구사항에는 선을 그으면서, 향후 시위가 취소될지는 미지수다. 시위대가 주장하는 5대 요구안은 △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다. 특히 지난 8월31일 시위에서 무장한 경찰이 지하철 열차 안까지 들이닥쳐 시위대를 무차별 공격한 터라, 경찰에 대한 공분이 거세진 상태다. 현지 소식통은 “5대 요구 중 하나만 들어준다고 해서 만족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