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이식 외에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환자가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 자료를 보면 장기이식이 필요한 사람은 약 3만 명입니다. 이 가운데 장기이식을 받는 비율은 10% 남짓입니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하루 5명입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중국, 필리핀, 파키스탄 등지에서 장기가 암거래되고 불법 이식도 이뤄집니다.
대안은 동물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 장기이식입니다. 1963년 침팬지의 신장을 사람에게 이식한 것이 이종 장기이식의 첫 사례입니다. 영장류는 사람과 유전자가 가장 비슷합니다. 그러나 영장류의 장기 크기는 사람에게 잘 맞지 않고 임신 시간도 길어 이종 장기를 대량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에이즈와 같은 이종 간 감염질환도 걸림돌입니다. 영장류는 멸종 위기에 놓여있기도 합니다. 이런 배경으로 영장류를 이용한 이종 장기 연구는 중단됐습니다.
과학자들은 돼지에게 눈길을 돌렸습니다. 유전자도 인간과 유사하고 임신 기간이 3~4개월로 짧으며 한 번에 5~12마리를 낳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가능합니다. 다만 돼지 장기는 사람보다 큽니다. 그래서 사람의 장기와 비슷한 크기의 돼지 장기를 얻기 위해 60kg 이하로 개량한 미니돼지를 만들었습니다.
돼지에겐 동물성 바이러스가 있습니다. 이것이 사람에게 오지 못하도록 균이 없는 돼지 즉 무균돼지를 만들었습니다. 또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면 면역거부반응이 생깁니다. 우리 몸은 돼지 장기를 이물질로 보는 것입니다. 이런 반응을 일으키는 돼지의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면역거부반응을 완화하는 유전자를 주입한 돼지를 만들었습니다. 이를 형질전환 돼지라고 합니다.
종합하면 인간은 작고(미니), 균이 없고(무균), 면역거부반응이 없는(형질전환) 돼지를 만든 겁니다. 세계 각국은 이미 이 돼지의 장기를 영장류에 이식하는 실험을 마쳤습니다. 다음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입니다.
우리나라는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국내 이종 장기 연구를 이끄는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과 돼지 장기를 개발하는 회사(제넨바이오)는 내년 세계 최초로 돼지 췌도와 전체 각막을 사람에게 이식할 예정입니다.
사실 당장이라도 사람에게 돼지 장기를 이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불법입니다. 국내에는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해도 된다는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2015년 돼지 각막을 사람에게 인식하는 임상시험을 승인했고 이미 돼지 각막 일부를 사람에게 이식한 사례가 47건이나 됩니다. 일본은 2016년 돼지 등 동물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미국은 5년 이내에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할 계획입니다.
최근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만 몇 가지 수정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 중입니다. 이 문제가 잘 해결돼서 내년 봄 세계 최초로 돼지 췌도와 각막을 사람에게 이식했다는 소식을 전하길 기대해봅니다. 또 이 임상시험이 잘 돼서 환자를 한 명이라도 살리는 길이 열리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