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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2차 북미정상회담 하루 앞두고 찾은 ‘베트남-북한 우정유치원’
북한 동요 부르고 인공기 그려…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유치원”
“김정은 위원장, 유치원 방문해달라”
김정은 위원장의 대답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첫날인 2월27일 오전까지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유치원은 이미 그를 맞을 준비에 한창인 것처럼 보였다. 색동저고리나 아오자이(베트남 전통의상)를 입은 아이들 30여 명은 배꼽인사를 하며 한국어로 “안녕하십니까”를 외쳤다. 아이들이 모여 있는 교실의 이름은 ‘김정일 반’이었다. 반 이름이 적힌 팻말 위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아이들 뒤엔 호치민 베트남 국가주석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인사 연습이 끝나자 음악이 흘러나왔다. “사네 사네 산따기~ 나는 자라 산따기~” 한국말인 듯 베트남어인 듯, 정체 모를 가사가 아이들 입에서 튀어나왔다. 유치원 교사는 “북한 전래동요 ‘산딸기’를 연습 중”이라고 했다. 또 다른 교실 ‘김일성 반’에선 북한과 베트남 지도 앞에서 아이들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여기선 김일성 주석의 사진이 호치민 주석 사진과 나란히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응오 티 밍 하 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방문을 대비해 일부러 이렇게 교육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시사저널과 따로 만나 “평소에도 북한 문화에 대해 아이들에게 가르친다”고 강조했다. 실제 유치원 곳곳엔 북한과 관련된 아이들의 작품이나 안내판이 놓여 있었다. 베트남 국기와 인공기가 무지개로 연결된 그림, 북한의 음식과 춤 사진 등이었다.북한 문화 가르치지만 “사상 교육은 안 해”
원장은 “북한 사상에 대한 교육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정유치원에서 36년 근무했다. 그 사이 북한도 세 번 갔다 왔다고 한다. 원장은 “북한에 갔을 때 김정은 위원장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다”고 했다. 학부모 입장에선 북한에 대한 거부감이 없을까. 6살짜리 아들을 원아로 둔 쩐 반 프엉(36·남)은 “전혀 없다”며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신 “교육시설과 서비스가 좋아 아주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우정유치원은 북한 문화뿐만 아니라 대화, 예술, 창조, 영어, 수학, 체조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가르친다고 한다. 학부모 요구에 따라 심화 수업을 받을 수도 있다. 하교 시간은 오후 5시. 그러나 늦게 퇴근하는 부모를 위해 8시까지 아이를 돌봐주기도 한다.학비가 임금의 77%…그래도 “가장 유명한 유치원”
베트남 정부는 시설을 위해 매년 돈을 투자하고 있다. 지금은 17개의 교실에서 470여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고 있다. 학비는 싸다고 하기 힘들다. 원아 한 명당 월 500만동(24만원). 2017년 베트남 전체 근로자 월평균 임금이 그보다 6만원 높은 650만동(31만원)이다. 학부모 레티 후엔 짱(33·여)은 “우정유치원은 이 동네에서 가장 유명하다”며 “일부러 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려고 전학시켰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 응웬 란 흐엉(42·여)은 “아이가 유치원에서 배웠던 북한 노래를 집에서 부를 때도 있다”며 “하지만 부정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했다. 우정유치원은 1978년 북한이 기부해 설립됐다. 베트남 경제가 어려웠던 당시 북한은 유치원 운영에 필요한 자재를 대부분 공급한 걸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