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 특별기획] 2019 대한민국, 길을 묻다 ③조순 前 부총리
조순 前 부총리의 교육관 “사교육이 아이 망치는 데도 일등만 다그쳐”
조순 전 부총리는 관료 출신 이전에 학자이자 교육자다. 경기중학교와 서울대 상대 졸업 후 1960년에 미국 보오든대를 졸업했다. 이후 UC버클리대학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67년 서울대 상대 부교수로 부임했고 1970년부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많은 학자와 재계 인사를 배출했다. 조 전 부총리는 요즘도 특강을 다니면서 자신의 교육관을 설파한다.
2018년 7월11일,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동반성장연구소가 주최한 ‘제54회 동반성장포럼’에선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조 전 부총리가 ‘나라의 중심은 사람이다’란 주제로 한 이날 강연 내용 일부를 소개한다.
조 전 부총리는 “부모가 자식을 발로 가르치지 않고 있다”며 “자식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도록 그리고 어릴 때부터 좋은 버릇을 가지도록 가르치지 않고 별의별 사교육을 받게 한다. 사교육이 아이를 망친다는 것을 모르고 거기서 일등을 하라고 다그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린아이들에게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1등을 하라는 쓸데없는 부담을 주지 말고 사교육을 끊어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좀 힘들더라도 가정교사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조 전 부총리는 정부의 교육정책과 관련해 세 가지 조언을 했다. 우선 ‘어문(語文)정책’에 관해 언급했다. 그는 “한글 전용은 우리나라 문화발전을 크게 저해해서 나라를 이류국(二流國)도 어렵게 만든다. 국어의 75%에 달하는 한자 어휘를 모두 사어(死語)로 만든다”며 “국민은 직설적이고 원색적인 한글어만 쓰게 된다. 이 때문에 우리 후진들의 지능 발전이 없다. 있어도 느리고 거칠다. 한글 전용이 일류국이 될 수 있는 나라를 영원히 삼류국으로 묶어놓고 말았다”고 역설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 평준화 정책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조 전 부총리는 “평준화는 한글 전용과 함께 모든 아이를 우열(優劣) 없는 우인(愚人)으로 일률화하자는 취지”라며 “이 같은 정책은 발전 지향적이 아닌 퇴보 촉진적인 사람들이나 채택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버려야 할 이념”이라고 강조했다.
조 전 부총리는 대학 운영 자율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대학이 학생의 입학과 성적평가, 졸업 등에 관해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 운영에 대한 교육 당국의 ‘간섭’에 대해선 “유해무익(有危害無益)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대입수능제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수능점수를 가지고 모든 대학의 학생선발 기준을 삼는 것은 어리석고 잘못된 일”이라며 “수능은 수학능력 즉 scholastic aptitude(학자적 자질)의 유무를 평가하는 지표이지 대학 입학의 전형으로 쓰일 것은 아니다. 우리 대학의 다양성을 기르기 위해 입학시험 제도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입학생 출신지역 분포의 평준화 제도’를 제안했다. 대학마다 시·도 지역별 인구에 비례해 입학생을 뽑자는 것이다. 조 전 부총리는 “미국 대학에선 학생 선발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대학 입학처장이 연중무휴로 대륙을 돌아다니면서 각 주(州)의 사정을 살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