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 특별기획] 대한민국 원로 연쇄 인터뷰…“분열과 갈등 끝내고 화합의 새 시대 열어야”
로마시대 원로회(元老會)는 현재 ‘양원제’ 체제에서 상원과 같은 역할을 했다. 연륜과 학식을 갖춘 ‘큰 어른들’의 회의체였다. 상원을 뜻하는 세너트(Senate)도 ‘원로회’에서 따왔다. 이 말이 우리말로 바뀌는 과정에서 ‘원로’(元老)라고 불린 것이다. 그렇지만 동양적 사고로 볼 때 원로회의 의미는 세너트보다는 엘더스(Elders)에 더 가깝다.
지금은 많이 희석됐지만, 미국에서 전직 대통령은 현실정치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과 같다. 현직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국가의 원로로서 자문역에만 충실해 온 것이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국제 빈민운동에 적극 나섬으로써, 되레 퇴임 이후 미국 사회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전직 대통령들은 현 정부가 외교적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경우 특사 자격도 마다하지 않는다. 분열된 사회를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일에 적극 나선다.
독일도 전직 총리를 국정 자문역으로 활용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 연방의회 건물과 도보로 1분 거리에 별도의 사무실을 두도록 해 수시로 현안에 대한 자문을 구한다. 이 밖에도 영국·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은 사회 각 분야 원로급 인사를 행정부 산하의 각종 위원회에서 활동하도록 해 국가의 중요한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
비영리 국제 민간조직 엘더스(The Elders)는 특정 국가가 아닌 전 세계를 상대로 세계 평화, 정의, 인권 문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사례다. 2007년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엘더스는 현재 그로 할렘 브룬틀란(전 WHO 사무총장), 마르티 아티사리(전 핀란드 대통령), 지미 카터(전 미국 대통령) 등 13명이 회원으로 활동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이 모임의 정식 회원이다. 2011년 4월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한반도 화해를 위해 노력했는데, 당시 카터와 함께 방북한 이들은 엘더스 사절단이었다.
국제 민간조직 엘더스, 국제 분쟁 조정 역할
현대사회에서 원로는 사회의 구심점과 같다. 사회가 극심하게 대립하고 갈등을 보일 때일수록 사회의 구심점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60년 체제와 87년 체제 사이에서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 발전에 진한 향수를 느끼는 세대가 보수라는 이념에 사로잡혀 있다면, 1987년 직선제를 이끌어낸 민주화 세력은 진보세력이라는 울타리에 모여 있다. 성장과 분배 중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할지를 놓고도 끝 모를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원로의 역할이 작아지고 있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일본이 세계 무대에서 여전히 기술 강국의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는 것은 현직에서 은퇴한 기술 장인의 노하우가 후대에 전달되도록 하는 시스템이 워낙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어서다. 비록 기술이라는 특정 분야에 한정돼 있지만, 원로급 인사에 대해 일본 사회는 깍듯하다. 우리 사회도 이제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져가는 원로의 조언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이들의 혜안을 사회 통합과 경제 도약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에 시사저널은 창간 30주년을 맞이해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 등 각 분야 원로급 인사들과 대담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대한민국, 길을 묻다’는 한국 사회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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