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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에 영웅 난다고 촛불혁명의 기반 위에서 괜찮은 새 지도자가 등장할 것이다. 그는 우리 현대사를 살면서 만고풍상을 겪으며 동화 속의 ‘큰 바위 얼굴’처럼 내적 성장을 충실히 이룬 사람이다. 당연히 명철하면서도 겸손하고, 온유하면서도 강단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아울러 넓은 포용력을 갖추고 늘 유머를 잃지 않을 사람일 테고. 웬만한 일들은 적재적소에 인재를 뽑아 그에게 전권을 주고 맡긴다. 특히 그는 지금 지구촌에 휘몰아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의 의미와 과제에 대해 정통하다.

그는 자기에게 충성하는 사람보다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능력과 소신이 있는 사람 위주로 내각을 꾸릴 것이다. 심지어는 반대파 중에서도 국가에 필요한 사람이라면 설득하여 국정에 참여시킬 것이다. 그는 불시에 어느 장관 집을 저녁에 찾아가 술잔을 나누며 반대의견에 대해 설득을 시도하고, 그래도 안 되면 그 장관의 의견을 흔쾌히 수용도 한다. 그는 야당의 지도자뿐 아니라 평의원과도 수시로 만나거나 전화를 걸어 국정의 협조를 구한다. 그는 과거의 정부를 부정하지 않는다. 역대 정부에서 잘한 일들은 적극 수용하여 계승하고, 잘못된 일들은 비난하지 않고 겸허하게 반면교사로 삼는다. 그리하여 역대 지도자들과의 화해는 물론 그 경륜들을 국정에 긍정적으로 활용한다….

 

ⓒ 청와대제공

 

촛불시위로 나라가 어지러울 때 새 지도자를 꿈꾸며 썼던 글 중의 일부다. 그리고 몇 달 후 새 정부가 들어섰다. 그 정부가 1년7개월 만에 데드크로스(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상황)를 맞았다. 민중의 힘으로 권력을 내려앉히고, 또 그 힘을 기반으로 탄생한 새 정부가 초반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다가 예상치 않게 빠른 내리막길을 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고용감소, 빈부격차 심화 등 경제 상황의 악화에다 북한 핵 문제 등 남·북·미 관계의 지지부진이 가장 직접적인 요인일 것이다. 그러나 크게 보면, 이 정부도 과거 정부와 과연 뭐가 다른가 하는 국민들의 인식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지금 시중에는 이런 유머가 떠돌아다닌다. 청와대 내에 있는 절이 ‘불법사찰’이고, 거기에 있는 불상이 ‘내로남불’이라던가. 6급 조사관이라는 하나의 미꾸라지가 청와대 물을 온통 흐려놓고 있는 걸 빗대어 나온 말이리라. 공기업 낙하산 인사와 채용비리도 이전 정권에서 익숙하게 보던 장면들이다. 코드인사와 만기친람도 많이 듣던 얘기 아닌가. 공영방송 등 언론장악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그리 낯설지 않다. MB 정부 때의 녹색성장이나, 박근혜 정부 때의 창조경제와 같이 문재인 정부의 포용국가도 알쏭달쏭 공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식이라면 이 정부도 성공하기는 힘들다. 국민들이 언제 과거 정부와 다름없는 행태를 보이는 정부를 원했다는 말인가.

이제 새해다. 그런데 이 세모에 세 가지 경제 충격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유급휴일의 최저임금 산입, 근로시간 단축 등이 그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고용은 더욱 악화될 것이고, 빈부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여기에 국내외의 경제 한파가 불어닥치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할 것이다. 국정 운영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먹고사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과감하게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념이 먼저’인 정부에서 그야말로 ‘사람이 먼저’인 정부로 바뀌어야 한다. 직설하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념은 과감히 던져버리고, 한·미 FTA, 이라크 파병, 제주 해군기지를 추진한 노무현의 실용주의로 복귀하라는 얘기다. 필자는 진정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박수 받으며 떠나는 지도자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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