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인턴 성추행한 男팀장도 ‘사직’으로 마무리…노동조합 강력 반발
부산 해운대 소재 유명 특급호텔이 성추행 연루 직원을 해고가 아닌 사직으로 처리한 사실이 뒤 늦게 알려지면서 노동조합을 비롯한 직원들의 강력한 반발과 함께 관할 경찰이 내사에 나서는 등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호텔에 근무하다 지난 3월 퇴사한 A씨(27)는 재직 기간 동안 자신의 직속상관인 테이블 담당 캡틴 B씨(여·31)로부터 수시로 갑질과 성희롱·성추행을 당했다며 4월 B씨를 부산지방 노동청에 고소했다.
이에 노동청은 호텔에 시정 조치를 명했고 호텔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5월 B씨를 해고 했다. 하지만 B씨는 호텔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7월 노동청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고 11월 부산지방노동청 동부지청은 지방노동위원회를 열고 B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당시 지방노동위는 위반 사실이 있고 이에 따른 징계와 절차도 문제가 없지만 해고에 이를만한 상황은 아니라며 원직 복직 명령을 내렸다.
성추행으로 해고된 女캡틴, 밀린 급여 수령 후 ‘퇴사’
호텔측은 B씨가 형사 고소를 당한 뒤 A씨에게 500여만 원을 주고 합의를 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해고’가 정당하다고 주장했지만 지방노동위의 결정을 뒤집지는 못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호텔 노동조합이 강력 반발에 나섰다. 노동조합 측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 성범죄 연루자가 밀린 월급을 다 받고 유유히 정문으로 걸어 나간다면 징계가 아닌 면죄부를 주는 격”이라며 호텔측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조위원장 김아무개씨는 “여기 저기 알아보니 중앙노동위에 가면 결정이 뒤집힐 확률이 매우 높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그런데 회사가 이를 차일 피일 미루었고, 11월 30일인 중앙노동위 제소 마감 하루 전에야 흐지부지 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무래도 회사 차원에서 해고를 사직으로 돌려막기한 의혹을 떨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호텔 인사담당자는 “복직을 수용하느냐 중앙노동위에 제소하느냐를 고민할 때 B씨가 복직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해고 이후 못 받은 급여를 달라고 제의를 해 1400여만 원을 지급하고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노동위 제소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승소 확률 등을 고려해 검토대상에서 제외시켰다”고 해명했다.
이 호텔의 미지근한 수습 사례는 몇 개월 전에도 반복된 것으로 확인됐다. 호텔 팀장급으로 근무하던 C씨가 여직원을 성추행한 후 문제가 커지자 사직서를 제출하는 형식으로 마무리한 것. C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직원은 “C씨가 여러 사람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엉덩이 등을 만졌다”고 밝혔고 당시 상황을 목격한 동료 직원들도 한결같이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는 자술서를 노조에 제출했다.
경찰, 호텔 성희롱·성추행 첩보 수집 중…사직 종결 두 건 새 국면 관심
C씨 또한 지난 3월 사직으로 처리됐는데 호텔측은 “인사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본인이 회사에 물의를 일으킬 수 없다고 사직 의사를 밝혀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텔이 성추행·성희롱 연루 직원을 잇따라 ‘사직’으로 마무리 짓자 직원들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쉬쉬하면서 덮기에 급급하다보니 불미스러운 일이 근절되지 않는다. ‘충격 요법’을 동원해서라도 회사 분위기를 쇄신해 근로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직장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사측의 의미 있는 대안을 촉구하고 있다.
노동조합 관계자는 12월 31일 “회사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표의 눈과 귀를 가리는 총지배인을 사퇴시켜야 한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밝혔다.
한편, 호텔의 인사와 별개로 관할 해운대경찰서에서 지난 12월 27일 여성청소년과에 사건을 배당하고 호텔에서 발생한 성희롱·성추행과 관련한 첩보를 수집 중인 것으로 알려져 '사직'으로 종결된 두 건의 사안이 새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