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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방송·유료OTT사업자 ‘역차별’ 지적…“콘텐츠 시장 황금기 될 수 있다” 전망도

조선시대판 좀비들이 외국산 플랫폼을 타고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 《시그널》 등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는 차기 작품 《킹덤》 방영 채널로 넷플릭스를 선택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시작으로 넷플릭스에 대한 국내 콘텐츠들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덕이다. 국내 콘텐츠 다수가 내년 넷플릭스 방영을 앞둔 상황이다.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넷플릭스는 최근 눈에 띄게 몸집을 불리는 중이다. 아시아 시장 진출도 본격적으로 알렸다. 내년까지 한국과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지역 8개국과 작품 100편을 만드는 것이 넷플릭스의 목표다. 넷플릭스가 외형을 키우면서 국내 콘텐츠·미디어 업계 반응은 두 가지로 갈렸다. 기존 유료방송 OTT 사업자들은 산업 생태계를 혼란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외 유통망을 확보하고 콘텐츠 황금기를 맞길 기대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11월8일(현지 시각) 아시아·태평양본부가 있는 싱가포르에서 ‘넷플릭스 시 왓츠 넥스트: 아시아’를 열었다. 관심은 한국 콘텐츠에 쏠렸다. 이날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강하다. 빠른 인터넷 서비스를 가졌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영화와 TV 콘텐츠를 소개하는 데 상당한 접근성을 확보했다”며 “세계가 한국 콘텐츠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아시아 지역 전력의 중요한 일부로서 한국에 큰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재빨랐다.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는 제휴를 맺고 오는 11월16일부터 IPTV에 콘텐츠를 공급할 예정이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도 넷플러스 콘텐츠에 맞게 개편한다. 넷플릭스는 이미 2016년부터 CJ헬로, 딜라이브와 제휴를 맺고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플랫폼 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 확보에 나선 셈이다.

 
아시아 시장에 대한 넷플릭스의 몸집 부풀리기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미디어·콘텐츠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dpa 연합


“자본력으로 밀어붙이면 살아남을 업체 없다”

젊은 층은 넷플릭스를 환영하고 있다. 일단 넷플릭스는 모바일 시청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 해외 영화나 드라마 시청이 편해짐은 물론, 계정 하나를 만들면 최대 4명까지 사용이 가능하니 20~30대에겐 유용한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넷플릭스 앱 사용자는 90만 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넘게 올랐다.

넷플릭스의 시장 진출을 바라보는 국내 미디어·콘텐츠 업계의 시선은 두 가지로 나뉜다. 방송사, 유료OTT업체 등은 넷플릭스의 아시아 시장 진출을 경계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가진 글로벌 유통망과 자본을 이길 수 없다는 게 이유다. 글로벌 기업이 시장을 점령해 버리면 국내 사업자들은 설 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한국방송협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국내 유료방송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불합리한 조건으로 제휴하며 국내 통신 인프라를 헐값에 내주려 한다. LG유플러스는 국내 콘텐츠 사업자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 해외 사업자에게 수수료를 우대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넷플릭스도 국내 제작사에 콘텐츠를 하청 주문해 오리지널 이름으로 포장한 콘텐츠를 해외에 유통하려고 한다. 결국 국내 콘텐츠 제작 산업은 넷플릭스의 생산 하청기지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료OTT 업계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는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제작자들과 돈을 더 많이 주는 쪽으로 계약을 하면 대부분 콘텐츠가 넷플릭스로 몰릴 것”이라며 “결국 국산 콘텐츠들이 넷플릭스로 몰리면서 다른 플랫폼이 죽을 수밖에 없다. 국내 콘텐츠 생태계가 더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튜브는 이미 국내 콘텐츠, 1인 미디어 시장을 점령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유튜브가 클 때까지 한국 업체들은 손 놓고 보고 있었다”며 “넷플릭스는 이제 아시아 시장 진출 시동을 걸고 있다. 아직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미리 국내 사업자들이 대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콘텐츠 제작자들에겐 오히려 기회” 시각도

한편 국내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넷플릭스가 제2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넷플릭스가 갖고 있는 글로벌 유통망과 제작비가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넷플릭스의 확장이 초기 미디어 스타트업에 직접적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스타트업 중에서는 비슷한 OTT 사업을 하고 있는 왓챠플레이 정도가 라이벌로 거론된다. 그러나 왓챠플레이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 콘텐츠, 넷플릭스는 해외 드라마나 오리지널 콘텐츠에 방점을 두고 있다. 제공하는 상품 특성이 다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둘 다 쓰는 사람은 있어도 하나만 쓰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넷플릭스가 크면서 국내 미디어 스타트업은 반사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는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진출로 인해 기회를 얻을 사람들이 분명 있다. 제작비에 여유가 있을 경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작자와 작가들”이라며 “넷플릭스는 대형 작가들에게 우선 기회를 주고 있다. (넷플릭스는) 어느 정도 입증된 곳과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기 때문에 초기 스타트업보다는 콘텐츠 질적 평가가 좋은 업체들에 기회가 갈 것이다. 대표적으로 스튜디오드래곤과 JTBC가 있다”고 내다봤다. 강 대표는 이어 “넷플릭스는 콘텐츠에 높은 가격을 쳐준다. 미국에서도 점점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단가와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콘텐츠 제작자에겐 황금기”라며 “지상파 방송들이 (넷플릭스에) 저항하는 이유는 좋은 작가들을 설득하기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선점하기 위해 가격 경쟁이 심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로 인해 유료OTT 시장 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황유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제작수요 증가로 인해 그동안 열악했던 국내 콘텐츠 제작자와 창작자에 대한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며 “넷플릭스가 글로벌 매출을 확보해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증가시키고,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서 방송사-제작사 간 불공정거래,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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