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대사관③] 누구나 “웰컴 투 뉴질랜드”
‘지구촌’ 시대라곤 하지만 국경의 벽은 여전히 높습니다. 전 세계 230여 개 국가가 어떤 곳인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합니다. 반대로 그들도 우리를 잘 모릅니다. 다만 그 간극을 메워주는 곳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설치된 해외 각국의 대사관들입니다. 한국과 교역하는 국가는 190개, 그중 112개국이 우리나라에 공관을 설치했습니다. 두 나라에 정통한 대사의 시각에서 양국을 이해하면 어떨까요. 그 세 번째 시간, 세계 최초로 여성 참정권이 도입된 페미니스트의 나라, 뉴질랜드입니다.
깎아 세운 절벽 사이로 코발트 빛 바다가 흐르고, 눈 덮인 산 아래엔 초록 들판이 펼쳐지는 곳. 금방이라도 영화 《반지의 제왕》 속 ‘엘프’와 ‘호빗’이 튀어나올 것 같은 그곳은 바로 뉴질랜드다. 지구 남쪽 섬나라 뉴질랜드는 떠오르는 태양을 가장 먼저 맞이할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총천연색 풍경을 자랑하는 뉴질랜드는 관광대국이 된 지 오래. 지난해 뉴질랜드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총 373만4000여 명이고, 이들이 쓴 돈은 자그마치 8조3000억원 규모(약 106억 뉴질랜드달러)다.
뉴질랜드는 이민자의 성지로 통하기도 한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과 유럽계 백인을 제외하면 다섯 명 중 한 명이 이민자다. 한국인도 그중 하나다.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은 지난해 기준 3만3000여 명을 기록했다. 한국인의 뉴질랜드 이민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도 초반에 붐이 일었다가 현재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그런 뉴질랜드가 최근 한국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페미니즘 때문이다. 뉴질랜드는 여성 인권이 강한 나라로 유명하다. 세계 최초로 여성 참정권이 도입된 나라이며, 현직 여성 총리가 육아휴직을 쓴 최초의 나라이기도 하다. 페미니즘 열풍이 불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뉴질랜드를 향한 시선은 엇갈린다. 선망의 시각을 보내는 이들이 있는 반면, 뉴질랜드의 여성 인권을 깎아내리는 이들도 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페미니스트에 지친 남자들이 뉴질랜드를 탈출하고 있다” 등의 루머가 퍼지기도 했다. 관련 영상은 유튜브에서 최대 449만 회 조회 수를 기록했다. 우스갯소리로, ‘뉴질랜드 남성은 애완동물만도 못한 존재더라’는 이야기도 들렸다.
뉴질랜드에서 나고 자란, 뉴질랜드 남성은 이 같은 얘기에 어떻게 반응할까. 뉴질랜드를 대표해 한국에 온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를 만나, 진실을 가려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