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본예산 125억원 확정=추경 통해 75억원 늘릴 것”…전년대비 최고 65배 확대…인천지역 기초단체 중 최대 규모
인천지역 기초단체들이 주민참여예산제도를 활발하게 시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군·구청들이 주민참여예산을 대폭 늘리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제안한 사업에 군·구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천시 서구가 새해 주민참여예산으로 무려 2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이는 올해 3억1000만원 예산보다 무려 약 65배가량 늘어나는 규모다. 증가폭으로 따지면 인천지역 기초단체 중 최대 규모다.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은 “새해 본예산에 주민참여예산으로 124억원을 반영했다”며 “추경을 통해 주민참여예산을 200억원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도입된 주민참여예산제 ‘미지근’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지방자치단체 예산 편성 과정에 주민들을 직접 참여하게 하는 제도다. 예산 낭비를 막고,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처음 도입된 것은 2011년 9월이다. 당시 지방재정법이 개정되면서 의무화됐다. 일선 기초단체들은 2013년 예산안에 주민참여예산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직접 제안한 사업에 예산을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주민참여예산제도 시행 초창기에는 예산 규모가 크지 않았다. 인천시 서구의 경우, 2013년 예산에 주민참여예산으로 9억900만원(19건)을 투입했다. 이어 2014년 15억2900만원(22건), 2015년 11억500만원(34건), 2016년 16억9600만원(27건)을 반영했다. 지난해에는 7억6800만원(15건)을 반영하는데 그쳤다.
올해 주민참여예산은 3억1000만원(20건)으로 전년대비 약 60%나 축소됐다. 당초 주민들이 요구한 예산은 67억6153만원(79건)에 달했다. 주민들이 직접 제안한 사업의 59건이 주민참여예산 편성에서 배제됐다. 주민들이 요구한 예산 규모로 계산하면 약 95%가 묵살된 셈이다. 허황 서구 주민위원회 위원장은 “올해 주민참여예산은 3억원으로 한정돼 있었다”며 “이 때문에 주민위원회 위원들이 서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 이기주의적인 면을 보이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주민위원회가 제시한 우선순위 10위권 이내의 사업 25건은 주민참여예산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20위권 밖의 사업 2건이 주민참여예산에 편성되기도 했다.
인천 서구는 새해 주민참여예산을 200억원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미 새해 본예산에 주민참여예산으로 124억원(96건)을 반영해 놓았다. 이 중 시비(市費)는 5억300만원이다. 서구의 예산만 약 118억원이 투입된다. 올해 본예산에 편성된 주민참여예산보다 무려 38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특히 주민들이 제안하는 사업들을 추경 예산에 반영해 주민참여예산을 200억원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인천지역 기초단체들의 주민참여예산 증가폭 규모 중 최대치다. 이재현 서구청장은 “서구의 발전과 안전 등 주민 공통의 이익에 부합하는 사업, 주민들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업, 일자리 창출 사업,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 등에 주민참여예산을 과감하게 반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재현 서구청장은 구의회의 예산안 심의·의결 과정도 무난하게 진행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주민참여예산 민·관 협의회를 거친데다 전문가들의 꼼꼼한 검증과정도 마쳤기 때문이다. 서구의 새해 주민참여예산에는 동 지역위원회와 아동·청소년위원회, 장애인단체 등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담았다. 특히 청소년 전용 앱 개발과 4차 산업 체험실 조성, 청소년 드림 엑스포 개최, 결식아동 급식카드 지원금 인상, 장애인 지원 프로그램 확대 등이 반영됐다. 주민들의 숙원이었던 가석초등학교 앞 육교에 캐노피를 설치할 수 있게 됐고, 구립 원당동 경로당 건립 사업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이재현 서구청장은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의견 수렴형’에서 ‘주민 주도형’으로 개편했다.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예산 전체 과정으로 확대한 것이다. 주민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예산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이재현 서구청장의 설명이다. 또 주민들이 제안한 사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투입했다.
인천 군·구청 주민참여예산 확대 잇따라
인천 서구뿐만 아니라 다른 기초단체들도 주민참여예산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강화군은 새해 주민참여예산으로 199억3200만원(42건)을 편성했다. 올해 주민참여예산(13억7500만원) 보다 약 14배가량 증가한 규모다. 강화군 관계자는 “주민들이 낸 주민세가 180억원 규모”라며 “주민세를 주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로 주민참여예산을 대폭 늘렸다”고 말했다.
중구도 올해 3억2000만원에 불과했던 주민참여예산을 새해에는 29억400만원으로 9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연수구도 새해 주민참여예산으로 57억1100만원을 책정했다. 이는 올해(16억7450만원) 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옹진군도 올해 18억5000만원이던 주민참여예산을 새해에는 21억4000만원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또 새해 주민참여예산 명목으로 43억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계양구와 부평구, 미추홀구도 새해 주민참여예산 인상에 합류했다. 계양구는 새해 주민참여예산으로 11억1329만원을 확정했다. 올해(8억4645만원)보다 2억6684만원 늘렸다. 부평구는 새해 주민참여예산을 9억4750만원으로 올해(6억6500만원)보다 2억8250만원이 올렸고, 미추홀구도 13억5850만원으로 올해(10억8342만원)보다 2억7508만원 높여 잡았다.
인천 남동구와 동구는 새해 본예산에 편성되는 주민참여예산이 줄었다. 남동구는 새해 본예산에 주민참여예산으로 25억4406만원을 편성했다. 이는 올해(33억4512만원)보다 8억106만원이 줄어든 규모다. 남동구 관계자는 “새말소공원조성사업이 인천시가 지원하는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선정돼 13억850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며 “사실상 새해 주민참여예산은 39억2906만원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도 6월까지 추경을 통해 주민참여예산 명목으로 52억880만원을 집행했다”며 “당초 주민들이 요구한 예산보다 많이 집행됐다”고 말했다.
동구도 새해 주민참여예산이 1억6200만원을 책정했다. 이는 올해(1억6243만원)보다 다소 줄어든 수치다. 동구 관계자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어서 주민들이 제안하는 사업이 없는 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주민들이 요구한 사업들 중 유지보수 등 생활형 사업은 이미 관련 부서의 예산에 편성돼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