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등 유럽 장기기증제도 옵트 아웃 방식으로 전환…강치영 한국장기기증협회장, 제도도입 공론화 주장
“국가가 뇌사(腦死)를 인정하고 장기기증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지 19년이 되었지만 제도의 미비로 살릴 수 있는 생명이 여전히 죽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장기기증에도 옵트 아웃(Opt-out) 방식(별도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사망자의 장기 및 조직 기증 여부를 의료진이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장기가 없어 하루에 세 명이 죽어가는 의료현실을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한국장기기증협회 강치영 회장은 지난 8일 시사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옵트 아웃 제도의 공론화 및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강 회장은 장기기증과 이식의 문제는 언제든지 암이나 만성신부전증 같은 희귀난치성, 중증질환을 앓을 수 있는 모든 국민의 문제로 이해하고 정부가 의료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건강보험 재정의 30%를 차지하는 이같은 질환을 선제적으로 치료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혈세를 줄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스페인은 40년 전에 옵트 아웃 제도를 도입…인구 대비 세계 최고의 장기기증 국가로 인정
강 회장은 “스페인은 40년 전에 옵트 아웃 제도를 도입해 인구 대비 세계 최고의 장기기증 국가가 됐고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크로아티아 등도 이 제도를 통해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과 인구가 비슷한 스페인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설립 후 이식 및 기증과 관련해 1만6000명이 넘는 전문 인력을 교육하고, 지역 코디네이터 사무국은 지역 사회 병원의 중환자실 밖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 세계적인 장기기증 및 이식국가로 성장했다”며 “복지를 통한 의료산업 성장모델로 이 보다 좋은 사례는 없을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 회장은 “현재 공식적으로 장기기증을 기다리는 대기자가 3만 명에 달한다”며 “진영과 계층, 빈부를 떠나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살리는 일에 국민과 정치권이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끝으로 지난 30년 가까운 세월을 장기기증운동에 헌신한 강치영 회장은 “길이 아닌 곳에 길을 만든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긴다”며 “지금까지 339명의 생명의 살린 것과 무료 신장투석센터를 개소해 수많은 환자들에게 생명연장의 기쁨을 줄 수 있었던 것은 함께한 동역자와 하나님의 은혜”라고 소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