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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로피 키즈(trophy kids)’. 요즘의 신세대를 부르는 다채로운 별칭 중 하나다. 어린 시절부터 독서, 봉사, 바른생활은 기본이요 줄넘기, 축구, 생활스포츠대회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한 트로피나 상장을 빈번하게 타 본 경험이 있음에 주목해서 나온 이름이라 한다. 


8월 중 대학 문을 나서는 이들도 대표적 트로피 키즈들인데, 최근 이들 행태와 관련해서 수수께끼 한 가지가 풀렸다. 대학 졸업식의 주인공들이 정작 졸업식에는 참여하지 않는 현상을 두고, 취업난이 주범일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pixabay


 한데 이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 보니 졸업 앨범사진 찍을 때는 저마다 공들여 성장(盛裝)을 하고, 졸업식 날도 친구들끼리 어울려 사진 찍는 일엔 매우 열심인 모습이 눈에 띄었다. 주인공들의 변명인즉 “대학 졸업사진은 평생 한 번뿐이니 기념으로 꼭 남겨두어야 하는데, 졸업식장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대표 ○○○ 외 250명’ 식의 익명성이 싫어서”라는 게다.


하기야 초등학교 시절부터 한 명씩 단상에 올라가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졸업장을 받은 바 있고, 중·고등학교 졸업식 날엔 멋진 가운을 입고 단상에서 가족과 함께 사진까지 찍는 영광을 누렸을 텐데, 가장 빛나야 할 대학 졸업장은 시간 관계상 대표 한두 명만이 받게 되니 졸업식에 참석하고픈 마음이 사라진다는 것이 그들의 솔직한 속내였다.


트로피 키즈로서의 특징은 직장생활에서도 가감 없이 확인되고 있다. 올해 3월 대기업 직원 대상의 설문조사에서 ‘회사 생활 중 언제 보람을 느끼는지’를 질문해 본 결과, 기성세대는 ‘회사의 성과에 기여했을 때’ 혹은 ‘사회에 보탬이 되는 역할을 했을 때’라는 응답률이 가장 높게 나타난 반면, 신세대는 ‘상사 혹은 주위 동료들로부터 칭찬을 받거나 인정을 받았을 때’란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상사의 인정이나 주위의 칭찬에 민감하다는 특징은 전 세계 밀레니얼 세대의 공통된 특성으로 보인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오늘날의 신세대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보스 유형을 살펴본 결과, 책임감·추진력·리더십 등 업무능력보다 부하 직원의 니즈를 얼마나 세심하게 배려해 주는지로 밝혀졌으니 말이다.


자신의 욕구에 충실한 트로피 키즈의 특성은 자녀에게 올인하는 부모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공주나 왕자처럼 성장해 온 과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은 물론이다. 덕분에 이들은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이다’ ‘끈기가 없어 쉽게 싫증을 낸다’ ‘입사(入社)할 때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지만 막상 실무에 투입해 보면 실망스럽다’ 등의 부정적 평가를 받곤 한다. 자신들을 향한 기성세대의 쓴소리를 들을 때면 ‘권위주의적이다’ ‘변화에 저항하는 꼰대의 의견이다’ ‘기성세대는 일중독에 빠져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무시하는 것 같다’ 등의 반격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신세대와 기성세대 간에 반목과 질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설문조사에서 각 세대는 나와 다른 세대의 강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기성세대의 강점으로는 풍부한 경험, 조직을 향한 헌신, 책임감 등이 리스트에 올랐고, 신세대의 강점으로는 자유분방함, 창의력, 열정 등이 지목되었다. 

 사회 각 분야에서 트로피 키즈의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신세대만의 독특한 행동양식 및 가치를 존중해 달라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고, 신세대 우호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요구도 그 어느 때보다 증가하고 있음은 분명한 것 같다. 다만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상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임을 신세대도 성실하게 배워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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