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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키가이(사는 보람)’의 힘 주목하라

 이키가이(いきがい). ‘사는 보람’이라는 의미를 담은 이 일본 말은 예전부터 일본 오키나와 지역에 전해 온다. 세계 장수촌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이 지역에는 은퇴라는 개념이 없다. 대신 이키가이가 이 지역 장수인들에게 당연한 습관처럼 배어 있다. 101세 어부는 지금도 가족을 위해 일주일에 3일은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고, 102세 할머니는 고손주를 품에 안는 일이 이키가이다. 하루하루 사는 의미를 찾는 습관이 수명을 연장하는 한 가지 비법인 셈이다. 오키나와에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100세인은 채소와 두부 위주의 식사를 하는데, 모든 음식을 작은 그릇에 담아 먹는다. 소식(小食)을 하는 것이다. 이곳에는 예전부터 음식을 20%쯤 모자랄 때 그만 먹자는 관습이 전해 온다. 또 인생을 함께하는 계모임 성격의 ‘모아이(moai)’도 이 장수촌의 특징이다. 이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6명의 친구를 필연적으로 갖게 되는 운명 공동체를 이루며, 모아이 친구는 평생 좋은 일이나 궂은일을 나누며 사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161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오키나와 군도(群島)는 세상에서 여성이 가장 오래 사는 지역이다. 여기 사람은 미국 등 다른 나라 사람보다 평균 7년을 더 산다. 100세 인구 비율도 미국의 5배에 이른다. 병에 걸리는 사람도 적어 유방암과 대장암 발병 인구가 미국의 5분의 1 수준이고 심장병도 6분의 1에 불과하다. 무엇 때문일까? 이 해답을 찾기 위해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국제노화학회 공동연구팀은 수년에 걸쳐 이 지역의 100세인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그 결과 이키가이, 작은 그릇, 모아이라는 3가지 특징을 발견했다. 이 팀의 일원인 내셔널 지오그래픽 작가 댄 뷰트너(장수 전문가)는 여러 강연을 통해 “수명을 결정하는 요인 중 유전자는 10~20%를 차지하고 나머지 80~90%는 생활양식이다. 100세인의 생활양식을 살펴보면 생명 연장의 비결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연구팀과 함께 세계적인 장수 지역의 공통점을 찾는 연구, 이른바 ‘블루존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블루존(장수 지역)에서 장수인의 공통된 생활양식을 찾는 일이다. 오키나와에 이어 이들이 찾은 블루존은 사르디니아라는 곳이다. 사르디니아는 이탈리아 서쪽에 있는 인구 약 140만 명의 섬이다. 오키나와 군도가 세계 최고 여성 장수 지역이라면 사르디니아는 남성 수명이 세계에서 가장 긴 곳이다. 이 지역의 100세인은 단순히 오래 사는 정도가 아니라 활력이 넘치기로 유명하다. 102세 노인은 일하러 갈 때 오토바이를 타며, 또 다른 100세인은 60세와 팔씨름을 해서 이길 정도로 근력이 왕성하다. 
2016년 9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경로의 날’ 행사에서 노인들이 나무 아령을 들고 신체활동 시범을 보였다. ⓒ 사진= EPA 연합


 

이탈리아 장수촌 특징 ‘할머니 효과’

 연구팀은 그들이 먹는 음식을 살폈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도 채소 위주로 식사한다. 또 호밀빵과 치즈를 즐겨 먹는다. 그들이 마시는 포도주에는 다른 지역의 와인보다 3배나 많은 폴리페놀(항산화 물질)이 들어 있다. 연구팀은 음식 자체보다 이 지역 사람들의 특이한 3가지 생활방식에 주목했다. 그 첫 번째는 ‘할머니 효과’다. 이 지역에서는 나이가 많은 사람을 우대하는 습관을 예전부터 유지해 왔다. 노인의 지혜를 높이 사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노인은 가족과 한평생을 같이한다. 이런 점이 수명을 4~6년 늘려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런 문화는 자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이를 ‘할머니 효과’라고 부른다. 이 지역의 집이나 술집 등에는 100세 이상 노인의 사진으로 만든 달력이 걸려 있다. 두 번째는 사람을 직접 대하는 생활환경이다. 이 지역은 집이 빽빽하게 밀집해 있고 골목과 거리가 뒤엉켜 있다. 마을 사람이 계속 마주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집에서는 창문을 통해 거리에 누가 지나가는지 볼 수 있다. 이런 환경 때문에 이 지역 사람들은 혼자 있는 법이 없다. 어디를 가든 가족이나 친구나 이웃과 함께 있다. 캐나다의 발달 심리학자 수잔 핀커 박사는 여러 강연을 통해 “내가 만난 사르디니아에 사는 102세 노인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평생 낙으로 삼는다. 100세 할머니는 일생 가족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 주며 주말에는 이웃에게도 음식을 나눠주는 행복감으로 살아왔다”며 “과거에는 전염병이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이었고, 지금은 사회적 고립이 공공보건의 위협 요인이다. 고립되지 않고 인간관계를 유지할수록 오래 산다. 인간관계는 금연, 금주, 운동보다 더 중요한 수명 연장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핀커 박사는 인간관계가 행복뿐만 아니라 건강과 장수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학자다. 어느 나라든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산다. 남성보다 여성은 직접 만나는 인간관계를 중시하며 산다. 직접 사람을 만나는 행동은 질병에 맞서는 힘을 길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 사실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영장류에서도 발견된다는 게 연구로 입증됐다. 인류학자 조안 실크 박사는 암컷 친구가 많은 암컷 개코원숭이가 스트레스 호르몬이 적고, 더 오래 살며, 새끼도 더 많이 낳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핀커 박사는 “대면 접촉이 많은 사람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낮고, 유방암에 걸렸더라도 혼자 지내는 사람보다 여러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 병을 이겨낼 확률이 4배 높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인간관계는 장수와 무관

 요즘은 온라인으로 대화하는 생활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온라인 대화는 수명 연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신경과학 연구팀은 사람을 직접 만났을 때와 동영상으로 접했을 때의 뇌를 MRI(자기공명영상)로 촬영했다. 그 결과, 동영상을 볼 때보다 사람을 직접 만날 때 뇌의 여러 부위가 더 활성화되는 것이 관찰됐다. 사람을 만나 눈을 마주치거나, 악수하거나, 하이파이브를 하는 동안 우리 몸에서는 이른바 애정 호르몬라고 부르는 옥시토신이 분비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졸이 줄어든다.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이 분비돼 고통이 줄고 기분이 좋아진다. 인간관계는 우리 삶의 ‘모르핀’인 셈이다. 세 번째 특징은 인간관계의 친밀함이다. 이 지역 사람에게 인간관계란 단순히 친구가 많은 게 아니라 모든 일을 함께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친한 사이를 의미한다. 일본 오키나와 지역의 모아이와 유사하다. 핀커 박사는 “갑자기 돈이 필요할 때 돈을 빌려 달라고 부탁할 수 있거나, 건강이 좋지 않을 때 의사를 불러주거나 병원에 데려다주거나, 존재의 위기를 느낄 때나 절망에 빠졌을 때 함께 있어 줄 정도로 친한 사람이 많아야 한다. 진정한 인간관계는 금연이나 금주보다 건강 유지 측면에서 월등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오키나와와 이탈리아 사르디니아 장수인의 공통점은 또 있다. 그들은 별도로 운동을 하지 않는다. 대신 평생 몸을 움직이는 습관이 몸에 뱄다. 오키나와에 사는 104세 할머니는 하루에 30~40번 방바닥에서 일어나고 앉는 생활을 평생 이어왔다. 사르디니아 사람도 어디를 가든 수직으로 된 계단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르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의 마을에서 생활한다. 그곳 장수인은 이런 생활환경에서 살면서 평생 몸을 움직여왔다. 또 다른 공통점은 다운시프트(downshift)다. 시간에 쫓기는 생활이 아니라 느긋한 삶을 산다는 의미다. 수천 년 동안 오키나와 사람은 조상을 숭배해 왔고, 사르디니아 사람도 기도하는 신앙생활을 버리지 않았다. 장수 전문가들은 이런 생활이 삶을 여유롭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마음이 급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서 염증성 반응이 일어난다. 이것은 알츠하이머나 심혈관 질환과 연관된다. 변화에 둔감할수록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다. 학자들은 매일 15분만 느긋하게 생활하면 염증성 상태를 비염증성 상태로 만들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런 장수인의 공통점은 국내 장수인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 충남 예산군 신암면에 거주하는 서분예 할머니(97)는 평생 텃밭을 가꾸며 살아왔다. 마늘 농사를 지어왔고, 스스로 하루 세끼를 챙긴다. 자식들은 도시에 살고 혼자 산 지 수십 년째다. 그는 “조용한 마을에서 혼자 살다 보니 어느덧 이 나이가 됐다”며 “아프면 자식들한테 미안한 일인데, 큰 병 없이 (가족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생활하는 것만도 큰 복”이라고 말했다. 가족은 곁에 없지만 할머니는 평생 이웃과 어울렸다. 이웃 주민 조영숙씨는 “그 할머니를 보면 참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사는 것 같다”며 “오래전부터 이웃과 모든 것을 나누고 웃고 사는 방식이 그 할머니가 장수하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수인은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의 막내딸 집에서 사는 최종완 할머니(93)는 요즘 인근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한글을 공부하는 재미에 빠져 있다. 예전에 소학교(지금의 초등학교)만 다닌 최 할머니는 “그냥 모르면 모르는 대로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살았다”며 “나이를 먹어도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고 가족들과도 화목하게 사는 게 건강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오전 6시에 일어나 식사를 한 뒤 집을 나서고, 저녁 시간이 돼야 귀가한다. 밤 10쯤 잔다. 수십 년간 몸에 밴 규칙적인 생활습관이다. 할머니의 외손자인 최원정씨는 “할머니의 일정한 생활방식이 건강을 유지하도록 맞춰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화 방지하는 3대 성분 비타민C와 E, 글루타치온

 세계적인 장수학자인 박상철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웰에이징연구센터장은 장수의 비결을 찾기 위해 수십 년 동안 250여 명의 국내외 장수인을 만났다. 그가 발견한 장수인의 공통점은 ‘부지런함’이다. 부지런함은 ‘운동·영양·관계·배움·참여’ 5가지를 꾸준히 하는 생활습관을 의미한다. 일본의 104세 노인은 65세에 퇴직한 뒤 한글을, 80세에 중국어를, 100세에 러시아어를, 104세에 포르투갈어를 배웠다고 박 센터장은 소개했다. 그 장수인은 의사 생활을 하면서 1년에 100차례 이상 강연하고 30㎝ 막대기로 검도와 체조를 하는 등 부지런하고 규칙적으로 생활해 왔다. 국내에도 아침마다 자전거를 타거나 시를 쓰고 공부하는 100세 노인이 많다고 한다. 박 센터장은 서울대병원에 재직 중이던 2008년쯤 자신에게 학생으로 수업을 받은 95세 장수인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장수학 최고지도자 과정에 입학한 그 장수인은 매일 2만 보를 걸었고 101세까지 수(壽)를 누렸다”며 “몸과 마음을 항상 움직이는 ‘운동’, 하루 세끼를 꼭 지키는 ‘영양’, 많은 친구와 인생을 즐기는 ‘관계’, 끊임없이 공부하는 ‘배움’,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함께 나누는 ‘참여’가 건강 장수를 위한 중요한 키워드”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밝혀낸 유전정보에 따르면, 인간은 120년 이상 살 수 있다. 모든 인간이 그 나이까지 살 수 없는 이유는 후천적 위협 요인 때문이다. 과거 수명을 위협하는 요인은 오염된 물과 영양결핍 등이었다. 인간은 지난 여러 세기 동안 깨끗한 물을 마시고 절대적 영양결핍을 해결함으로써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이홍수 이대목동병원 노인의학센터장은 “과다한 화학물질(인공물질)이 수명을 단축하는 현재의 위험 요인이다. 풍요로운 삶을 위해 개발한 물질이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다. 그다음 위험 요인은 산화 스트레스다. 몸이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일부 산소는 유전자와 세포를 손상시킨다”며 “의학계는 산화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 비타민C와 E, 글루타치온(동물이나 식물, 미생물의 세포 속에 존재하며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성분)이라는 3대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들 성분은 녹황색 채소와 다양한 색상의 과일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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