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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 전반에 걸친 유대인 파워에 민주당도 반대 못해

 “지지층만 생각하는 트럼프가 늘 하는 도박일 뿐이다.”  12월6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하는 발표를 한 속내를 묻는 말에 워싱턴의 한 정치분석가가 내놓은 말이다. 중동 문제에 기름을 끼얹는 ‘정치적 반란’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폭탄선언’의 당사자가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놀랄 것도 없는 ‘계산된 도박’일 뿐이라는 의미다. 다만 워싱턴의 호사가들은 왜 하필 이 시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결정을 내놓았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러시아 스캔들’ 특검의 칼날을 피하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라고 해석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와 관련해서는 백악관 실세이자 트럼프 대통령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막후에서 움직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노림수가 성공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일단 ‘러시아 스캔들’을 잠재울 만한 대형 이슈를 터뜨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특검의 칼날을 다소 무디게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엄청난 논란이 일긴 했어도,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핵심 지지 기반인 ‘유대인 파워’의 더 큰 호감을 사게 됐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국 대통령(왼쪽)의 도박이 사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니키 헤일리 미국 유엔대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AP연합

 

親이스라엘 측근 취임 후 시작된 도박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동안 이러한 결정을 내릴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그는 이미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3월, 미국 내 최대 유대계 로비 단체로 일컬어지는 ‘미국이스라엘공공문제위원회(AIPAC)’ 연설에서 “미국 대사관을 유대민족의 영원한 수도 예루살렘으로 옮길 것”이라고 공약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 거의 모두 이러한 공약을 내걸었지만, 실제로 수십 년 동안 실행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지층 표 계산에만 충실한 트럼프의 셈법은 달랐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것을 반대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찬반 여론이 비등한 상황이었다. 공화당 내에서도 찬성여론을 주도하는 것은 주로 근본주의 기독교계였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지지계층이다.  다시 말해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자신을 확고히 지지하는 세력만 만족시키겠다는 트럼프의 심산으로 해석된다. 산토끼에게는 관심이 없고, 집토끼 중에서도 자신의 지지층만 껴안고 가겠다는 생각이다. 주변의 강력한 만류에도 오직 이들만을 위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는 도박을 감행한 셈이다. 이번 도박은 ‘잘 준비된 도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자신의 변호사였던 측근 데이비드 프리드먼을 이스라엘 대사로 임명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을 지지하고 이른바 ‘2국가 해법’에도 반대하는 친(親)이스라엘 강경파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대사로 지명되자마자 “이스라엘의 항구적 수도인 예루살렘에서 대사직을 수행하게 되기를 바란다”며 자신의 희망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프리드먼이 대사로 임명된 직후부터 이미 트럼프 행정부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공식 수도로 인정하고 대사관을 이전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중동 문제 특사 역할을 하고 있는 제이슨 그린블랫 백악관 국제협상 특별대표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정통 유대교인으로서 1997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를 맡으며 함께 일한 측근이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2국가 해법’은 지지하지만,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은 평화협상의 걸림돌이 아니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그가 쿠슈너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계획’을 수립하는 등 이번 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최고의 핵심은 여전히 쿠슈너다. 트럼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도 정통 유대교 신자인 쿠슈너와 결혼하면서 유대교로 개종할 정도로 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그의 입김은 막강하다. 쿠슈너가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중동 정책 전반을 그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외교를 담당하는 국무장관이나 국방장관은 물론 주변 인사들이 트럼프의 결정에 반대했음에도 강행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적지만 강력한 ‘유대인 파워’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도박’을 결정하는 데 워싱턴 정가의 ‘유대인 파워’가 한몫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유대인들은 약 650만 명으로 미국 인구의 2.5% 남짓 되는 소수 인종에 불과하지만, 정계와 재계는 물론 언론계와 경제계 전반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요직을 장악하고 있어 친이스라엘 정책의 뿌리가 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표적인 단체인 ‘에이팩(AIPAC)’만 하더라도 연례총회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중요 인사(VIP)들이 모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미국 대선후보도 공화, 민주당을 불문하고 이 단체를 중시하고 있다.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대선 때면 여야 모두 친이스라엘 정책을 쏟아낸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이 단체의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예루살렘 수도 인정’ 공약을 내세웠다. 올해로 창립 70년이 되는 에이팩은 막강한 자금력과 함께 조직력도 갖추고 있다. 전국 각지 선거구별로 지부를 두고 있을 정도다. 당연히 미 의회 상·하원 의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막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폭탄선언’으로 불릴 만큼 파격적인 결정을 했음에도 야당인 민주당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 강력한 반발이 나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대인 단체뿐만 아니라 유대인 개개인이 갖고 있는 영향력도 상상을 초월한다. 미 언론들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결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그의 후원자인 유대인 카지노 재벌 셸던 애덜슨과 그의 아내 미리엄을 꼽았다. 애덜슨 부부는 지난 한 해 동안에만 공화당에 개인 기부액으로는 최대 금액인 8300만 달러(약 902억원)를 기부했다. 애덜슨은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유대인 지도자 50명에게 트럼프 지지를 호소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들 부부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의 식사 자리에서 “백악관에서 친이스라엘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며 공공연히 불만을 표시했는데, 이들의 불만이 하루아침에 해결된 셈이다. 겉으로 드러난 단체와 인물만 간추려 봐도 ‘유대인 파워’는 실로 막강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거미줄처럼 엮인 숨겨진 힘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고 호사가들은 입을 모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성공 여부를 떠나 ‘준비된’ 그리고 ‘배경 있는’ 도박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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