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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목’의 이태원․홍대에서 써본 지브로… “콜비 몇 천원 더 받으려고 가진 않겠다”

 연말 밤이면 시내에선 ‘눈치게임’이 시작된다.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은 큰길가로 몰려나가 손을 흔든다. 이 눈치게임은 승객들 사이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택시기사도 유리한 콜을 잡기 위해 분주해진다. 이들의 게임 속에는 반드시 희생자가 나온다. 누군가는 승차거부의 주인공이 된다. 보통 짧은 거리를 가려는 사람들이 그렇다.  서울시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시호출 앱 ‘지브로(Gbro)’를 내놓은 건 지난 12월4일이다. 개발사인 한국스마트카드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 앱을 이용하는 기사는 승객을 태우기 전까지 목적지를 알 수 없다. 목적지는 ‘시내’ 또는 ‘시외’로만 표시된다. 반면 카카오택시는 기사가 목적지를 미리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승객을 골라 태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12월8일 밤 1시경 이태원역 2번출구 앞. "장기정차 승차거부 금지"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 시사저널 공성윤
 대신 지브로를 이용한 승객은 콜비를 기사에게 내야 한다. 낮에는 1000원, 밤에는 2000원이다. 콜비는 기사들이 미터기를 누르는 방식으로 요금에 추가한다. 과거에 전화로 콜택시를 부를 때 내던 호출료(콜비)가 부활한 셈이다.   그럼 지브로가 승차거부를 해결사 노릇을 할 수 있을까. 12월8일 밤 서울 이태원을 찾았다. 기자가 이태원역 2번 출구 앞에 섰을 때 시계는 자정을 막 넘어 12시45분을 가리켰다. 목요일에서 막 금요일로 넘어간 시간이었다.  이날은 한산했다. ‘불목(목요일에 불타게 놀자는 뜻의 신조어)’이란 단어가 무색해 보였다. 그렇다고 택시를 쉽게 잡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주변에 있던 한 여성은 친구에게 “이 때가 진짜 택시 안 잡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한 흑인 여성은 길가에서 손짓을 했으나, ‘빈차’ 표시가 뜬 택시 세 대가 그냥 지나쳐버렸다. 여성의 뒤에는 “장기정차 승차거부 금지”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어떤 택시기사는 차를 세운 채 주변을 서성거리며 “강동이나 송파 갑니다”를 계속 외쳤다.  
12월8일 밤 1시경 이태원역 2번출구 앞에서 네 차례 '빈차조회' 기능을 써서 택시를 불렀으나, 모두 "택시 호출에 실패했습니다"란 메시지가 떴다. © 시사저널 공성윤

 

‘불목’의 이태원, 콜비 내는 기능 써도 택시 안 와

 1시가 지났다. 지브로를 눌러 목적지를 홍대입구역(이태원으로부터 약 7km)으로 설정한 뒤 ‘빈차조회’를 눌렀다. 주변 1km 내에 있는 택시를 직접 골라 부를 수 있는 기능이다. 스마트카드 관계자는 “콜비는 빈차조회 기능을 이용할 때만 낸다”면서 “차량 선택에 따른 ‘이용료’ 개념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에 빈 택시가 5대 떴다. 그들을 차례대로 불러봤지만 4번의 호출 동안 응답은 없었다. 카카오택시와 차별화된 기능이라고 하지만 결국 이용할 수 없었다. 목적지를 그대로 둔 채 ‘빠른호출’을 눌렀다. 카카오택시와 똑같은 기능이다. 주변 택시를 자동으로 검색해 불러준다. 곧 “3분 뒤 도착 예정입니다”란 메시지와 함께 택시가 잡혔다. 기다리는 동안 기사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낼 수 있다.    택시기사 정연교씨는 “지브로를 통해 다섯 번 정도 손님을 받아봤는데, 쓰기 편리하다”고 말했다. 지브로는 카드결제기에 자동 탑재돼있다. 내비게이션 기능도 같이 제공된다. 정씨는 “카카오택시는 콜이 너무 자주 뜨고 사용하는 기사들도 많다 보니 오히려 불편하다”고 했다. 정씨는 “기사가 목적지를 모른다면 승차거부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장거리 운행 기회를 놓칠 수 있지 않나’라고 묻자, 그는 “단거리 손님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답했다. 
기자가 탑승한 택시 내부 모습. 택시에 기본적으로 장착된 카드결제기(오른쪽)를 통해 '지브로' 앱을 이용할 수 있다. © 시사저널 공성윤

 

부정적 의견도 속출… “목적지 모르는데 어떻게 태우나”

 밤 2시10분 홍대 앞 삼거리. 이번엔 앱을 쓰지 않고 빈차를 잡아탔다. 택시기사 A씨는 “지브로는 쓸 줄도 모르고, 써본 적도 없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지브로에 대해 알려주자 이씨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목적지를 모르는데 손님을 어떻게 태우나”라며 “낮에는 물론 밤에도 1만원 이하의 거리는 가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콜비를 받을 수 있다고 해도 요즘 민망하게 그걸 어떻게 내라고 하나”라며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승차거부 문제에 대해 물었다. A씨는 “그 전에 승객들부터 태도를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콜을 불러놓고 자리를 옮기거나, 택시가 왔는데도 기다리게 하고, 큰길이 아닌 골목에서 불러 헷갈리게 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기자는 전날(12월7일 목요일)에도 지브로를 써봤다. 이날은 앱의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전이라 목적지가 기사에게 표시됐다. 서초동에서 빈차조회를 두 번 시도했지만 택시를 호출하는데 실패했다. ‘빠른호출’을 사용해 밤 12시30분에 택시를 잡았다. 기사 이원재씨는 “콜비 몇 천원 더 받으려고 부르는 대로 가는 기사는 없을 것이다, 멀리 있는 손님 태우러 가서 받는 인센티브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승차거부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때문에 발생하는 일시적 현상”이라며 “지브로가 이 불일치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개인택시는 개인사업자인데, 서울시가 앱을 통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는 말도 덧붙였다.  마포구청 앞으로 이동한 뒤 저녁 7시경 지브로를 시도해봤다. 기사 이승훈씨는 “궁금해서 한번 (지브로 콜을) 받아봤는데, 다신 안 받을 것 같다.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조작의 불편함 △부정확한 내비게이션 △승객에게 전화걸기 어려움 등을 지적했다. 이씨는 “목적지를 모르고 태우러 갔는데 대전 가자고 하면 어떡하냐”며 “앞으로도 계속 카카오택시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카드 관계자는 “아직까지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다만 내년 3월까지 시범 운영 중인 점을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4월에 본서비스가 시작되면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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