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간《지구위에서 본 우리 역사》낸 환경역사학자 이진아 작가
“환경변화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작가는 “환경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흥망성쇠가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장황한 역사 얘기가 뒤따를 줄 알았다. 하지만 작가는 시점을 바로 오늘날로 당겼다. 그는 해운대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해운대는 옛날에 온통 모래밭이었어요. 지반이 단단하지 못하단 뜻이죠. 게다가 지진재해에도 취약해요. 쓰나미가 덮칠 가능성도 있죠. 그런데 지금 해운대에 뭐가 있죠?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 건물이 즐비해요.”
- “왜 갑자기 해운대죠?”
“해운대의 풍경이 환경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건축술에만 의존한 결과란 걸 말하고 싶어요. 지금 우리나라 건축업자들은 환경의 영향을 거의 신경 쓰지 않아요. 포항에서 났던 대규모 지진이 큰 피해를 미쳤던 것도 같은 이유에요.”
- “내진설계로 대비하면 될까요?”
“그러려면 건물의 높이만큼 철심을 깊이 박아넣어야 해요. 제대로 시공했는지 감리하는 것도 어렵고요. 돈도 굉장히 많이 들어요. 건물을 예로 들었지만, 환경변화는 건물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사회 전체를 바꾸고, 역사를 만듭니다. 벌써 환경변화에 따른 사람들의 긴장감이 최고점을 지났어요. 이젠 대응 방안을 찾을게 아니라 적응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 “그 방안이란 게 뭔가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무조건 높고 큰 것, 빠른 것… 이런 것들이 최고란 인식을 버려야 해요. 외형 확장에 따른 위험을 고려할 때입니다. 또 그 뒤에 누군가의 경제적 이익이 숨겨져 있지 않은지 생각해봐야 해요. 즉 경제 패러다임 또한 바꿔야겠죠.”
- “패러다임 전환이 말처럼 쉬울까요?”
답변엔 조금도 머뭇거림이 없었다. 그 이유에 대해 작가는 “젊은 분들은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살지 않는다”면서 “틀에 얽매이지 않고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도심을 피해 농촌에 정착하고, 욜로(YOLO․현재의 행복을 우선시하고 소비하는 태도)가 유행하는 등 이미 새로운 패러다임이 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도 원치 않으면 하지 마세요.” 일견 파격적일 수도 있는 말을 작가는 서슴없이 꺼냈다. 그는 “미혼률이 높아져 인구가 줄어들어도, 인간은 그 변화에 또 적응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환경 변화 적응의 일환으로 인구 조절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이미 진행되고 있습니다.”
“남태평양에선 수많은 섬 문명이 일찍이 사라졌습니다. 기후변화로 식량이 줄어들고 환경이 파괴됐기 때문이죠. 이 와중에 티코피아(Tikopia) 섬 사람들은 3000년 넘게 살아남았습니다. 인구를 제한했거든요. 끔찍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영아살해를 했습니다. 엄마가 젖을 주지 않고 가만히 놔둬 저체온증으로 사망하게 하는 식이었죠. 물론 지금은 피임하는 방법이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