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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의 수상한 도시개발 사업 시행자 지정

고양시가 벽제동 목암지구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자본잠식상태로 수백억원대 손실을 안고 있는 결손법인 S산업개발을 시행사업자로 지정한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벽제 목암지구 항공사진 모습.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주택건설회사가 있다. 다음해 2억5000만원을 증자해 자본금 3억원짜리 회사가 된다.
 

10년동안 이 회사는 결손법인인 상태였다. 결손법인은 당해연도 당기 순이익이 전혀 없는, 즉 이익은 없고 손실만 있는 회사라는 뜻이다. 이 회사는 10년동안 인건비와 경상비 지출, 차입금만 있었을 뿐 주택건설과 관련한 사업 시행 실적은 없었다. 당연히 결손금은 해마다 늘어만 갔다.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의 부채 규모는 1894억여원으로, 미처리 결손금만 553억여원에 달한다. 자본금 3억원은 이미 잠식 당한지 오래인, 재무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회사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회사는 2014년 7월 고양시로부터 4400억 규모의 도시개발사업 시행자로 지정받는다.


재무건전성 ‘제로’인 회사가 4400억대 사업 따내 주목

사업시행자로 지정받았던 당시 이 회사의 재무제표를 살펴봤다.
 

부채는 당시 1188억여원, 미처리 결손금은 381억여원에 달했다. 이 회사가 땅을 매입해 아파트를 건설해 갚겠다고 금융권 등으로부터 대출받았던 부채를 정산했을 경우에도 회사는 381억여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는 의미다. 당연히 수천억원대 도시개발사업 시행자로서의 자격에 의문이 뒤따를 수 밖에 없는데도 고양시는 4400억원대의 도시개발사업 시행자로 이 회사를 선정해준다.
 

고양시 도시정비과는 이에 대해 “관련 서류에 미비점이 없으면 통상 인허가를 해줄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도시개발법상 결손법인이라고해서 사업시행을 하지 못한다는 규정은 없으며 회사의 재무상태까지 챙겨봐야할 의무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수천억원대 규모의 사업시행을 하는데 있어 회사 창립이래 사업시행을 해본 적도 없으며 계속해서 결손만 나고 있는 회사를 어떻게 사업자로 지정해주었느냐에 대한 고양시청 인허가 담당자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2014년 9월 당시 해당 구역 토지소유자중의 한 명인 A씨는 고양시청에 S산업개발이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직후 고양시의 도시개발사업시행자 지정과정에서 사업수행능력여부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A씨는 “자본금 3억원대의 회사가 4400억대의 도시개발사업 시행자로 지정받아 사업수행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우려되며, 내자 2500억원, 외자 1900억원을 유치하겠다는 회사 측의 입장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인허가 과정상의 문제를 제기했으나 고양시는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민원을 묵살했다.


고양시 “규정대로 처리한 만큼 문제 없다”

고양시가 말하는 도시개발법상 시행자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도시개발법은 ▲「주택법」 제4조에 따라 등록한 자 중 도시개발사업을 시행할 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자(「주택법」 제2조제12호에 따른 주택단지와 그에 수반되는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토목공사업 또는 토목건축공사업의 면허를 받는 등 개발계획에 맞게 도시개발사업을 시행할 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자로 시행자의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법 시행규칙 제13조는 도시개발사업시행자 지정신청일을 기준으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따라 공시된 해당 연도의 손익계산서상 당기순손실이 발생하지 아니한 법인일 것. 이 경우 해당 연도의 손익계산서가 공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직전 연도의 손익계산서에 따른다라고 사업시행자의 경영 건전성 기준을 살펴보도록 하고 있다.
 

수천억원대의 도시개발사업을 시행함에 있어 시행자의 재무 건전성을 꼼꼼히 살피도록 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부실기업이 사업인가 후 부도 등으로 건설이 중단될 경우 서민들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그러나 고양시는 해당 건설사의 사업자 지정을 해주면서 사업시행자인 S산업개발을 도시개발법상 주택법이나 건설산업기본법에 제한을 받는 법인으로 보지 않고 ‘도시개발구역의 국공유지를 제외한 토지면적의 3분의 2 이상을 소유한 자’로 보아 재정 건전성을 살펴보지 않아도 되는 시행사로 판단해 사업자 지정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S산업개발이 추진중인 벽제동 목암지구 공사 현장 모습.



일선 지자체 “도넘은 자의적인 재량행위”

고양시의 논리는 해당 건설사가 사업자 지정 신청 당시 해당 토지의 3분의 2 이상을 소유한 토지 소유자로 도시개발법 11조 1항 5호의 요건을 충족해 정당한 절차에 따라 사업자로 지정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도시개발사업이란 토목공사에 의한 개발방식으로, 토목건설사업에 적합한 요건을 갖춘 사업자가 시행자로 참여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이를 토지소유의 개념으로 보아 사업시행자로 지정해준 것은 법적용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4400억원대의 도시개발사업을 시행하는 회사의 사업비 및 자금조달계획 등을 제출받았던 고양시가 회사의 재무제표조차 살펴보지 않은채 사업승인을 해준 것에 대해서는 특혜 시비가 일 수도 있다는 것이 도시개발사업을 담당하는 타 지자체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도내 P시 도시개발부서의 한 간부는 “도시개발법상 시행사의 부도 등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가 많아 시행자로서 요건을 갖춘 적격자 판단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므로 결손법인의 경우 배제되는 것이 일반적인 일처리 방식”이라며 “결손법인인 시행사를 토지소유자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사업자 지정을 해 준 것은 주민의 피해는 염두에 두지 않은, 자의적인 재량행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S시의 간부도 “결손법인은 시공능력에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으므로 서민 피해와 직결될 수 있는 도시개발사업의 특성상 적격자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는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의문을 표했다. 
당초 2018년 12월말 준공예정이었던 목암지구 S밸리 공사현장. 사업시행자가 직접 건설해 공급하는 방식으로 사업권을 따냈지만 주택조합에 넘긴후 아직 착공조차 하지 못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해당 구역 첫 삽도 못 뜨고 있어 서민 피해 ‘明若觀火’

목암지구 도시개발사업 시행자 지정 과정에서 고양시의 석연치 않은 행정처리로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적자 투성이였던 S산업개발이 ▲ 회사 설립이후 자연녹지지역이었던 해당 토지를 집중매입에 나섰던 배경과 ▲ 이후 목암지구 도시개발구역지정 및 개발계획 승인을 받게 된 경위 ▲ 토지구획 정리사업지구 폐지 및 도시개발구역 지정 등도 의문투성이다.

 

한편, 해당 지구는 사업시행자였던 S산업개발이 고양시로부터 2014년 7월 ‘사업시행자가 직접 건설해 공급’하는 방식으로 사업권을 따낸 뒤 지난 2017년 9월 돌연 주택조합에 토지를 매매해 실수요자 공급방식으로 사업이 변경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공사 착공조차 못한 상태로 알려져 주택조합원들의 집단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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