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는 10월13일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CBS 의뢰로 성인 51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 검찰이 진행 중인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의 각종 의혹 사건에 대해 65%가 ‘적폐청산’으로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치보복’이라는 의견은 26.3%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명박 정권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파헤쳐 온 검찰의 칼날이 최근 박근혜 정권으로 빠르게 옮겨갔습니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서 수사하던 ‘화이트 리스트’ 작성에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이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검찰의 화력이 더욱 수사에 집중될 것이라는 관측이 사정기관 안팎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의 수사 명분과 여건은 이미 조성된 상태입니다. 검찰은 현재 국정원과 청와대가 확보한 범죄 단서를 넘겨받아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범죄 단서를 손에 쥐고도 수사를 벌이지 않는다면 검찰은 직무유기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하며 야당이 파상 공세를 펴고 있음에도 검찰이 ‘공격 앞으로’를 외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 전 대통령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냐’는 질문에 “수집된 증거를 외면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검찰의 행보에 급제동이 걸렸습니다. 각종 공작의 실무를 주관했던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잇달아 기각됐기 때문입니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20일 오전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추 전 국장은 이명박정권과 박근혜정권 당시 정치공작을 주도한 핵심 인물로 꼽히고 있습니다. 친박·우파 단체로 꼽히는 어버이연합 사무총장 출신 추선희씨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도 기각됐습니다. 추씨는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부터 국정원과 공모해 각종 정치 이슈에 대한 정부 입장을 대변하고, 정부 비판 인사들을 공격하는 관제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아 왔습니다. 때문에 이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 역시 그 동안 각별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구속을 단초로 시작된 이명박정부의 적폐 수사를 박근혜정부로 확대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원이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잇달아 기각하면서 검찰의 수사 역시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검찰 측은 일단 영장 재청구를 검토 중입니다. 하지만 법원이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계속 기각할 경우 예봉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적지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