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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 내부서 금권 선거 의혹 잇달아 제기

 전체 회원 수만 300여만 명에 달하는 대한노인회 회장 선거가 금권으로 얼룩지고 있다. 7월28일 17대 회장으로 당선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사재를 털어 유권자들에게 수억원을 뿌렸다는 의혹이 내부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회장을 돕기 위해 이심 전(前) 대한노인회장이 부당하게 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선거 자체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이 전 회장이 물러나면서 실시된 보궐선거였던 만큼,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심 전 회장이 선거를 한 달여 앞둔 6월23일부터 10일 동안 유럽 연수를 떠난 점이 우선 문제로 지적된다. 5월31일 대법원으로부터 200만원의 벌금형을 확정받고, 회장 자격을 상실한 직후였다. 연수에는 회장 선거의 투표권을 가진 시·도 연합회장 16명과 노인회 임원 등 21명도 동행했다. 기자가 최근 만난 전·현직 노인회 관계자들은 “이중근 회장을 추대하기 위해 기획된 외유성 관광이었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8월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7대 대한노인회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회장 선거 전 유권자들과 유럽 호화 연수 논란

 이들이 ‘외유성’이라고 주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유럽 연수는 대한노인회 영국 지회 창립 기념식 참가가 목적이었다. 그런데 연수 공고문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영국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등 총 4개국을 방문했다. 참석자들에게는 3성급 이상 호텔 숙박비와 식사비, 통역비, 관광지 입장료 등이 지원됐다. 이 자리에서 이심 전 회장이 연합회장들에게 ‘이번 선거에서 이중근씨를 뽑아 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는 게 노인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당시 연수에 참가했던 연합회장 중 한 명의 증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9월11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연수를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이심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이중근씨를 추대하면 어떻겠냐’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230조는 특정 후보를 당선되게 할 목적으로 유권자에게 금전이나 향응을 제공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이심 전 회장은 “특정인을 뽑아 달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9월12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연수 도중 ‘대한노인회는 앞으로 연합회장이 중심이 돼 바로 나아가야 한다. 정치인이나 이기적인 사람이 (회장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식의 얘기는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는 이중근 회장과 함께 김호일 전 국회의원, 남상해 하림각 회장 등이 출마했다. 이 전 회장은 ‘호화 숙식’ 논란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그는 “연합회장들이 먼저 유럽에 갔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영국 지회에 가는 길에 유럽을 들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시 연수를 주관한 M여행사의 실무 관계자는 9월14일 “연수 내내 별 3개 반에서 4개 등급의 호텔이 제공됐다”면서 “런던에서는 별 5개 등급의 호텔에서 묵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별 5개는 가장 높은 등급이다. 문제는 이중근 회장이 유럽 연수 비용의 일부를 지원했다는 점이다. 공직선거법 230조에 따르면, 선거운동에 이용할 목적으로 선거구민의 행사에 금전이나 물품을 제공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이 회장은 유럽 연수에 동행하지는 않았지만 필요한 돈을 댔다. 기자가 만난 한 노인회 관계자는 “이중근 회장(당시 노인회 부회장)을 포함한 노인회 부회장 3명이 2000만원씩 총 6000만원을 냈다. 노인회 공금 4000만원도 추가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2016년 1월5일 ‘대한노인회 신년 하례식’에서 당시 이심 대한노인회장(왼쪽),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이중근 노인회 부회장(오른쪽)이 건배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영국 지회 창립 기념하는 공식 업무였다”

 이심 전 회장도 이중근 회장이 비용 일부를 댄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선거를 위해 (돈을) 낸 게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유럽 연수는 노인회 부회장 3명의 후원을 밑천으로 해서 간 것”이라며 “노인회의 공식 업무였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회장 선거가 시작되자 당시 이중근 후보 측에서 직접 돈을 뿌린 정황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노인회의 한 관계자는 “(이중근 회장이) 부영의 각 지사 임원들을 동원해 (시·군·구의) 지회장들에게 금전을 살포하고 회유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 근거로 노인회 관계자들의 통화 녹음파일을 제시했다. 해당 통화는 노인회 고위 관계자 A씨가 선거를 이틀 앞둔 7월26일 밤 10시에 지회장 가운데 한 명과 나눈 것이다.


지회장: “현재 이중근이 표가 많이 안 나갈 것 같애. 돈을 200만원 이상씩 뿌렸어요.”

A씨: “아, 그럼 ○○지방만 뿌린 게 아니라 다른 지역도 다 200만원씩 뿌렸나요?”

지회장: “그건 나도 모르죠. 그건 다른 데서 정보를 들어야지. ○○만 알지. 내가 다른 데를 어떻게 알겠습니까?”

A씨: “○○은 연합회장에게 돈을 줘서 다 했다는데, 연합회장이 받아서 지회장님들한테 나눠주셨군요?”

지회장: “다른 사람 시켜서 나눠줬는데. 나는 안 받았어요, 나는. 나는 바른말 해서 안 받았는데….”

 이에 대한 검증이 어떤 식으로든 필요할 전망이다. 특히 이 회장은 선거 기간 동안 “각급 회장과 임직원에게 활동비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이 공약을 지켰다. 회장으로 당선(7월28일)된 지 6일 뒤인 8월3일, 시·도 연합회장 16명과 시·군·구 지회장 245명 등 유권자 261명에게 1인당 100만원씩을 지급했다. 모두 2억6100만원이다. 문제는 이 돈이 노인회 공금이 아니라 이 회장 사비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노인회의 한 관계자는 “사비를 털어 유권자를 매수한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한 전직 노인회 관계자는 “노인회의 각급 회장 자리는 무보수 명예직”이라며 “이 사람들에게 지급되는 현금은 아편과도 같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중앙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9월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후보자는 일체의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고 공직선거법 113조에 명시돼 있다. 추가로 확인해 봐야겠지만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한 기부행위로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노인회는 보건복지부 산하의 공직유관단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로부터 18억36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각 시·도에 연합회 16곳, 시·군·구에 지부 245곳, 읍·면·동에 분회 2031곳을 두고 있다. 해외에도 18개 지회를 운영하고 있다. 총 회원 수가 300만 명을 넘다 보니 영향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대한노인회는 그동안 기초노령연금 등 노인을 위한 정책이 시행되는 데 큰 역할을 해 왔다. 선거철에는 노인회 표심을 잡기 위한 후보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19대 대선을 앞두고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가 노인회를 방문했을 정도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 부인 김정숙 여사가 대신 찾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인사청문회 당시 “노인회에 세제 혜택을 주는 법안을 내고, 노인회 간부에게 정치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2016년 2월4일 대한노인회 회원들이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왼쪽). 6월12일 대한노인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해외지부 창립준비 방문 여행사 선정’ 입찰공고문의 일부. 당시 해외 방문 연수에 이중근 부회장의 돈 2000만원 등 총 1억1000만원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 사진=연합뉴스·대한노인회 홈페이지 캡처

 

이중근 회장, 공약 지키려고 사재 털어

 그런데 공직선거법은 대선과 총선, 그리고 지방선거에만 적용된다. 다시 말해 노인회장 선거 후보가 특정 의도를 갖고 유권자에게 이익을 제공했다고 해도, 법적 책임을 묻지는 못한다는 얘기가 된다. 다만,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대한노인회 자체 규정에 따라 이사회를 열어 부정행위를 처벌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대한노인회의 ‘선거관리 규정’ 25조는 “선거와 관련해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것을 약속하는 행위를 해선 안된다”고 했다. 하지만 노인회 일각에서는 “의혹의 당사자가 회장이 된 상황에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대한노인회 측은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짧은 답변만 내놓고 있다. 중앙회 사무처 관계자는 “유럽 연수는 해외 지부 활성화 사업에 따라 총 예산의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다만 경비가 많이 들다 보니 여력이 있는 부회장 세 분이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내서 부족분을 채웠다”고 답했다. 그 외의 의혹에 대해 관계자는 “아는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중근 회장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부영그룹 고위관계자는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9월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기자를 찾아와 해명했다. 22일에는 기사에 대한 입장문을 보내왔다. 다음은 입장문 전문이다. 

이심 전 회장이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시·도 연합회장과 노인회임원들과 같이 6월 유럽 연수를 떠날 당시 이심회장은 본인의 회장직 상실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으며 7월4일 보건복지부의 통보로 본인의 회장직 상실을 인지했고 7월10일 자신의 거취를 발표 했습니다. 따라서 이심회장이 유럽 연수 중 연합회장들에게 이중근 부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뽑아달라고 한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으며, 사실이 아닙니다. 

 

이중근 회장은 7년 동안 대한노인회 부회장으로서 100억원 상당의 무주대한노인회 연수원 기증, 노노케어사업 5억여원, 대한노인회 기부금 6억여원 등 그동안 대한노인회에 대한 기부 및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당시 부회장이였던 이중근 회장은 부회장의 자격으로 2명의 부회장들과 함께 연수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했습니다. 따라서 이중근회장의 유럽연수 비용 지원은 부회장으로서 지속적으로 해 온 노인회 공식 지원의 연장선이었습니다.

 

선거 운동 당시 부영의 각 지사임원들을 통해 지회장들에게 금전을 살포하고 회유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언제,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지원했는지 육하원칙에 따라 근거를 밝혀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중근 회장은 연합회장과 지회장들이 노인회와 노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국고지원이 부족하여 활동비를 사비로 쓰는 등 큰 애로를 겪고 있는 현실을 알고 국고지원이 이뤄질 때까지 사비로 라도 활동비를 지원하겠다는 선거 공약을 했고, 나머지 2명의 후보들도 동일하게 내세운 공약 내용 이였습니다. 당선 후 당선자의 신분으로 이 공약을 지키고자 이 회장은 사비로 지원을 했을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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