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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미사일 개발비용 어디서 나왔나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20기 이상의 다양한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극성-2 미사일, 스커드 개량형 미사일, KN-15계열 추정 미사일, 북극성-2형 미사일, 지대공·지대지·지대함 복합미사일, 화성-12형·화성-14형 미사일 등등. 그리고 9월3일 규모 5.7의 인공지진을 발생시킨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이 많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시험발사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2016년 말 기준 북한 국방비가 GDP(국내총생산) 대비 세계 1위였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산하 한·미 연구소는 국방부 통계를 인용해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최소 10억 달러(약 1조1200억원)에서 최대 30억 달러(약 3조3600억원)를 사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국방부는 김정은이 집권한 2011년 말부터 2016년 7월까지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31발에만 9700만 달러(약 1090억원)가 소요된 것으로 추산했다. 단거리 스커드 한 발이 100만~200만 달러(약 11억2200만~22억4500만원), 중거리 무수단 한 발이 300만~600만 달러(약 33억6800만~67억3400만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한 발당 500만~1000만 달러(약 56억1200만~112억2400만원) 등이었다.

 

평양의 김정숙 실크공장에서 북한 여성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 사진=AP연합


 

해외서 자금 조달하기 쉽지 않은 상황

 

사회주의 체제의 특성상 핵심 생산 수단인 인건비뿐만 아니라 토지비용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적다는 점을 감안해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핵·미사일 개발에 들어간 셈이다. 2012년 은하 3호 발사를 참관한 러시아 우주과학아카데미 소속 유리 카라슈 박사는 “(미사일과 위성 제작에) 대략 5000만〜6000만 달러(약 604억〜724억원)가 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2013년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북한 노동당이 내부 강연에서 “(미사일 발사에) 3000만 달러(약 362억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 2000년 북한을 방문한 한국 언론사 사장단에 로켓 한 발을 쏘는 데 “2억~3억 달러가 든다”고 말했다. 핵무기를 반대하는 국제민간단체인 ‘글로벌제로(Global Zero)’는 지난 2011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0년 한 해 북한이 핵무기와 관련된 연구·개발·조달·실험 운영 유지, 성능개선 등 핵심비용만 5억〜7억 달러를 사용했다”며 “매년 이 같은 수준의 비용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기관이나 전문가에 따라, 또는 무기 종류와 개발 단계에 따라 추정 비용이 다르지만, 최근 몇 년 동안만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많게는 수십억 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이런 많은 비용을 어떻게 조달한 걸까. 분명한 점은 북한의 종합적인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이 지속적으로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국제사회가 부과한 고강도의 제재로 인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임을 고려하면, 결국 내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내부 투자를 장려하고, 시장 활동을 적극 추동해 내수 시장을 키워왔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유휴화폐를 환수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왔고, 시장 활동에서 생기는 수익들을 각종 세금과 사용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재정으로 환수하는 조치들을 취해 왔다.

 

근로자들을 해외에 파견해 벌어들인 수익도 당 자금으로 흡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외화벌이 사업들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 모두가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되었다고 보는 것도 다소 무리가 있다. 북한 경제는 군수경제와 인민경제가 분리되어 있고, 군수경제만 전담하는 제2경제위원회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런 군수경제 전담조직과 외화벌이 회사들이 벌어들인 돈이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핵·미사일 개발 및 생산 조직들 가운데 핵심 기관들은 중앙에서 예산지원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경제난이 극심해 재정이 거의 고갈되었을 때도 북한은 핵심 군수공장에 대한 예산지원을 중단하지 않았다.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시장화 진전, 건설업 활성화, 전력 생산 증가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서 국가예산 수입도 증가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올해 국가 예산수입이 지난해 대비 103.1% 늘어난다고 보고, 국가 예산지출을 105.4% 늘려 잡았다. 지출 총액의 15.8%는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국방비’로 책정되어 있다. 이는 적어도 핵·미사일을 개발·생산하는 핵심 기업들은 중앙에서 예산지원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북한의 공장에는 작업을 독려하는 선전구호들이 곳곳에 걸려 있다. © 사진=AP연합


 

향후 핵미사일 마구 쏠 수 있을지 의문

 

나머지 군수기업들은 재정지원을 받지 않더라도 이미 오래전부터 자력갱생 시스템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공정별 설비생산과 조달체계를 구축해 원료·자재에서 최종제품에 이르는 일체화된 생산체계가 갖춰져 있다.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영향으로 돈줄이 차단된 군수기업들은 외화벌이에 총력적으로 매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은 지난 2013년 처음으로 경제-핵개발 병진노선을 내세우면서 핵보유를 통해 무한한 군비경쟁에 종지부를 찍고, 그 기술과 재원으로 인민생활 향상에 복무하는 ‘경제건설’에 보다 초점을 두려 했다. 이는 2013년 3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병진노선의 참다운 우월성은 국방비를 추가적으로 늘리지 않고도 전쟁억제력과 방위력의 효과를 결정적으로 높임으로써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 힘을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데 있다”고 강조한 데서도 의도가 드러난다.

 

애초 의도대로 되려면 핵 무력이 어느 정도 완성단계에 진입한 만큼 이제는 경제건설에 매진해야 한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의 이런 셈법과 달리 국제사회는 북한의 돈줄을 차단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북한 경제를 고사시킬 수도 있는 초강력 제재 조치들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향후 북한 내 자금도 갈수록 고갈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지금처럼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는 핵미사일을 마구 만들어 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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