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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완 전 하나금융회장과 박재경 직무대행 양자대결…9월27일 주총서 추인
'내부 적폐' 대신 '낙하산 외부 인사' 고육책?
지난 7월21일 BNK금융지주 회장 선임을 위한 공모가 공고되기 며칠 전에 BNK회장 선임을 앞두고 출처를 알 수 없는 괴문서가 나돌았다. 문건 첫 페이지에는 '더불어민주당 정권과 협력이 잘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고, 마지막 문장은 '…외부 금융전문가를 BNK금융그룹 회장으로 모셔와야 한다'로 끝을 맺고 있다. 이 괴문서를 단독 입수한 부산지역 유력일간지 부산일보는 "…대부분의 부산은행 관리직 직원들은…새로운 외부 리더를 원하고…'라고 명시되는 등 BNK금융그룹 최고 경영진 그룹인 내부 인물들에 대한 비방에도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같은 보도 이후, 부산지역 시민단체와 부산은행 노조가 기자회견과 집회를 잇달아 열어 '낙하산 인사' 반대 운동에 나서면서 BNK금융지주 신임 회장 선출을 둘러싼 논쟁은 후끈 달아올랐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7월26일 마감된 회장 공모에는 지원자가 16명이나 몰려 과열 현상을 부채질했다. 신청 마감 직후부터 후보군 가운데 주목을 받은 외부인사가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인 그는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경제정책 자문단에 참여한 친여권 인사다. 2008년 하나대투증권 사장을 시작으로 하나금융지주 부회장(2008~2012년)과 하나금융 상임고문(2012~2013년)을 역임했다. 은행 업무를 모르는 김 전 부회장이 갑자기 부상하면서, 괴문서에 나오는 '외부 금융전문가'의 해당 인물로 더욱 화제에 중심에 섰다.'동아대 vs 부산상고' 구도…학연 적폐 청산 과제
예상대로 숏리스트(예비 적격후보)에 오른 인물 가운데 박재경 BNK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과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지난 8월17일과 21일 두차례 임추위 회의에서 6명의 이사 가운데 3명씩 지지를 받으며 팽팽하게 맞섰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16일 보석을 신청했다가 기각된 성세환 BNK 회장(65)이 8월22일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새로운 기류가 형성됐다. 동아대 상대 출신인 성 회장이 동문인 직계 후배 박 직무대행을 지지할 것이란 소문도 나돌았다. 또 BNK금융지주 사외이사인 차용규 전 OBS경인TV 대표가 김 전 부회장을 지지하는 한편 이봉철 롯데그룹 경영혁신실 부사장은 롯데그룹 의중과 무관하게 박 직무대행을 지지한다는 얘기도 떠돌았다. 지역경제계가 온통 BNK금융지주 회장 선임 논란에 휩싸이자 서병수 부산시장, 백종헌 부산시의회 의장, 조성제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8월30일 BNK 장기 경영공백사태 조기 정상화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결국 임추위는 회장 선출을 위한 3번째 모임에서 오전에 이어 오후 5시간여에 걸친 긴 토론 끝에 김지완씨를 후임 회장으로, 박재경 직무대행을 사장으로 선출하는 묘안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부산상고(김지완)와 동아대(박재경) 인맥으로 나뉜 학연에 얽매여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BNK금융지주가 '낙하산 인사'와 '적폐 청산'이란 안팎의 거센 손가락질을 어떻게 잘 수습해 나갈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그 첫 관문은 임추위의 결정을 추인하게 되는 오는 9월27일 열리는 주주총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