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락의 풍수미학] 가야사 연구∙복원 다시 이뤄질까…문화재청, 가야고분군 최종 등재 신청 준비 중
최근에 문재인 대통령은 가야사 연구와 복원에 대한 국정과제로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화재청은 2015년 3월 가야고분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 등재 추진대상으로 선정했고, 2018년 최종 등재 신청을 준비 중이다. 가야고분군은 대가야의 왕릉인 고령 지산동고분군(사적 79호), 금관가야의 왕릉인 김해 대성동 고분군(사적 341호), 아라가야의 왕릉인 함안 말이산고분군(사적 515호) 등이 있다. 지금까지 가야사의 연구와 복원사업은 고 김대중 대통령 시절부터 활발히 진행돼 왔다. 당시에는 DJ(김대중 대통령)를 비롯해 JP(김종필 총리), 김중권 비서실장 모두 김해김씨 시조 수로왕의 후손이었던 관계로 가야문화권중 금관가야의 김해 대성동 고분군을 중심으로 한 문화재 발굴과 복원사업이 활발히 진행됐다. 이어서 고 노무현 대통령 때도 중요성을 인식하고 계속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예산부족과 정치적 배경으로 인해 중단되었다. 가야문화권역은 처음 경상도지역에서 시작되었지만 5~6세기에 이르러서는 전라도 동부 지역(진안∙장수∙임실∙남원)까지 가야연맹의 세력이 뻗쳐진 것으로 밝혀졌다. 현존하는 가야고분군은 그 시대의 문화유산이자 흔적이다. 지금까지 가야문화권의 복원은 고분군의 주변 환경 조성과 유물발굴에 따른 매장 문화적 자취를 재현한 공공박물관의 건립에 주를 이뤘다. 따라서 세계유산 등재를 목표로 한다면 고분군의 입지공간에 대해선 우리 한국학인 풍수지리를 적용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고분군의 입지는 어떠한 공간에 터를 이루고 있는지, 그곳의 터 잡이에 우리 고유의 사상이 내재되어 있는지, 고분군 공간이 갖는 인문학적 가치는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등이다. 이러한 점들은 가야고분군이 인류가 보존해야할 세계유산이라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지표가 된다.
먼저 가야고분군이 입지한 공간의 터는 3곳 모두 주산의 용맥을 받고 있는 산진처에 자리해 있다. 대가야의 지산동고분군은 백두대간맥서 분맥한 수도지맥이 고령의 주산(310m)으로 이어져 산진처를 이룬 곳이며 금관가야의 대성동고분군은 백두대간맥서 분맥한 낙남정맥의 분성산(180m)이 산진처를 이뤘고, 함안군 아라가야의 말이산고분군도 낙남정맥의 조남산(139m)이 산진처를 이룬 것으로 나타난다. 풍수지리학에서 산진처의 입지공간은 태조산에서 주산으로 이어진 용맥이 끊어지지 않은 산세이므로 강한 역량의 지기를 머물고 있는 터가 된다. 이러한 공간의 터 잡이는 지기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받기 위해 주산의 용맥이 입수하여 혈처를 이룬 곳을 정한다. 이때 내룡맥이 비룡입수나 직룡입수 형태에 따라 터의 역량은 차이가 있다. 다음 고분군의 터 잡이를 보면 지산동고분군은 주산의 중심용맥이 고산룡(山岳龍)을 이루는데, 표고 200m 산 정상 봉우리로 비룡입수(飛龍入首)한 곳은 대형고분이다. 다시 용맥이 뻗어 내린 표고 150m 중간지점의 직룡(直龍)입수 터는 중형고분이 있다. 그리고 아래쪽으로 다시 뻗어나간 용맥이 머문 표고100m 지점에는 작은 고분이 자리한다. 대성동고분군은 평양룡(平洋龍:평지에 낮은 언덕형태로 이어진 용맥)을 이룬 표고23m 언덕 형태이다. 이곳의 정상부에는 주용맥이 입수한 곳에 대형고분이 있고 작은 고분은 경사면에 형성된 가지맥을 의지하고 있다. 말이산고분군은 평지룡(平支龍:주산의 가지맥이 낮은 구릉지를 이룬 용맥)을 이룬 곳인데, 산정상부로 뻗어있는 주용맥이 비룡입수한 곳은 대형고분이 자리했고 가지맥이 입수한 곳은 작은 고분이 입지해 있다. 고산룡은 바람을 잠재우는 장풍형국을, 평양룡과 평지룡은 득수형국일 때 지속적으로 좋은 지기를 받는다. 3곳 모두 산과 물이 서로 조화를 이룬 명당형국이다.
그리고 고분군 규모에 내재된 매장문화의 인문학적 가치도 살펴야 한다. 지산동고분군이 높은 산정상 봉우리에 입지한 것은 그들이 신성시했던 자연 신(해∙달∙별)과의 교감을 위한 것이다. 죽은 자(왕)와 산의 신, 그리고 하늘의 신과 동격 관념에 따라 신이 머물고 있는 높은 공간을 추구한 것이다. 또 고분내의 주곽은 석곽묘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것은 산정상부는 석맥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높은 지대의 바람을 막고 같은 기를 오래도록 받고자 한 매장형태다. 그러므로 현존하는 고산룡의 대형 고분군은 천∙지∙인 사상이 내재된 공간을 뜻한다. 반대로 낮은 언덕과 구릉지에 각 각 위치한 대성동과 말이산고분군의 매장문화는 지모(地母)사상이 내재되어 있다. 이곳 고분안의 주곽 대부분은 낮은 언덕의 경우 목곽묘가, 구릉지는 토광목곽묘 형태로 나타난다. 이것은 높은 산능선에 형성된 용맥(암석)이 뻗어나가 산진처에 이르러 서서히 흙으로 변화되면서 낮게 형성된 공간에 흙과 융합되도록 매장함으로써 영혼생존을 이루고자 한 것이다. 특히 가야고분군의 발굴에서 나타난 순장(殉葬)풍습은 지배계층들이 사후세계에서도 생전에 누렸던 권력을 지속하려는 계세(繼世)사상이 내재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지산동고분군중 대형고분인 44호분은 지름이 27m 높이는 6m로 총 32기의 순장석곽이 조성되어 있는데 순장곽에는 22명의 순장자가 있었고 30호 고분(1995년 발굴)에는 8명의 순장자가 발견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봉분의 규모가 큰 이유는 한꺼번에 순장된 공간에 따른 것이다. 최근에 발굴된 518호분도 지름이 17m로 유력층의 무덤으로 주인이 묻힌 주곽(主槨)을 중심으로 부곽(副槨)과 순장곽 5기가 둘러싼 형태이다. 주곽의 발아래 부분은 부인의 묘이고 머리부분 방향에 있는 순장묘에는 호위무사와 칼이 있고 부인 아래에 3명이 둥근형태로 나란히 순장된 묘이다. 대성동고분은 주곽을 중심으로 부곽에는 사람과 말을 순장한 것도 특이하다. 이러한 순장풍습은 동시대의 신라왕릉서도 볼 수 없는 가야문화권만의 가치를 담고 있는 매장문화다. 가야문화권의 고분군에 나타난 입지와 터잡이는 산세와 지세에 따라 지기가 머문 곳에 혈처를 정하였고, 지배계층에 따른 역량의 터를 단계적으로 잘 선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오랜 세월동안 고분군이 현존하는 것을 볼 때 지속적으로 지기를 받고 있는 명당공간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비록 역사서에 제대로 언급되지 않는 국가지만, 가야고분군에 적용된 당시 우리의 토지관이자 입지관인 풍수사상들을 본다면 세계유산으로써의 가치를 응당 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