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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그룹 인수 이후 사실상 첫 당기순손실…지난해 광고선전비에 31억 쏟아부어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부산 소주 시장을 무학에 빼앗긴 대선주조가 지난해 30억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2011년 부산의 향토기업 비엔그룹에 인수된지 5년 만이다.  인수 당시 대선주조는 94억원의 당기순손실를 기록했다. 이후 매출 급감 속에서도 근근이 흑자 기조를 유지해온 터여서 지난해 대선주조가 적자를 낸 배경을 두고 갖가지 말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선주조는 지난해 330억5000여 만원의 매출과 28억3400여 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문제는 2011년 4월 1670억원에 대선주조를 인수할 당시 비엔그룹이 인수금의 10%만 직접 내고, 나머지 금액 1500억원은 산업은행과 부산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는 점이다.  


향후 실적을 내서 나머지 대출금을 변제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실적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회사 인수 초기인 2011년 555억원의 매출과 9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부산시민으로부터 외면받던 위기상황이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후 상황도 달라지지 않았다. 대선주조의 매출은 2012년 488억원(당기순이익 80억 여원), 2013년 415억원(4800여만원), 2014년 431억원(45억여원), 2015년 406억원(10억여원)을 기록했다. 2014년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깜짝 반등 것을 제외하면 내리막길을 걸어오다 2016년 매출이 300억원대로 내려앉은 것이다.  연이은 매출 하락 속에서도 대선주조가 흑자를 유지한 것은 대출 은행의 염려를 감안한 것이란 얘기들이 부산지역 경제계에 나돌지만, 실제 적자 발생시 대선주조가 은행권으로부터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대선주조의 재무재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광고선전비다. 대선주조는 지난해 31억2700여 만원을 광고선전비로 지출했다. 2015년에 비해 10억5000여 만원(34%)이나 늘어 난 수치다.  대선주조의 광고선전비는 비엔그룹이 인수한 다음해인 2012년 40억5000여 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후 광고비가 점차 줄었고, 시원블루와 순한시원을 각각 출시한 2014년(21억4000여만원)과 2015년(20억6900여만원)에도 20억원대 초반을 유지했다.  매출 급감 상황에서도 지난해 10억원이나 광고비를 늘려 잡은 것은 '좋은데이'를 앞세운 무학에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비엔그룹의 실제 사주인 조성제 명예회장(부산상의 회장)은 조우현 비엔그룹 상무를 1월 대선주조 대표이사 겸 전무로 투입했다. 조 대표는 비엔그룹의 유력 후계자로, 대학 졸업 후 ​그룹 자회사를 두루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 당시 박진배 사장과 투톱체제로 나선 조 대표는 부임 직후 시내 곳곳을 돌며 시민들을 대상으로 '3보1배'하는 읍소 마케팅에 들어갔다. '소주나 잘 만들지'라는 일부의 비아냥 섞인 시선에도 조 대표는 2015년  출시된 '순한시원'에 젊고 적극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했다. 
조우현 대선주조 대표 (출처: 대선주조 홈페이지)


이후 시원 대신 대선주조의 대표 브랜드가 된 '시원블루'의 리뉴얼 작업을 시작했고, 기존 도수를 0.6도 낮춘 16.9도의 '대선블루'를 탄생시켰다. 올해 1월 본격 출시된 '대선블루'는 대선(大選)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지난 6월1일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 1000만병을 돌파했다. 경쟁사인 무학에 안방을 내주고 전전긍긍하던 대선주조의 새로운 희망이 된 것이다.  실제로 대선주조는 이같은 '대선블루'의 호조에 크게 고무돼 있다. 부산소주 점유율이 지난 1월 20%에서 최근 30%로 올라섰다는 게 대선주조 측의 주장이다. 이러한 대선주조의 반등에는 경쟁사인 무학의 이미지 실추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제품 판매를 강요하는 각서를 작성토록 하는 최재호 회장의 '갑질 논란'에다 '타사 소주 불매' 조건으로 특정 시장에 소주를 팔았다는 '자갈치시장 각서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무학 측은 현재 안팎으로 수세에 몰려 있는 형국이다. 그에 따른 반발 여론이 작용하면서 대선주조의 판매율 상승이 이어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선주조도 지난 3월 공동대표 체제에서 조 대표를 단독 체제로 조직을 개편했다. 대선주조를 포함한 비엔(BN)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조의제 회장(조성제 명예회장의 동생)도 대선주조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주조는 지난해 28억원의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광고 선전에 올인했다. 올해 대선주조의 2세 경영체제를 본격 출범시키며 사실상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대선주조가 올해 손익계산서상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벌써부터 부산지역뿐 아니라 주류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선주조는...

 

대선주조는 1930년 7월 부산에 설립된 부산 토박이 소주 제조사다. 1982년 '선'(鮮)소주(25도)를 출시해 부산 소주시장을 장악한 대선주조는 1996년 6월 알코올 도수 23도 소주 '시원(C1)에 주류 업계 최초로 아스파라긴을 첨가해 숙취까지 줄인다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펼치며 창사 이래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이후 충북지역의 소주업체인 백학소주를 무리하게 인수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선주조는 1998년 IMF로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결국 2004년 롯데 오너가의 막내 신준호 회장이 운영하던 푸르밀에 넘어간다. 하지만 신 회장은 600억원대에 산 대선주조를 PEF운용사 코너스톤에쿼티파트너스에 3600억원에 되팔아 '먹튀 논란'을 일으키며 부산민심을 성나게 만들었다.  

 

민심 이반이 급격히 일어나기 시작한 상황에서 대선주조는 급기야 2006년 업계 최초로 16.9도 좋은데이를 출시해 순한 소주라는 신주류 문화를 개척한 무학에 밀려 부산 안방 시장을 거의 대부분 내주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지난 2011년 4월 대선주조를 인수한 비엔(BN)그룹은 2009년 출시된 '봄봄'을 대체하는 저도주 '즐거워 예'(16.7도)로 무학에 대응했으나 이미 꺽일줄 모르는 상승세를 탄 '좋은데이'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1930년대 대선주조 공장 모습.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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