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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재단 판박이 의혹’ 청년희망재단 이사 지낸 A씨 인터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200억원, 정몽구 현대차그룹회장 150억원, 구본무 LG그룹회장 70억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50억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30억원….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자료)

정부가 제안한 민간재단인 ‘청년희망재단’에는 10월부터 11월까지 재벌 총수의 참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대기업 임직원과 각 부처 공직자도 모금에 나섰다. 재단은 2015년 11월26일까지 약 942억원을 모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재단 설립을 제안한 지 약 세달 만에 달성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 재단의 모금과 운영 과정은 ‘미르․K스포츠재단’처럼 ‘관권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사실상 모금과 운용에 관여했다는 주장이다. 고용노동부는 “청년희망재단에 실무적인 지원만을 했다. 설립되고 나서는 의사결정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아울러 모인 자금이 비현실적으로 쓰였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순실씨의 측근 차은택씨가 재단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시사저널은 이 재단 이사를 지낸 A씨와 인터뷰를 했다. A씨는 “재단의 사업 90%가 이미 다 고용노동부와 다 논의해서 가져온 것”이라면서 “비현실적 사업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음은 A씨와 가진 일문일답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월 28일 서울 광화문의 청년희망재단을 방문해 청년들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청년희망재단에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무료봉사를 하고 싶었다. 노동부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대통령도 돈을 낸 재단이 있는데 해보지 않겠냐고 했다. 이게 비상근직이니까 급여가 없고 회의비용도 못 드린다고 했다. 내가 좋다고 해서 하게 됐다.  

재단 기부금이 급하게 모금됐다. 정부가 모금에 나섰다는 의혹이 있다.

 그런 것은 적어도 이사회에서 논의가 안 됐다. 황철주 청년희망재단 이사장(현재 사임)도 그건 모를 거다. 모금이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말이다.  

노동부가 설립부터 이후 운영까지 관여했다고 봐야 하나.

 일단은 그렇다. 우리 이사들이 일을 이거 하자 저거 하자 해서 가져온 건 거의 없다. 올해까지 90%가 노동부와 사무국이 논의해서 재단으로 가져왔다. 재단이 노동부 안(案) 그대로 계획을 가져오는 식이다. 이사진들은 계획을 짜오면 ‘된다’ ‘안 된다’에 관해서만 논의했다. 일하는 방향을 이사진에게 물어보고 해야 하는데 재단 사무국 측은 추인만 하라고 했다. 사실 너무 급해서 그렇다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가지고 이사회와 사무국의 갈등이 있었다.  

청년희망재단 이사회 때 운영에 대해 이사진이 문제제기를 했던데.

 일을 사무국이나 노동부 선에서 계획 뿐 아니라 실행안까지 다 만들어 놓고 보고만 한다는 식으로 나오니 우린 들러리 아니냐라는 말이었다. 이런 건 (이사회에서) 검토를 해야 하는데 (사무국 측에서) 시간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저희가 이런 사업에 이런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말하면 그게 노동부 사업하고 일치하지 않는 것을 찾다보니 그렇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 재단 사무국장이 아무래도 노동부 입장을 해명하는 스탠스였다.  

재단이 추진한 것 중 비현실적인 사업이 많았다고 했는데 예를 들자면 어떤 것인가.

 사업을 단기간에 많이 하려고 하니까 비현실적으로 돼 있었다. 예를 들어 다른 이사는 (예체능계 출신 취업 준비자 중) 게임 기획자를 한 달 만에 교육해서 만들겠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런 식이라면 취업 못할 사람이 없다는 얘기였다. 모르는 사람이 게임 만드는 프로그램 하나를 배우려고 해도 6개월이 걸리는데 이걸 어떻게 한 달 만에 교육시켜서 게임개발자를 만드냐는 게 그 분의 지적이었다. 당시 모바일 게임 회사와 양해각서(MOU)를 맺어서 취업시킨다고 했을 때 거기가 망하면 어떻게 하냐는 문제가 있었다. 모바일 게임 회사 중에서는 영세한 회사가 많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영세한 회사가 박봉에 청년들 일을 시켜서 열정페이 논란이 불거지면 어떻게 책임질 거냐는 얘기가 이사진들 사이에서 나왔다.  

청년희망재단이 성과로 홍보하는 취업자가 실제보다 적다는 이야기도 있다.

 MOU를 맺고 특정회사에 취업시키기로 했는데 실제로 맺은 만큼 취업 안 된 사례가 있었다. (그 사업을 미리 본) 이사들은 안 봐도 그럴 것 같았다. 사무국 쪽에서는 빨리 해야 된다고 해서 밀려가지고 승인하고 그랬다. 그나마도 하겠다는 사업들과 경상비를 이사장이나 이사들이 굉장히 줄여서 이 정도가 된 거다.  

방만한 운영도 있었다는 건가.

 원래는 사람도 더 많이 뽑고 사업도 많이 하려고 했는데 이사회가 최대한 말썽 날 사업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해서 그 정도다. 국민 혈세인데 직원을 너무 많이 뽑아서 경상비를 늘려놓으면 사업을 해서 청년에게 도움 줘야 할 돈이 직원 인건비로 나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사무국 측에서는 이게 최소한의 인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사회 당시 자료는 어떻게 보고받았나. 지금 가지고 있는 게 있나.

 이사들한테 자료가 없다. 사무국 측에서 이사들에게 검토만 하라고 하고 자료도 종이로 보여주고 가져갈 때가 많았다. 저희(이사진)들한테 주는 자료는 없었다.  

실효성 없는 사업과 관권개입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했나.

 해외 인턴이나 양복 대여사업 등 청년들이 고마워하는 부분들은 제가 봤다. 여기까지 오는 분들은 진짜 갈 데 없어서 마지막 도움으로 오는 분들이다. 처음에는 회의를 했을 때 이런 재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니까 그나마 한 것이다. 하지만 정말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도 맞다.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것도 알고 있다.  

차은택, 송성각, 최순실, 청와대 관계자와 안면이 있나. 재단에 대한 이들의 개입 의혹도 있다.

 재단 이사를 하면서 차은택, 송성각, 최순실씨는 한 번도 본 적 없다. 청와대 사람도 전혀 못 봤다. 나중에 행사장에서 김현숙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을 만났다. 의례적인 말로 잘 부탁한다고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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