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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9일(현지시간) 미국 대선후보들의 2차 TV 토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자신에게 제기된 세금 회피 의혹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자신은 적법한 방법으로 세금을 감면받았다고 주장하며 상대 진영의 큰손까지 이 논란에 끌어들였다. 트럼프의 토론을 들은 워렌 버핏은 이내 응수했다. 그는 토론회 다음날인 10월10일 보도자료를 냈다. “트럼프 후보는 누구보다 세금과 감면제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그는 내 소득세 신고서를 보진 못했을 것”이라며 트럼프의 주장에 대해 반격했다. 그가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내용을 보자. 버핏은 2015년 1156만3931달러의 소득을 신고했다. 이 가운데 소득공제 혜택분이 547만7694달러, 연방소득세로 낸 금액이 184만5557달러였다. 소득의 약 16%를 세금으로 지불한 것이다.“나는 막대한 세금을 납부한다. 그러니 세법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워렌 버핏, 조지 소로스 등 힐러리 클린턴에게 정치 자금을 제공한 많은 갑부들 역시 세법을 활용해 많은 세금을 감면받고 있다.”
버핏은 “나도 국세청 감사를 받아왔으며 현재도 받고 있지만 내 세금 정보를 공개하는데 아무 어려움이 없다. 트럼프 후보 역시 법적인 하자만 없다면 (세금 내역을 공개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는 말로 보도자료를 마무리 했다. 국세청 감사를 핑계로 세금 납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트럼프 후보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이었다. 트럼프는 지난 토론회에서 세금 내역을 공개하라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요구에 “현재 진행 중인 국세청 감사가 끝나면 공개하겠다”며 마치 국세청 감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세금 내역 공개가 어려운 듯한 투로 답변을 했다. 미국의 재계를 대표하는 두 거부(巨富)의 ‘숫자 전쟁’이 개전되자 미국 언론들은 신이 났다. 클린턴 후보의 지지자인 버핏은 지난 몇 달간 납세 내역 공개 여부를 두고 이를 거부하는 트럼프와 충돌해왔다. 올해 8월 클린턴의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유세 현장에서 버핏은 “트럼프와 함께 언제 어디서든 시민들로부터 (세금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기회를 갖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트럼프는 버핏의 이런 도발에 침묵으로 일관해왔으며, 이번 버핏의 세금 내역 공개 이후에도 그 어떤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매년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집계하는 ‘미국 부자 순위’에서 2위 자리를 지켜온 버핏은 올해 재산 655억달러를 기록하며 한 칸 밀려난 3위에 올랐다. 그는 자신의 부를 자선활동 등을 통해 사회로 환원하기 위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2010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와 함께 세계적 부호들이 자신의 부를 자선 활동에 기부하도록 독려하기 위한 ‘사회 환원 약속’(Giving Pledge)을 결성했다. 그가 10월10일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직접 공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28억5805만7970달러를 ‘기부’했다.
“내 아름다움의 일부는 내가 부자라는 것”이라는 말로 유명한 트럼프는 유명한 부동산 부자다. 뉴욕 5번가의 트럼프 타워, 팜비치의 프라이빗 클럽 등 28개의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1995년 9억1600만달러(한화 약1조111억 원)의 손실을 신고해 상당기간 합법적으로 납세를 피했다. 그러나 같은 해에 트럼프가 제트기와 ‘트럼프 빌딩’을 구매하는 등 엄청난 지출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도를 악용해 고의적으로 납세를 회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선 출마 당시 연방 선거 당국에 재산이 100억 달러, 즉 11조원이 넘는다고 신고한 트럼프는 최근 납세 회피 의혹과 함께 재산 확대 과장 의혹도 받고 있다. 클린턴 후보는 지난 토론회에서 트럼프가 납세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추궁하며 ‘실제 재산은 더 적기 때문 아닌가, 숨기는 게 있으니 공개 못하는 것 아닌가’라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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