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스타 셰프된 한국인 입양아 피에르 상 보이에
프랑스의 스타 셰프 피에르 상 보이에(Pierre Sang Boyer․36)의 요리는 두 개의 뿌리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그가 태어나서 7살 때까지 자라난 한국이고, 또 하나는 입양국가인 프랑스 중부지방의 오베르뉴다. 그가 운영하는 프랑스 파리의 레스토랑 테이블 위에는 한국 전통의 식재료인 고추장, 된장, 발효식초와 함께 오베르뉴 지역 특산물인 렌틸콩이 섞여 오른다.
“나는 한국과 프랑스 모두를 사랑한다. 셰프로서 나의 소명은 한국의 좋은 음식 문화를 프랑스에 소개하고, 프랑스의 훌륭한 음식 문화를 한국에 소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고향에서 요리 고등학교를 마친 후 몽펠리에에 있는 대학에서 요리와 호텔 경영학을 공부했다. 2004년에는 한국의 이태원에 있는 레스토랑 ‘르 생텍스(Le Saint-Ex)’에서 5개월 정도 근무하기도 했다. 이후 다시 런던으로 돌아와 레스토랑 ‘르 서클(Le Cercle)’에 합류했고 2007년부터 헤드 셰프가 됐다.
9월6일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이 주최한 ‘문화소통포럼 2016’에 참석한 그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빠듯한 일정 속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그는 연신 하품을 해대면서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 임했다.
2016년 들어 한국에서 자주 활동하는 모습이다.
올해가 한-불 수교 130주년 되는 해다. 그래서 공식적인 행사가 많았다. 작년 9월부터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한국에 근원을 둔 사람으로서 자랑스러운 일들이다.
TV프로그램에도 얼굴을 내비쳤다. 해당 프로그램 방영 이후 한국에 많은 팬들이 생겼다.
감사할 따름이다. 셰프들과 요리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아주 재밌는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한국 셰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던 점이 좋았다.
한국에서 ‘쿡방’이 인기를 끌며 셰프들의 대중적 인지도도 올라가고 있다. 당신은 2011년 프랑스 방송의 ‘탑 셰프(Top Chef)' 프로그램에 참여해 4강에 오르며 유명해졌다. 셰프의 유명인사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론 TV를 통해 대중들에게 전달되는 이미지가 생기는 것에 대해 장단점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셰프 스스로가 무엇을 바라고 추구하느냐다. 자기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을 하면 된다.
요리 얘기를 해보자. 최근 식자재 절약과 요리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감소에 꽂혔다고 들었다.
언제나 식재료 절약에 관심 있었다. 요리를 하면서 식재료가 남지 않는 방향으로 요리하려고 한다. 매일 아침마다 그날 도착한 재료의 상황에 따라 메뉴를 결정하는 퀴진 드 마르셰(Cuisine de Marche)를 추구한다. 물론 요리사의 창의력이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하면 식재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요리법에서 식재료를 창의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배운다. 예를 들어 프랑스 요리에서 무를 쓸 때, 무에 달려 있는 무청은 요리 재료로 사용하지 않고 버리거나 비료로 사용한다. 한국 요리에서 무청을 말려 사용하는 것을 보고 ‘이거다’ 싶었다. 지금은 저도 무를 잘라 샐러드에 쓰고 무청은 말렸다가 국물로 만들어 쓴다.
깨끗이 씻은 감자도 껍질을 길게 잘라 면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사용하지 않는 고기 뼈도 국물을 고아내는 데 사용한다.
식재료를 절약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나.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어릴 때부터 교육에서 비롯된 철학인 것 같다. 입양 후 나의 고향이 된 오베르뉴 지방은 화산지대로 산림자원이 풍부했다. 시골이어서 달리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늘 자연 속에서 뛰어 놀았다. 나의 프랑스 어머니는 항상 자원을 아껴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하곤 했다.
어릴 때부터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 입양 후 여덟 살이 되었을 때 어머니가 나의 세례식 파티에 쓸 음식을 3~4일간 준비하고 주변 사람들이 그 음식을 즐기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 요리에 대한 관심은 그때부터 생긴 듯하다.
프랑스 요리에 한국 재료를 많이 사용한다고 들었다. 된장 같은 식품은 냄새가 강한데, 프랑스인들이 거부감 없이 잘 먹나.
프랑스 사람들은 발효 음식에 매우 익숙하다. 그들의 치즈 문화만 봐도 악취에 가까운 강한 풍미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레스토랑의 시그니처 메뉴인 ‘쌈장을 올린 렌팅콩’ 메뉴도 매우 인기가 많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했는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무엇이었나.
‘도포’를 착용했을 때의 기분을 잊을 수 없다. 뭐랄까, 매우 자랑스러웠다. 또한 서촌을 방문했을 때 갔던 한 한옥건물이 인상적이었다. 현대식 건물과 결합한 형태였는데 멋졌다. 한국 문화를 배워가면서 점점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한국이 이토록 길고 풍부한 역사가 있는지 모르고 자랐다.
앞으로는 한국의 전통 요리, 식재료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 김치 같은 건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어본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쌀’이라는 식재료에 대해 더 연구하고 싶다. 한국 요리 중에는 쌀로 만든 게 다양하게 존재한다. 밥, 떡, 술, 음료, 식초까지… 쌀로 만든 음식을 차차 나의 요리로 통합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