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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영태 NADRI그룹 회장…“세상에 기업 경영만큼 쉬운 일은 없다”

“해보고 나면 굉장히 쉬운 일입니다.”

미국과 캐나다의 최고급 백화점 3700여 곳에 자체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주얼리 그룹 NADRI(나드리)의 최영태 회장은 ‘세계 주얼리 시장의 중심인 뉴욕에서 업계 최고의 회사를 일구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기자의 물음에 “아주 쉽다”고 웃으며 답했다. 나드리는 한국에 매장을 두고 있지 않아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주얼리 업계에서는 세계 최고의 회사로 꼽힌다. 개인적인 일로 최근 한국에 온 최 회장을 10월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최 회장의 ‘성공 신화’를 들여다보면 “쉽다”는 그의 말이 갖는 의미를 알 수 있다. 1956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난 그는 고성중학교를 졸업한 후 통영수산고등전문학교(현 경상대 해양과학대학)에 진학했다. 어릴 적부터 가져왔던 ‘글로벌 기업가’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학교 졸업 후 그는 해기사(海技士)로 무역선에 올랐다.

 

“통영수산고등전문학교에 간 것은 선택이자 기회였다. 해외로 나갈 일이 거의 없던 시절에 계속 해외로 나갈 수 있게 됐다. 정해진 경로로만 가는 것도 아니었다. 승선하면 어느 곳으로 갈지 몰랐다. 굉장히 꿈에 부풀었던 시기다.”

해기사로 일하며 돈도 제법 벌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번의 선택을 하게 된다. 사업을 하고 싶던 그는 해기사 일을 그만뒀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밑천을 다 날렸다. 최 회장은 “무슨 일이든 서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사업은 1984년 남대문시장에서 시작했다. 그는 “사업을 하기 전 주얼리 제조회사에 다녔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생산만 해서는 기업이 오래갈 수 없다. 한두 개 기업과 거래를 하면 그 기업에 예속돼 그들이 요구하는 디자인과 품질 수준에 맞춰야 한다. 그래서 브랜드를 만들어야 기업이 오래간다. 시장을 스스로 갖고 가야 한다.”

NADRI(나드리)의 최영태 회장 © 시사저널 이종현

 

“‘안 돼’라는 한계 지으면 정말 안 된다”

 

남대문시장에서 13년간 사업을 하면서 남부럽지 않은 성공을 했다. 그러던 중 1997년 미국 진출에 나섰다. ‘글로벌 기업가’라는 오랜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선 것이다. 최 회장은 “13년간 철저히 준비를 했다. 국내에서 제조한 우리 제품의 수준이 기회만 만들면 미국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실제 뉴욕의 고급 백화점에 가서 쇼케이스 속에 진열된 제품을 들여다봤다. 그때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소비자의 눈은 위에 있는데 제품 수준은 아래에 있구나. 나드리의 디자인과 품질이 소비자의 요구에 맞추면 된다. 기회가 올 것이다.”

당시 미국 뉴욕에서 도움을 받을 만한 곳은 없었다. 애당초 누구 힘을 빌릴 생각은 없었다. 최 회장은 “미국에 누군가 나를 이끌어줄 사람이 있었다면 그분이 안내하는 대로, 도와주는 대로 따라갔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 갈 때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스스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무모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을까.

 

“유명 브랜드가 입주해 있는 빌딩에 한국 명함과 샘플만 들고 들어가 ‘나드리가 있다는 사실이 이 빌딩의 자랑이 되게끔 해줄 테니 연락을 달라’고 했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소개에 소개를 해줬고 지금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말 쉬운 거 아닌가.”

최 회장은 “‘안 돼’라는 한계를 지으면 정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미국에 갔을 때 기라성 같은 브랜드들이 많이 있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기업, 스페인을 대표하는 기업 등이 있었는데 지금은 전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이 올 줄 알았고 그걸 기다리고 있었다. 올해 들어 나드리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다”고 밝혔다.

 

 

“비즈니스, 친구 사귀는 것과 똑같아”

 

최 회장은 “지금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했던 브랜드들이 하나둘 없어지고 나면 나드리 역시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은 상생해야 한다. 많은 기업이 시장에서 생존 경쟁이 아닌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발전해 가는 게 맞다”고 밝혔다. 협력업체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로 보고 있다.

 

“모든 부품을 우리가 다 만드는 건 아니다. 제조 능력이 뛰어난 전 세계의 공장들이 우리와 거래를 하자고 제안해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납품단가를 깎아본 적이 없다. 협력업체가 돈을 벌지 못하면 우리도 돈을 벌지 못한다. 제품을 판매하는 백화점도 마찬가지다. 백화점이 돈을 벌지 못하면 우리가 존재할 수 없다.”

갑을 관계에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한국의 기업 생태계와는 많이 달라 보인다. 최 회장은 “협력업체들은 굉장히 안정적으로 계속 발전해가고 있다. 이들 기업이 발전해야 우리도 덩달아 발전하는 것이다. 생산업체도 유통업체도 다 대등한 관계다”고 밝혔다. 어떻게 가능할까.

 

“이익을 비율대로 나누면 된다. 예를 들어 100에서 어디는 몇십, 어디는 몇십 이런 식이다. 비즈니스는 그 테두리 속에서 게임을 하는 거다. 상황에 따라 자기 이익을 더 많이 쟁취하는 게 비즈니스가 아니다. 스포츠처럼 룰을 정해놓고 그 룰 속에서 게임을 해 나가는 거다. 그렇게 안 했다면 나드리는 만들어지지 못했다.”

최 회장은 회사로부터 배당금을 따로 받지 않는다. 그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건 옷 입고 밥 먹고 잠자는 것이다. 돈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 회사 밖으로 돈을 안 끌어내고 또 차입 경영도 안 한다. 사실 나는 비즈니스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고 말하며 웃었다.

 

“기업이 망하면 바로 사회악이 된다. 내용을 채우지 못하고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니까 망하는 거다. 그 가치를 자신이 다 가질 게 아니라 고객에게 나눠줘야 한다. 그러면 고객이 다음 기회를 준다. 인재 영입도 마찬가지다. 나드리에 속해 있는 팀들은 막강하다. 그만큼 존중받아야 한다. 그런 사고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훌륭한 인재들이 몰리지 않았을 거다.”

최 회장은 자신은 하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기업의 비전을 만들어 인재들이 매력을 느끼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은 형편이 어려워도 자기 지갑을 열어 술 한 잔 살 줄 아는 친구를 좋아한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너무 쉽지 않나. 세상에서 기업 경영만큼 쉬운 일은 없다. 친구 사귀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자주 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꿈을 정하기 전에 자신을 너무 작게 보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다”고 전했다. 무한한 능력을 갖고 있는데 왜 그 능력을 가두려고 하느냐는 거다. 특히 “취업에 어려움이 많은데 이걸 엄청난 기회가 온 것으로 생각하라”고 얘기해준다. 최 회장은 “오히려 여유롭게 한가하면 큰일 난 거다”며 “취업이 안 됐다는 얘기는 내가 나를 고용할 때라는 얘기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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