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탐사보도로 언론의 본령 지키겠다”

겹경사다.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은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JTBC는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로 선정됐다. 손 사장은 12년째 1위고, JTBC는 창사 후 처음이다. 둘 다 축하받을 일이겠지만 손 사장은 JTBC 신뢰도 1위에 더 큰 웃음을 보였다. “이제 더이상 ‘손석희의 JTBC’가 아니다”고 힘주어 말한 손 사장은 “JTBC는 지난 수년간 저널리즘의 본령을 추구하며 정도를 걸어왔다. 그 결과가 신뢰도 1등으로 돌아왔다. 모든 JTBC 구성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 © 시사저널 이종현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부문에서 12년째 1위를 하고 있다.

 

오래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33년째 하고 있다(웃음). 나는 드물게 아날로그 시대에서 시작해 디지털 시대로 넘어온 사람이다. 아날로그 시기에는 뉴스 앵커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좋은 시기였다. 지금 디지털 시대는 이렇게 집중적인 관심을 받을 만한 환경 속에 있지 않다. 그게 가장 중요한 이유인 것 같다.

 

 

JTBC가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 1위에 올랐다. 

 

괜히 하는 얘기가 아니라 모두 구성원들 덕분이다. 처음에는 나란 사람이 관심을 끌었는지 모르겠는데, 지금은 손석희라는 존재 때문에 JTBC 뉴스가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다. 채널 파워라는 것이 개인 파워로 생긴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JTBC 구성원 모두가 이 조사 결과를 매우 의미 있게 받아줬으면 한다. (JTBC 구성원들에게) “이제는 손아무개뿐만 아니라 너희들 힘이다”라는 걸 얘기해 주고 싶다. (따라서) ‘손석희가 없는 JTBC’에 대한 질문도 의미 없다. JTBC는 지난 수년 간 ‘언론의 정도(正道)대로 가보자’라는 실험을 해 왔고 그 결과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 내가 있건 없건 달라질 것은 없다.

 

 

JTBC 보도의 차별점은?

 

처음부터 내걸었던 것이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라는 것이었다. 뉴스 아이템의 백화점식 나열은 하지 않는 것으로.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아이템과 관심을 끊지 말았으면 하는 아이템이 있다. 그 두 개가 적절하게 잘 조화가 돼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늘 고민한다. 그런데 대개 방송뉴스든 신문뉴스든 한두 번 보도하고 나면 그다음에 후속 기사가 없다. 그러다 보면 결국은 바뀌는 게 없다. 이런 문제의식을 처음부터 계속 가지고 있었다. 이런 부분이 JTBC 보도의 특징인 ‘선택과 집중’으로 나타나지 않았겠나. 그렇게 함으로써 변화가 생길 수 있고, 그것이 저널리즘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 © 시사저널 이종현

 

 

 

최근의 기사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이 있다면?

 

지난해 있었던 국정원 해킹·감청 사건과 최근에 있었던 어버이연합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이 두 사건은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의제 설정)만큼 어젠다 키핑(agenda keeping·의제 유지)이 중요한 사건이라고 봤다. 어젠다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잘 끌고 갈 수 있느냐, 그리고 끌고 갈 필요성이 있는 것에 대해서 대중들한테 얼마나 잘 설득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었고, 그 부분에 주력했다.

 

 

‘언론의 정도’와 ‘저널리즘의 책무’를 언급했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언론을 평가한다면?

 

언론은 이미 상당부분 산업화된 측면이 있다. 물론 아주 작고 영세한 언론사는 아니더라도, 큰 언론사는 이미 기업화된 측면이 있다. 부정할 순 없다. 메이저 언론일수록 덩치도 커지고, 그러다 보면 본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기득권 세력화된다. 그래서 나는 ‘가드독(Guard dog)’이라는 모델을 인용해서 얘기한 바 있는데, 언론은 이미 기득권 체제 안에 들어가 있다. 그래서 본인의 이득을 계속 지키기 위해 자기가 속한 기득권 체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싸운다. 

 

 

그렇다면 JTBC는?

 

우리는 ‘정도대로 한번 가보자’라는 생각밖에 없다. 저널리즘의 본래 역할대로 해 보자는 거다. 나는 무척 단순하다. 나의 단순함을 우리 구성원들도 이제 알고 있다. JTBC에 올 때부터 ‘본령(本領)대로 가보자,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한번 해 보자’라는 생각뿐이었다.

 

 

최근 JTBC가 ‘이건희 동영상’을 보도 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시청자들이 삼성 기사와 관련해 JTBC 보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삼성과 JTBC가) 관련이 있고 또 인적관계로 관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삼성과 JTBC가 어떤 관계냐’ 하면 관계가 없다. 삼성이 우리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내가 혼자 나서서 “우리는 삼성하고 아무 관계가 없어요”라고 잘라 말해 봐야 일반 대중들한테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보도하는 것에 있어서만큼은 분명히 얘기를 할 수 있다. (삼성과 관련한 기사에) 무슨 장벽이 있거나 그렇지 않다. 그럼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 봐라’라고 하는데, 여태까지 증명을 해 왔다고 생각한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JTBC는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언제 어디서든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시대다. 뉴스의 생명력이 길지 않다. 수많은 뉴스들이 텍스트로, 동영상으로, SNS로 소비되고 있다. 그렇다면 TV뉴스가 갖는 차별점이 무엇일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생각은 ‘모든 뉴스를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더 알아야 할 뉴스는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들어가자’라는 것은 탐사보도로 연결된다. 우리는 정통 탐사보도 프로그램도 있고 메인 뉴스에서도 두세 번씩 탐사보도를 하고 있다. ‘부평초처럼 흘러가는 뉴스는 하지 말자’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저널리즘을 한번 해 보자’라는 것이 JTBC의 전략이다. 그것이 여태까지 배워왔고 실천해 왔던 저널리즘의 본령에서 벗어나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앵커와 사장이라는 타이틀을 거쳤다. 이후의 행보는 어떻게 되는가? 

 

계획이 전혀 없다. 그저 조용한 데 가서 살고 싶다. 어디서 살지를 지금 물색 중이다(웃음).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