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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로 현대사 공부의 의미를 강조하는 서중석 교수

“우리에게는 ‘역사의 죄인’이 있다. 우선 친일파, 분단 세력, 독재협력 세력이 쉽게 떠오를 것이다. 이들은 이승만을 살리고 나아가 그를 ‘건국의 아버지’ ‘국부’로 만들어놓을 수만 있으면 ‘역사의 죄인’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반평생 현대사 연구로 많은 책을 펴낸 서중석 성균관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지금 대한민국의 역사 교육이 후퇴하고 있다고 개탄한다. 최근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제6권을 펴낸 그는 “항일 독립운동과 반독재 민주화운동이 줄기차게 계속된 것도, 우리 제헌 헌법에 자유 평등의 독립운동 정신이 담겨 있는 것도 역사의 힘인데, 아직도 수구언론은 ‘이승만 위인 만들기’에 노력하고, 국정화 교과서 문제가 나오니 한탄스럽다”고 말한다.

 

서중석 지음 오월의봄 펴냄 256쪽 1만5000원


 

 

“역사는 다면·종합적으로 살펴야” 

 

서중석 교수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역사 관련 저술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그는 1948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79년부터 1988년까지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했으며, 역사문제연구소 소장, ‘역사비평’ 편집주간 등을 역임한 뒤, 지금은 역사문제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우리가 현대사에 관심이 없다보니까 막연히, 해방이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어떻게 해방을 맞았는지를 잘 모른다. 해방을 어떻게 맞았는지를 여러 면에서 살펴볼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해방을 주체적으로 맞았다는 것이다. 해방은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게 아니다. 끊임없이 항일 투쟁을 해온 분들이 중심이 되어 주체적으로 맞았다. 이 점이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처럼 주체적으로 해방을 맞은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이 점을 적당히 넘겨서는 안 된다.” 서 교수는 인터뷰 대담 형식으로 펼쳐낸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시리즈를 통해 뉴라이트를 앞세운 보수 세력의 이념 공세와 역사 왜곡에 제대로 대응하려 했다. 그는 진보 세력에 대해서도 역사와 구체적인 현실에 깊이 뿌리내려야만 이 어두운 미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비판한다.

 

“극우 반공 세력은 우리 근현대사를 제대로 연구하지도, 교육하지도 못하게 했다. 그러다 보니까 우리 근현대사가 굉장히 축소되고 왜곡되고 아주 부정적인 게 돼버렸다. 우리가 경제 발전을 하는 데에도 얼마나 역동적인 요소들이 많이 작용했나. 그걸 ‘박정희 혼자 다 했다’는 식으로 하니 너무 단순하고 단조롭지 않나. 그런 역사를 무엇 때문에 자세히 알고 싶겠나. 역사라는 건 다면적이어야 한다.”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는 역사에 대한 서술보다 ‘역사에 대한 평가’를 많이 담고 있다. 보통 학자들은 사실 관계 규명에만 주력하면서 역사적 사건에 대해 평가를 내리기를 부담스러워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서중석 교수는 역사 왜곡을 단호하게 비판하고 자신의 생각을 주저 없이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구체적인 역사 사실을 다루기보다는 방법론 중심의 현대사를 많이 언급했다. 왜 이런 역사가 일어났는지에 관한 역사적 평가가 없었다. 사실만 제시하고 알아서 평가하라는 글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 현대사의 중요한 사항을 아주 구체적으로 적시하면서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는지, 원인부터 따져보려고 했다. 내가 현대사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60년대 중반이다. 반세기 동안 극우 세력의 억지 주장이나 견강부회(牽强附會)와 맞닥뜨리며 살아온 셈인데, 역사 전쟁이 끝났으면 하는 소망이 간절하다. 우리가 정직하게 역사와 직면할 필요가 있다.”

 

 

“정직하게 역사와 직면할 필요가 있다”

 

서 교수는 젊은 학생들에게 현대사에 관심이 없는 이유를 캐물었더니 “부정적인 게 많고 재미없고 좋은 것 활기찬 게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우울한 이야기, 어두운 이야기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승만 독재 12년, 박정희 독재 18년, 전두환 신군부 독재 8년이 대한민국 현대사 아니냐,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대사를 몰라서 두려운 마음도 있는 것 같다. 현대사를 모르니까 내가 창피당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있어 아예 언급조차 꺼리는 경우가 있다. 사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20세기 후반에 엄청난 변화를 이루었다. 생활양식만 봐도 그렇다. 우리는 50년 전만 해도 이렇게 속이 잔뜩 들어 있는 김치를 먹지 않았다. 독재 정치는 물론 잘못된 역사지만, 독재에 맞서서 용감하게 싸운 자랑스러운 민주화운동 역사도 있었다. 한국처럼 민주화운동이 활발했던 나라도 없다. 또 지금 대한민국을 이해하려면 현대사를 알아야 한다. 과거를 알면 ‘이런 맥락에서 이런 게 나오는 구나’ 정도의 생각은 해볼 수 있다.”

 

서 교수가 현대사를 이야기 형식으로 펴낸 이유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는 이 책을 10대·20대가 특히 많이 봤으면 하고 바란다. “이상하게 젊은 사람들이 대학만 졸업하고 나면 공부를 하지 않는다. TV에서 하는 이야기만 들으니까 나이가 들면 너무 쉽게 보수화가 된다. 젊은 사람들은 지금 상당히 자유분방하고 다원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 않나. 이런 사람들이 현대사를 깊이 있게 아는 게 필요하다. 교양으로서도 인생을 살아가는 재미로서도 현대사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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