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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권 연전연승…“아베노믹스 때문만은 아니다”

선거란 핵심 이슈가 선거 결과를 좌우한다. 지난 7월1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도 마찬가지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선거 유세장에서 “자민당 집권 이래 경기가 살아나고 주식이 오르고 기업 수익도 좋아지고 임금도 오르고 고용도 늘었다”며 아베노믹스를 강조했다. 반면 민진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아베노믹스에 대한 문제점 부각에 실패했다. “소비는 살아나지 않고 임금은 오르지 않았다. 빈부격차만 커졌다” 고 주장했지만 아베노믹스 구호에 묻혀버렸다. 개헌 문제도 쟁점화하고자 했으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또 국민들은 사회보장개혁에 대해 관심이 많았지만 민진당 등 야당은 문제를 이슈화시키지 못했다. 결국 선거 쟁점은 아베노믹스였다. 선거 이슈 선점의 법칙, 즉 선거 이슈를 먼저 주도해가는 측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선거 전문가들의 말처럼 일찍이 자민당의 승리가 예견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7월10일 자민당사에서 선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자민당, 선거 이슈 선점으로 승리 예견돼

 


아베노믹스는 만능인가? 자민당과 공명당, 무소속 의원들을 포함해서 개헌선인 3분의 2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과연 아베노믹스를 지지해서인가? 아베 총리가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던 가장 직접적 원인은 4년 전 민주당 정부의 무능이었고 간접적 원인은 아베노믹스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돈을 윤전기로 찍어내 주가를 올리고 엔저를 유도해 일부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을 개선시킨 것이다. 2013년부터 최근까지 양적완화에 든 금액은 220조 엔에 달한다. 아베 총리가 선거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드는 아베노믹스가 성공적인가? 성공적인 면도 있지만 실패의 요인도 적지 않다. 성공적인 면은 주식가격이 상승했고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졌고 채산성이 좋아졌다. 일부이긴 하지만 기업들의 임금이 인상되고 고용도 늘었다. 무엇보다도 ‘잃어버린 20년’의 경기침체로 패배의식에 젖어 있던 일본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였다는 점은 큰 성과다. 하지만 그토록 염원하던 명목상승률 2% 달성은 여전히 난망하다. 

 

80조 엔을 시장에 쏟아 부은 결과, 국내총생산(GDP) 0.6% 정도밖에 오르지 않았다. 소비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경제구조상 엔저로 인해 수입물가 부담이 적지 않다. 임금인상은 일부 기업의 얘기로 많은 기업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빈부격차, 대도시와 지방 간의 격차는 커지고 있다. 구조개혁은 별 진전이 없다. GDP의 2.3배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개선할 길은 보이지 않는다. 극단적 선택으로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했지만, 마이너스 이자로 인해 은행에 보관료를 내기보다는 소비를 하겠지 하는 정책 결정자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불안한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움직임으로 오히려 소비를 더 줄이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이쯤 되면 아베노믹스로 선거에서 압승을 거둬야 할 이유가 크지 않다. 


그런데 왜 2013년 아베 정권이 들어선 이후 4번의 선거 때마다 아베노믹스가 선거 이슈가 되고 그때마다 아베 정권은 압승하는가? 근본적 이유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집권한 민주당의 무능에 대한 실망감이 쉽게 지워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도 민주당 시절로 다시 돌아가겠냐며 민주당의 실정을 부각시켰고 그것은 주효했다. 물론 막대한 돈을 풀어 주식가격을 올리고 엔저로 수출 환경을 유리하게 만든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도 있다. 주목해야 할 이유는 다름 아닌 대외적 변수다. 정치·경제·군사적인 면에서 패배의식과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강한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아베 총리의 생각에 동조·지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과의 센카쿠열도(尖閣列島) 분쟁 고조로 자위 개념을 강화해야 한다는 아베 총리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민주당 무능에 대한 실망감도 여전


작년에 집단적 자위권 개정 시 반대하는 시위도 있었지만 소리 없이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본도 평화헌법을 고쳐 군대를 보유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아직은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지만, 논의가 공론화돼 가고 있다는 자체가 국민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아베 총리의 정치적 리더십이 승리의 이유이기도 하다. 아베가 재(再)등판한 이래 2012년 중의원 선거, 2013년 참의원 선거, 2014년 중의원 선거, 이번 참의원 선거 4번에 걸친 선거에서 연승했다. 자민당 정권에서 역대 장기집권을 해온 사토 에이사쿠·나카소네 야스히로·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들조차 이 같은 승리를 한 적은 없다. 이런 추세라면 어떤 선거를 치르더라도 다 승리할 것 같은 분위기다. 헌법 9조1항과 2항인 전쟁포기와 군대보유를 금지하는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의석수를 확보했기 때문에 아베 총리는 반드시 헌법개정을 추진하고자 할 것이다. 사실 7월10일 참의원 선거에서 전면에는 아베노믹스를 내세웠지만, 실은 보일 듯 감추어진 헌법개정 공약의 선거였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참의원 선거 이슈를 아베노믹스만으로 보아선 안 된다. 헌법개정과 강한 일본을 꿈꾸는 지지자들의 투표 성향이라는 점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아직은 헌법개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하지만, 찬반 비율은 시간에 따라 변화할 것이다. 핵심은 자국의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의식변화는 향후 일본이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풍향계가 되고 있다. 이번 선거부터 선거권 연령이 20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낮아져 젊은 유권자들이 약 240만 명 늘었다. 18~19세 투표율은 45.45%였다. 이들의 비례대표 지지성향을 보면 40% 이상이 자민당, 19.2%가 야당인 민진당, 10.6%가 자민당의 연립정당인 공명당에 투표를 했다. 여당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이다. 아베 총리가 추진하고자 하는 헌법개정의 잠재적 지지 세력이 될 수도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총리에 대해서 지지하는 사람은 많지만 헌법개정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아베 총리는 정교하게 접근하고 있다. 선거 승리 이후 다시 경제 활성화 문제를 들고나왔다. 일본 국민들이 변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아베 총리가 추구하는 강한 나라를 만드는 주장에 대해 동조·지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패전 이후 70년 세월이 흐르고 있다. 전쟁을 경험했거나 전쟁 직후 쓰라린 경험을 한 세대들은 전쟁에 대해 공포감을 가지고 있지만, 젊은 세대들의 생각은 기성세대와 다르다. 일본 국민들은 본심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지만 방향이 잡히면 쉽게 바뀌지 않고 직진하는 성향이 있다. 아베 총리는 강한 국가를 원하는 국민들의 변화돼 가는 민심을 아베노믹스로 정교하게 포장해서 끌고 가고 있다. 일본 국민들의 변화돼 가는 흐름을 통찰력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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