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송영길 맞대결 가능성 커…이재명·이종걸·신경민 출마 여부 관심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8·27 전당대회가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는 전대 분위기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조용하다. 현재 5선의 추미애 의원과 4선의 송영길 의원이 출마선언을 했거나 출마 의사를 피력하고 있는 가운데, ‘전대 흥행카드’로 거론되는 제3주자는 아직 뚜렷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간 출마 가능성이 점쳐졌던 김부겸·김진표·박영선·원혜영 의원 등이 줄줄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 안팎에선 이번 당 대표 경선이 추미애·송영길 의원 간 맞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더민주는 8월27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경선을 실시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한다. 이번에 구성될 지도부는 내년 대선후보 경선을 관리하고, 대선을 치러야 하는 막중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일각에선 차기 대권을 노리는 당내 대선주자의 대리전으로 인해 치열한 당권 레이스가 펼쳐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실제 흐름은 그렇지 않게 전개되고 있다. 이번 전대는 지난해 연말 ‘김상곤 혁신위’가 제시한 혁신안대로 실시된다.
당 대표는 경선을 통해 선출하고, 시·도당위원장 중에서 호선(互選)하는 권역별 최고위원 5명과 부문별 경선을 통해 뽑는 부문별 최고위원 5명 등으로 지도부를 구성한다. 권역별 최고위원은 서울·제주, 인천·경기, 강원·충청, 호남, 영남 등 5개 권역으로 나눠 시·도당위원장 중 1명씩 호선한다. 부문별 최고위원은 여성·노동·청년·노인·민생 부문에서 1명씩 5명을 선출한다.
추미애·송영길, ‘文心 잡기’에 안간힘
이번 전대는 지난해 2·8 전대와 동일하게 선거인단을 대의원 45%, 권리당원 30%, 일반당원 25%로 구성한다. 당 대표 후보가 4명 이상 출마하면 예비경선을 통해 3명으로 컷오프를 실시한다. 특히 권리당원 선거권 부여 기준은 ‘입당기준일(추후 결정) 6개월 전 입당해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으로 정해 문재인 전 대표의 재임 시절인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초까지 들어온 10만여 명의 온라인 가입 당원들도 당비를 꾸준히 납부했다면 권리당원으로 참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당 대표 경선의 경우,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하고 전국을 돌고 있는 추 의원과 당권 도전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송 의원 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추 의원은 문 전 대표 시절 지명직 최고위원으로서 호흡을 맞췄던 것을 내세워 당내 주류인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인천시장 출신인 송 의원은 개혁적 성향의 86(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 그룹은 물론 중도온건 성향 인사들의 모임인 ‘통합행동’까지 보폭을 넓히며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흥행카드’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비주류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종걸 의원, 방송기자 출신인 신경민 의원 등의 출마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선 확실한 제3주자가 나서지 않는 이상 현재로선 송영길·추미애 의원 간 맞대결 구도로 압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두 사람은 최근 당내 최대주주라고 할 수 있는 문 전 대표의 마음을 얻기 위한 ‘문심(文心·문재인의 의중)’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미 “대표 선출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지만, 두 의원의 ‘문심 잡기’ 경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송 의원은 ‘히말라야’를 찾은 지 한 달여 만인 7월9일 새벽 5시40분에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문 전 대표의 입국장에 부인을 보내 꽃다발을 건넸다. 송 의원은 지난 6월 부산에서 문 전 대표를 만났고, 문 전 대표의 최측근인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독대했다고 한다. 이에 맞서 추 의원은 출마 직후부터 “문 전 대표가 (대선주자로서) 좋은 점수를 얻을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악의적 흔들기로부터 대선후보를 강단 있게 지키겠다”며 문 전 대표의 ‘호위무사’를 자임하고 있다. 추 의원은 최근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 일과 관련해 “나는 탄핵 불가론을 얘기했다. 변명 같겠지만 어쩔 수 없이 찬성했다”고 해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종인 체제 유지론’도 나오고 있어
두 사람의 문심 경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당내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7월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새 대표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대선후보 경선을 공정하게 치르는 일인데, 그런 대표에 도전하는 분들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히면 다른 대선주자들이 도전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도 “두 사람의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우리 당의 대선후보가 이미 문 전 대표로 정해진 것처럼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치열한 경선을 통해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해야 하는 대선후보 경선을 망칠 뿐만 아니라 정권교체의 가능성도 줄어들게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웃 정당인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사석에서 “지금 하는 것을 보면 송·추나 추·송이나 다를 게 없다”고 뼈 있는 말을 하고 있다.
그래선지 두 사람에 대한 여론의 반응도 차가운 상태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얼미터가 7월11일부터 사흘간 전국 더민주 지지자(529명)를 대상으로 실시해 14일 공개한 당 대표 적합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3%포인트, 응답률 6.6%)에서 이재명 시장이 26.7%를 얻어 오차범위 밖에서 1위를, 이종걸(13.3%), 박영선(12.4%) 의원이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정작 도전장을 내민 송영길(11.7%), 추미애(5.5%) 의원은 후순위로 처졌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선 ‘김종인 체제 유지론’도 나온다. 전략통으로 평가받는 한 의원은 “이번 당 대표는 결국 내년 대선을 관리하는데,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가장 잘할 것”이라며 “지금 와서 (전대에) 나갈 순 없겠지만, 문 전 대표도 김 대표가 현재 잘하고 있다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당 대표와 함께 지도부에 참여할 권역·부문별 최고위원엔 상당수 후보들이 출사표를 준비 중이다. 권역별 최고위원과 관련해 서울·제주 지역은 김영주(서울 영등포 갑)·박홍근(중랑 을)·전현희(강남 을) 의원, 인천·경기 지역 김상희(경기 부천소사)·이언주(광명 을)·전해철(안산상록 갑)·조정식(시흥 을) 의원 등이 거론된다. 강원·충청 지역은 송기헌(강원 원주 을)·도종환(충북 청주흥덕)·양승조(충남 천안 병)·이상민(대전 유성 을)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으며, 호남은 이개호(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 영남은 최인호(부산 사하 갑)·민홍철(경남 김해 갑) 의원 등이 언급된다.
부문별 최고위원 중 여성부문에는 양향자 광주 서구 을 지역위원장, 청년부문엔 김병관(경기 성남분당 갑) 의원과 김광진 전 의원, 이동학 전 당혁신위원 등이, 노동부문엔 이용득(비례)·한정애(서울 강서 병) 의원, 이석행 전국노동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등이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