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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인간의 일자리 공격이 시작됐다 일자리 넘어 “인류을 위협할 것” 경고도 나와

‘아침 출근 때 기사 없는 택시를 타고, 요리사 없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퇴근 후 심판이 없는 경기장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한다.’ 가까운 미래(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20년 이내)에 나타날 우리 삶의 모습이다. 인공지능(AI)의 진화로 손재주나 협상이 필요한 일을 제외한 상당수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 1월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서 인공지능과 로봇 등으로 향후 5년간 약 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200만개가 새로 생기지만, 대신 700만개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구글이 선정한 미래학 석학 토마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미래학 싱크탱크) 소장은 2012년 터키에서 열린 TED 강연에서 2030년까지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직업의 약 50%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에서 10년마다 약 25%의 직업이 바뀐다는 점을 고려하면 WEF나 프레이 소장의 예견은 혁명과도 같다.

 

일본의 감정인식 로봇 ‘페퍼’는 지난해 도쿄의 한 특산물 매장에서 시급을 받고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일했다. ⓒ XINHUA 연합

 


본지, 지난해 국내 언론 최초 ‘AI 컨퍼런스’ 개최

 

시사저널과 시사비즈는 지난해 11월11일 국내 언론사 중에서 최초로 ‘AI 컨퍼런스’를 개최해 우리 앞에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있음을 예고했다. 크리스토프 코흐 미국 앨런뇌과학연구소장,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 이성환 고려대 뇌공학과 교수, 최승진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교수 등 AI 분야의 국내외 최고 석학들이 참석해 조만간 펼쳐질 인공지능 세상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그 뒤를 이어 올 1월23일 폐막한 다보스포럼의 주제 역시 로봇과 인공지능이 일으킬 ‘제4차 산업혁명’이었다. 18세기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근대화의 촉매가 된 1차 산업혁명, 19세기 전기·화학 기술의 발전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2차 산업혁명, 20세기 컴퓨터와 인터넷이 이끈 정보화 물결의 3차 산업혁명에 이어 인공지능이 핵심이 되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는 판단이다.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에서 인공지능 개발을 지휘하는 앤드루 응 스탠퍼드 대학 교수는 3월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강연에서 “로봇이 미래에 인간을 공격할 것이라는 우려는 망상에 지나지 않지만 직업 문제는 다르다”며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속도가 인간이 새로운 직업으로 옮겨가는 속도보다 빠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반인들의 예상도 다르지 않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미국인 2000명 가운데 65%는 앞으로 50년 후에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 대부분을 대체할 것이라고 답했다. 국내에서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인공지능 확산에 따라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전체의 74%를 차지했다. 이성환 고려대 교수는 “인공지능 로봇의 생산성은 인간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앞으로 실업이 늘어날 것”이라며 “대신 인공지능이 일으킨 막대한 부의 재분배가 일어나고 맞벌이가 아닌 홑벌이로 가정을 꾸려가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전망이 나오자 사람들의 관심은 당장에 ‘어떤 직업부터 먼저 사라질까’에 쏠렸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이 2013년 발표한 ‘고용의 미래’ 보고서에서 그 답을 찾아볼 수 있다. 연구진은 컴퓨터화(化) 속도와 노동자의 임금 등을 종합해 702개 직업에 대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직업 순위를 매겼다. 인력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을 0에서 1 사이의 숫자로 표시했는데 1에 가까운 직업일수록 20년 이내에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텔레마케터, 보험업계 종사자, 시계 수리공 등은 0.99로 ‘인공지능에 내줄 일자리’ 1순위로 나타났다. 스포츠 심판(0.98)도 곧 없어질 직업으로 꼽혔다. 실제로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볼과 스트라이크를 판정하는 ‘인공지능 심판’을 준비 중이다.

 

 


메이저리그에 인공지능 심판 곧 등장할 듯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식당 요리사(0.96)도 곧 사라질 판이다. IBM이 미국의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보나베띠’와 공동으로 개발한 인공지능 ‘셰프 왓슨’은 스스로 수많은 레시피를 검색하고 조합해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어낼 정도로 발전했다. 소비자가 음식 재료와 취향을 입력하면 다양한 조리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프랑스의 알데바란 로보틱스에서 개발한 감정인식 로봇 페퍼(pepper)는 2014년 말부터 일본의 네스카페 매장 70여 곳에 배치됐다. 손님에게 커피의 특성을 설명하고 대화를 나누는 접객용 로봇이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6월부터 페퍼를 19만8000엔(약 200만원)에 일반인에게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택시기사(0.89)·트럭기사(0.79)·버스기사(0.67) 등 운수업 종사자도 자율주행 자동차의 개발로 조만간 사라질 운명이다. 구글은 2012년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자동차의 도로용 시험면허를 취득해 100만㎞ 이상을 주행했다. 벤츠와 아우디 등 세계 자동차업체들도 2020년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를 목표로 두고 있다. 이미 호주 광산업체 리오 틴토는 트럭과 굴착기 운전기사를 퇴출하고 무인화로 전환했다. 국내에서도 1월 말부터 서울 강남과 성남 판교를 잇는 신분당선을 무인운행 지하철로 운행하기 시작했다. 박재용 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 소장은 “현재 기술 수준으로도 자율주행 자동차는 요금소 기준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고, 그동안 운전자는 문자를 보내거나 동승자와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며 “앞으로 자동차뿐만 아니라 항공기와 선박도 인공지능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습 통해 더 강한 인공지능으로 진화 중

 

영국 런던에서는 4월부터 택배 로봇이 배달에 나선다. 바퀴 6개가 달린 조금 큰 강아지 크기의 로봇이 쇼핑백 2개 분량의 물건을 싣고 시속 6㎞의 속도로 5~30분 거리까지 이동한다.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특수 소프트웨어 덕분에 보행자와 부딪힐 걱정은 없다. 2013년 드론 배송 계획을 발표했던 아마존도 최근 30분 이내 물품을 배송할 수 있는 드론을 공개한 바 있다. 앞으로 택배, 퀵서비스, 신문 배달, 음식 배달 업종에도 인공지능이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존재할 가능성이 큰 직업은 무엇일까. 레크리에이션 치료사(0.0028)가 1순위로 꼽혔다. 사람의 감정을 어루만지는 일은 인공지능의 역할 밖이라는 분석에서다. 작곡(사)가, 만화가, 클래식 연주가, 배우 등 예술 영역(0.042)도 컴퓨터로 대체하기 힘든 영역이다. 수목관리원(0.0081), 치과·내과·외과 의사(0.004), 성직자(0.0081), 교사(0.0095), 사회복지사(0.033) 등 손재주·협상·봉사와 관련된 직종도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특이한 점은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기 쉬울 것 같은 통계 분야 직종(0.35)보다 오히려 컴퓨터 프로그래머(0.48)가 더 위태로운 직종으로 분석됐다는 것이다. 또 같은 법조계라도 변호사(0.35)보다 판사(0.4)가 사라질 직군에 더 가깝게 나타났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일자리 경쟁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인공지능이 차지할 수 있는 인간의 일자리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인공지능 학계에서 유명한 ‘모라벡의 역설’을 남긴 한스 모라벡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 교수는 “인간에게 어려운 일이 로봇에게는 쉽고, 인간에게 쉬운 일이 로봇에게는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가령 사무실이나 교실 청소를 한다고 가정하자. 넓은 바닥 청소는 인간에게 힘들고 귀찮은 일이다. 그러나 현재도 사용되고 있는 로봇청소기는 이런 일을 간단히 해치운다. 사실 청소를 제대로 하려면 바닥에 떨어진 잡지를 줍고 의자도 치우고 카펫도 들춰야 한다. 그래서 사람은 청소 전에 이런 일들을 먼저 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이런 일들과 청소의 상관관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로봇청소기는 인간이 정한 명령만 실행하는 약(弱)인공지능이다. 현재 인공지능의 수준이다. 인공지능이 진화하면 인간처럼 의자와 카펫을 치운 후 청소하는 강(强)인공지능 단계에 이른다. 이성환 교수는 “지금의 ‘알파고’는 바둑을 두면서도 오목은 두지 못하는 약인공지능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강인공지능이 등장하면 로봇이 자유의지(free will)를 갖고 활동하게 된다”며 “예컨대 알파고가 바둑만 두는 게 아니라 청소도 하고 위험에 처한 사람도 구하는 범용(汎用)인공지능(AGI)이 되는데, 이것이 인공지능 개발의 궁극적인 목표점”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현재의 인공지능은 강인공지능으로 진화하기 위한 학습 단계를 거치는 중이다. 최근 이세돌 9단을 바둑으로 이긴 알파고의 개발자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인간을 이기기 위해 알파고는 자체 신경망 간에 수천만 회의 바둑을 두고 강화 훈련을 통해 스스로 새로운 전략을 발견하는 법을 학습했다”고 설명했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은 2012년부터 미국 케이스 웨스턴리저브 대학 의대에 입학해 미국 의사국가고시를 준비 중이다. 의사 면허증을 취득한 첫 인공지능이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왓슨은 2013년 10월부터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에서 백혈병 환자 진료에 관한 지식을 공부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5개 암 병원에서 환자를 시범적으로 진단했다. 미국종양학회에 따르면, 왓슨의 진단 정확도는 대장암 98%, 직장암 96%, 방광암 91%, 췌장암 94%, 신장암 91%, 난소암 95%, 자궁경부암 100%다. 암 전문의의 초기 오진율은 20%에서 최고 44%에 달한다. 왓슨은 연구 논문 60만건, 150만명의 환자 기록, 200만쪽의 의학저널 등을 학습했다.

올 4월 영국 런던 거리를 주행할 ‘배달로봇’. ⓒ AP 연합

 


호킹 “인공지능 개발로 인류 종말 올 수도”

 

동물 가운데 가장 나약한 인간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지능 덕분이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뛰어넘으면 인류는 어떻게 될까.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30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과 대등해지고, 2045년에는 인간 수준을 뛰어넘는 지점(특이점)이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의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2014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완전한 인공지능의 개발이 인류의 종말을 불러올 수 있다”며 “향후 100년 안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조작하고, 인간이 알지도 못하는 무기를 이용해 인간을 정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프랭크 윌첵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맥스 태그마크 MIT 교수(우주물리학)도 비슷한 시각을 보인다. 이들은 2014년 호킹 박사와 함께 영국 인디펜던트지에 낸 기고문에서 “인공지능이 인류 사상 최대 성과인 동시에 최후의 성과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동차기업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2014년 10월 MIT 심포지엄에 참석한 자리에서 “인류에게 가장 큰 실존적인 위협이 무엇인지 추측해보자면 아마도 인공지능일 것”이라며 “우리는 인공지능으로 악마를 소환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빌 게이츠 MS 공동 창업자도 수십 년 후에는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심각한 걱정거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인류 진화 관점에서 역사를 풀어쓴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 사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가진 현지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은 5?10년 내로 인류를 앞서게 될 것이며 기술 발전에 따라 인류가 지게 돼 있다”고 밝혔다.

 

미래학자·우주물리학자·공학자·기업인·사회학자 등의 전망을 종합하면 인공지능에게 밀린 인류는 밥만 축내는 존재로 전락하거나 멸종할 위기에 몰린다. 모라벡의 역설은 순진한 기대가 되는 셈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100년의 인공지능 연구(AI100)’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을 주축으로 하버드 대학,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 카네기멜론 대학,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등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100년 동안 장기적으로 인공지능이 인류의 삶과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또 영화 <터미네이터>와 같은 ‘킬러 로봇(군사용 인공지능)’에 대한 대책도 마련 중이다. 거의 모든 세계 NGO(비정부기구)는 지난해 킬러 로봇을 척결 대상으로 삼았고, 유엔은 ‘킬러 로봇 방지 대책’ 회의를 열어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성환 교수는 “사람의 지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의 탄생은 시간문제”라며 “우리 삶을 바꾸는 인공지능의 제도적·정책적·윤리적 문제와 관련한 대책을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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