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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간 경영권 분쟁으로 위기 맞은 일본 오쓰카 가구

지난 3월27일 일본 가구의 명가 ‘주식회사 오쓰카 가구’ 정기주주총회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원래 일본 기업은 3월에 주주총회를 많이 열기 때문에 오쓰카 가구의 주주총회가 그리 새로울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회사에서는 지금 부녀간에 경영권을 둘러싼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주총에서 과연 어느 쪽 손이 올라갈지 궁금증이 증폭됐다. 분쟁의 결말은 제3의 손이 결정했다. 오쓰카 가구 주식의 10% 이상을 가지고 있는 ‘브란데스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등 금융계 주주들은 딸 오쓰카 구미코 사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200여 명의 주주들에게서 61%의 지지를 얻은 구미코 사장은 자리를 지켰다. 대신 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된 사람은 아버지인 오쓰카 가쓰히사 회장이었다. 그는 “본인은 창업자이자 주주이기에 출근해서 회사 경영에 계속 관여하겠다”며 이번 결과에도 불구하고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주총이 끝난 후에도 일본 미디어들은 오쓰카 가구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 가쓰히사 회장이 어떻게든 딸인 구미코 사장을 끌어내려 다시는 경영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경영철학 반대하는 딸 ‘이단아’ 규정

오쓰카 가구는 오쓰카 가쓰히사가 1969년 사이타마 현 가스카베 시에서 창업한 ㈜오쓰카 가구센터에서 시작됐다. 가쓰히사 회장은 당시 독특한 마케팅 전략을 내놓았는데, 우선 고급 브랜드를 추구하고 모든 점포에 회원제를 도입해 등록한 고객에 한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준다는 게 골자였다. 예컨대 고객이 매장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고객 한 사람에게 매장 직원이 붙는 일대일 서비스 방식을 도입했다. 가쓰히사 회장의 전략은 먹혀들었다. 오쓰카 가구에 대한 고객들의 로열티는 높아졌고 재구매를 위해 매장을 다시 찾는 고객이 늘어났다. 그 덕분에 회사는 무차입 경영을 하며 성장을 해나갈 수 있었다는 게 창업주의 판단이었다. 가쓰히사 회장이 딸인 구미코 사장을 몰아내려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이 성공적으로 운영해온 회원제에 대해 딸이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구미코 사장은 아버지와 달리 회사 경영의 악화 원인이 회원제라고 믿는다.  2009년 아들 대신 장녀인 딸에게 오쓰카 가구의 대표직을 맡겼던 가쓰히사 회장은 6년 만에 자신의 경영철학을 거부하는 딸을 ‘이단아’라고 규정했다. 그것을 기점으로 부녀간 경영권 분쟁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지난해 가쓰히사 회장은 딸을 몰아내고 사장직에 복귀했지만 실적 악화를 이유로 다시 사장직을 딸에게 뺏기고 말았다. 서로 간의 기자회견은 골육상쟁의 모습을 재연하며 일본 전국에 퍼졌다. 주총 표 대결을 앞두고는 배당 싸움이 벌어졌다. 경영이 어려움에도 주주들에게 지지를 얻기 위해 가쓰히사 회장이 주주들의 주식 배당을 2배로 늘리겠다고 하자, 구미코 사장은 3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경영 실적이 좋지 않은데도 무리하게 배당을 늘릴 경우 기업 가치가 하락해 장기적으로 회사에도 주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원칙은 부녀 사이에 아무 소용이 없었다. 가쓰히사 회장은 37년 전, 그 어렵던 시절부터 주주들에게 자신이 직접 찾아가 주주가 되어주길 부탁했고 지금까지 그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회사가 성장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구미코 사장의 경영 전략은 위험하니 과거 자신이 해왔던 전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반면 회원제와 고급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대중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야 한다는 구미코 사장의 철학 역시 양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광고 전략도 극명하게 달랐다. 신문이나 TV 중심으로 광고를 집행하는 가쓰히사 회장은 “오쓰카 가구의 주요 고객은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전통적인 광고 매체를 활용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반면 구미코 사장은 “올드미디어 광고를 과도하게 집행해 결과적으로 경영 악화의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경영권 다툼 이후 매출 37.8% 감소

부녀간 분쟁이 거듭될수록 경영지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일본에서 3월과 4월은 결혼과 이사 수요가 많아 가구업계의 성수기로 불리는데 오쓰카 가구의 올해 3월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37.8%나 감소했다. 부녀는 매출 감소의 이유로 회원제도나 광고 전략 등을 언급하고 있지만 가구 시장의 환경 변화 탓도 크다. 고령화와 1인 자녀, 주택 건설 침체 등 가구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여기에 더해 이케아가 일본에 진출한 이후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고, 일본판 이케아라고 불리는 니토리 가구가 시장을 확대하면서 오쓰카 가구의 점유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주총에서 브란데스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가 구미코 사장의 손을 들어준 이유도 결국 이런 시대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사장의 의견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오쓰카 가구의 재무적 건전성이다. 일반적으로 이사회에서 경영권을 두고 옥신각신할 경우, 이 정도 규모의 회사라면 채권은행이 중재에 들어가게 된다. 반면 오쓰카 가구의 경우 대출을 전혀 받지 않은 무차입 회사이기 때문에 은행이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어 아버지와 딸 사이의 대립만 가속화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특히 일본 사회에서는 금기로 통하는 가족 간 불화 노출로 인해 이미지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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