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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 서울대 법대 교수
권교수는 1993년 제35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했다. 연수원 성적과 사시 성적을 합했을 때도 역시 수석이었다. 그는 1999년 서울지방법원 판사가 된 이래 서울 동부지방법원, 대구지방법원, 법원행정처 등 8년간 정통 엘리트 법관들이 거치는 코스를 지나왔다. 서울대에서 석·박사,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학구파이기도 하다. 영어에 능통하고 뛰어난 실력을 지닌 그였기에 법원 관계자들이 아쉬움을 가질 만했다.
판사 시절 그는 언론에 두 차례 주목된 적이 있다. 하나는 서울 동부지원에 근무할 때인 2002년 양심적으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을 보석으로 석방했을 때다. 그는 “당시 양심적으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건과 관련해 위헌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피고인을 불구속으로 재판받게 했을 뿐이다. 당시 언론이 사회 소수자들의 인권 문제라는 맥락에서 주목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하나는 바이올린 연주와 관련해서다. 여섯 살 때부터 배운 바이올린 연주 실력이 전문가를 뺨친다. 2005년 4월25일 ‘법의 날’을 기념해 열린 콘서트에서 그는 법원 대표 주자로 나가 바이올린을 멋지게 연주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전문 연주단체인 수원 체임버 오케스트라에 참가했고, 서울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주최하는 명사 초청 음악회에서 연주한 적도 있다.
서울대에서 그는 민법을 강의한다. 양창수·윤진수 교수 등 현재 민법 분야 서울대 교수진은 국내 최고로 평가되고 있다. 그의 꿈은 이 분야에서 훌륭한 학자이자 교육자가 되는 것이다. 조만간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인 ‘저작권 침해 판단론’을 책으로 내는 등 권교수는 연구·저술 활동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학제 간 통합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그는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에 비해 뒤떨어졌다고 평가되는 법학 분야에 ‘융합’이라는 변화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학계와 실무를 잇는, 법학과 경제학, 법학과 문학이 만나는 것과 같은 학문 간 통합에 부응하는 일을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권교수는 “자랑하고 싶은 일이 있느냐”라고 묻자 “2남2녀를 뒀다. 나는 애국자다”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