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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책임자 설문조사/가장 주목할 책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올해 최고 필자는 공지영

 
편집자에게 서점가는 삶터다. 자기가 만든 책에 대한 독자 반응이 어떤지, 각각 책들이 모여 어떤 출판 트렌드를 형성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편집자들은 누구보다 출판계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 해 출판계 동향을 정리하면서 편집 책임자들(편집팀장, 편집장, 주간)에게 올 한 해 주목할 만한 책, 필자, 번역자, 출판사 등등에 대해 물었다. 편집 책임자 24명이 설문조사에 응했다. 각 질문에 다섯 개까지 복수 응답하도록 했다. 공정성을 위해 자사에서 출간된 책은 대답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먼저 올해 가장 주목했던 책에 대해 물었다. 국내 필자가 쓴 책과 번역서로 나누어 대답하게 했다. 국내서로는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국어 실력이 밥 먹여준다><배려><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아내가 결혼했다>를 꼽은 이가 많았고, 번역서로는 <부의 미래><조르주 뒤비의 지도로 보는 세계사><인생수업><경제학 콘서트><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많이 꼽았다. 책들의 면모를 보면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책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이 각 분야에서 꼽은 <시사저널> ‘올해의 책’ 리스트에 비해 상당히 ‘시장친화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사 결과에서는 올 한 해 출판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 공지영이 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나 앨빈 토플러가 쓴 <부의 미래>는 저자들의 ‘시장 파워’에 주목한 경우에 속한다. <국어 실력이 밥 먹여준다>와 <지도로 보는 세계사> 같은 경우는 편집자로서의 특성이 드러난 설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낱말들의 뉘앙스 차이를 설명해주는 <국어 실력이 밥 먹여준다>는 편집자들 사이에 책 제목을 줄여 ‘국밥’으로 통한다. 논술 열풍으로 인해 글쓰기 관련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는데, 언어를 다루는 편집 책임자들이 이 책에 주목한 것은 ‘논술’에 대한 관심보다는 ‘직업적 관심’이 발동해서라고 할 수 있다. <조르주 뒤비의 지도로 보는 세계사>는 이 책을 담당한 편집자의 직업적 고투에 대한 응답에 가깝다. 이 책에 들어가는 외국 지명은 3만5천여개. 이를 외래어 표기법에 맞도록 교정하는 것은 담당 편집자 말처럼 ‘지명과 벌인 사투’이다.

<…지도로 보는 세계사> ‘공력’에 후한 점수

응답자 본인이 속한 출판사가 주로 어떤 책을 내는가에 따라 결과는 두드러지게 나뉘었다. 인문·교양·사회과학 출판사에서 일하는 편집자들의 응답은 다양했고, 실용성이 강한 경제·경영·자기계발서를 내는 출판사 편집 책임자들의 응답은 대체로 수렴했다. <배려><인생수업> 등은 이른바 경제·경영 출판사 편집자들로부터 지원 사격을 받은 책들이다. 자기계발형 우화, 행복한 삶 등 올 한 해 출판 트렌드를 선도했다는 측면에서 점수를 많이 준 것으로 보인다.

 
순위에서 간발의 차로 밀렸지만 오쿠다 히데오가 쓴 <남쪽으로 튀어>(4명 선택)가 주목받은 것도 이채롭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은 이 책뿐만 아니라 <공중그네> <걸> <라라피포> <인 더 풀> 등이 출간되었는데, 최근 3~4년 전부터 일기 시작한 일본 대중소설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의 필자로는 단연 소설가 공지영씨를 꼽는 이(12명)가 많았다. 그 다음 박경철, 박현욱, 이민규 순이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2><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등 에세이 분야와 경제·경영서 두 분야에서 베스트셀러를 낸 ‘시골의사’ 박경철씨가 쟁쟁한 글쟁이보다 앞서 꼽힌 것은 출판계가 ‘필력이 있는 전문직 필자’에 얼마나 목말라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올해의 번역가로는 공경희, 김석희, 강주헌, 정영목, 김난주, 류시화 등이 주로 거론되었다. 이들은 영어, 불어, 일어권 서적과 한국 독자들이 만나게 하는 ‘A급 번역자’들이다.

설문에 응한 출판사 : 거름 국일출판사 그린비 김영사 대니홍에이전시 더난출판 리더스북 명진출판 부키 북스피어 산처럼 살림출판사 삼우반 생각의나무 에코의서재 영림카디널 웅진지식하우스 창비 책세상 페이퍼로드 한길사 해냄 현실문화연구 휴머니스트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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