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신조어]
인도 사람과 영어로 대화해본 적이 있는가? 독특한 억양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말하는 인도인을 보면 잉글리시(English)가 아니라 힝글리시(Hinglish:힌디어+영어)라는 말이 실감난다. 지역마다 영어 사투리를 부르는 말이 따로 있다. 싱가포르 사람들이 쓰는 영어는 싱글리시(Singlish)라고 하며 일본 영어는 재플리시, 필리핀 영어는 잉글로그라고 부른다. 한국인들이 쓰는 서툰 영어는 잘 알다시피 콩글리시(Konglish)다.
이런 세계 각국의 다양한 영어를 하나로 통합한 영어가 ‘글로비시(Globish)’다. 지구를 뜻하는 글로브(Globe)와 Enlgish의합성어다. 전세계 사람들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초보 영어를 뜻한다.
글로비시라는 말을 처음 쓴 사람은 프랑스인 장 폴 네리에르 씨다. IBM 부사장까지 역임했던 그는 저서 <글로비시로 말하자>(사진)에서 비 미국인들이 억지로 어려운 영어 단어를 외우려 할 게 아니라 1천5백 개 내외의 기초 영어로 대화할 것을 주장했다. 예를 들자면 조카(Nephew)라는 단어를 몰라도 ‘형제나 자매의 아들’이라는 식으로 풀어서 말하면 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불편하지만 익숙해지면 의사 소통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네리에르 씨의 주장이다.
이런 간편 영어를 쓰면 낱말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뉘앙스는 표현하기 힘들다. 하지만 글로비시는 용기는 있으되 어휘가 약한 사람들 사이에 이미 알려진 대화법이다. 다만 그전에는 ‘초딩식 영어 회화’라고 부끄러워했던 것을 ‘글로비시’ 회화라는 우아한 신조어 덕분에 떳떳이 쓸 수 있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