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가도에 열린 ‘내각제’샛길

 여야 각 정당의 불안정한 정치 구도가 총선 결과로도 극복되지 않으면 내각제 논의가 다시 되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내각제를 공개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쪽은 자민련,이한동 총재는 연일 야권을 향해 내각제로 연대하자고 손짓하고 있다.  김종필 명예총재 역시 노태우 전 대통령과 골프회동에 나서는 등 영남권을 향해 내각제 불씨 지피기에 안간힘이다.
이런 움직임에 댛 서로 총선에서 필승할 것이라고 장담하는 여야 정당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이다. 아직까지 국민 다수가 현행 대통령 직선제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구태여 내각제를 끄집어내 긁어 부스럼을 낼 필요가 없다.

 그러나 내각제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정가의 대체적 관측이다.  민주당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만약 한나라당에 패할 경우 정권 핵심부가 내각제 연대를 외면할 수 없을 것ㅇ라는 분석이 많다. 정권 재창출보다 먼저 신경써야 할 대목이 3년이나 남은 김대통령 임기내 정국 안정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내각제를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으로서는 한나라당에 패할 경우정계 개편을 통해 안정 의석을 추구해야 할 상황에 처한다.  그 1차적 대상은 자민련과 공조를 복원하는 일이다.  아울러 민국당 세력과도 손잡을 여지가 크다. 민국당측도 벌써부터 선거후정계개편을 공언하고 있다. 민국당은 직선제를 전제로 ‘반DJ . 반D이회창’을 선거 구호로 내세우고 있지만, 선거후여권이 내각제를 내세우면 반DJ노선을 고수할 이유가 사라진다. 게다가 민국당 내에서도 김윤환의원과 김상현 의원은 내각제를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사람들이다.  이회창 체제의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겨우 반이회창 전선에 서있는 모든 정치 세력(민주당 . 자민련. 민국당)이연대할 공통 분모가 자연스레 내각제로 모아지는 셈이다.  물론 내각제를 전제로 한 정계 개편의 축은 집권당이 쥐려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 가장 반대할 세력은 당연히 힘을 얻은 이회창 총제 체제의 한나라당이다. 직선제를 통한 여권 차기대권주자를 꿈꾸는 민주당 이인제 선대위원장도 반대하겠지만 선거에 패한다면 그는 큰 변수가 되기힘들다. 이회창 총재가 총선 승리를 통해 노리는 대권 대망론 앞에는 내각제 연대 정계 개편이라는 험난한 힘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이총재 체제의 한나라당이 내심 압승을 마다하는 이유가거기에 있다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