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8일 실시된 페루의 대통령선거에서 정직하고 소박한 스타일로 돌풍을 일으켰던 일본인 이민 2세 출신의 알베르토 후지모리
후보(51). 결선투표를 한달 남짓 앞두고 과연 그가 남미 최초의 동양계 대통령이 될 것인지 내외언론의 비상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후지모리
후보는 1차투표에서 손쉽게 당선될 것으로 예상됐던 마리오바르가스 요사 후보(득표율 33.8%)를 바짝 추격해 근소한 차이로 2위(30.7%)를
차지, 결선투표를 치르도록 이변을 몰고온 인물이다.
그의 급작스런 부상은 ‘일본인이 몰고온 해일’ ‘뇌관’ 등으로 표현된다. 특히 남미 최고의 인기작가이면서 귀족적인 매력을 풍기는
백인계 요사 후보에 비해 그는 돈과 부패가 난무하는 페루정치의 기존의 틀을 깨고 ‘평범한 보통사람’임을 앞세워 선전을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언론들은 선거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요사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처럼 대대적으로 보도했었다. 그러나 현 가르시아
대통령의 좌파노선에 반기를 들고 ‘右로부터의 국가재건’이란 기치아래 급진적 개혁을 내세운 요사는 개인전용 제트기와 고급 세단차를 타고 유세를
다니며 무려 6백50만달러의 선거자금을 물쓰듯 뿌려대 ‘가진 자’의 위력을 과시했다. 이같은 호화판 선거유세가 대부분 극빈상태인 1천만
유권자들의 반발을 샀던 것은 물론이다.
이에 비해 농경기술자 출신의 후지모리는 자신의 트랙터와 픽업트럭을 팔아모은 돈을 선거자금으로 썼으며 가족과 친지들을 트럭에
태우고 수도 리마의 구석구석을 훑고 다녔다. 그는 5천달러를 요구한 정치홍보 전문가 고용도 망설이다 결국 포기한 ‘가난한 후보’였던 것이다.
후지모리는 불과 선거 1개월 전 신생정당 ‘변화90’의 추천으로 선거전에 뛰어들었을 당시 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3%선을
밑도는 무명의 정치인에 불과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선거막판에 후지모리를 적극 밀어준 유권자들은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그를 지지하게 된 이유로
농업분야에 대한 정열, 的样子 어디와도 제휴하지 않은 정치적 독립성, 또 일본계 출신 등을 꼽았다.
1934년 페루로 이민온 부모밑에서 어렵게 성장기를 보낸 후지모리는 근면이 몸에 밴 농경기술자이면서 뒤늦게 美 위스콘신대학에
유학한 학구파로 리마의 라 몰리나 국립농업대학 학장을 지냈다. 정치와의 인연은 85년 당시 가르시아 대통령후보가 농업문제 자문을 요청하면서
비롯됐는데 선거 후 국영텔레비전 방송의 토크 쇼 진행자로 발탁됐던 것도 이번 선거전에 적지않은 영향을 주었다.
일천한 페루 민주주의 역사상 최대의 이변으로 기록되고 있는 이른바 ‘후지모리 현상’은 페루뿐만 아니라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많은
북·남미대륙에 특별한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