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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利器를 탄 야만인들

 출근시에 도심지에 자가용차로 들어갈 때마다 심기가 몹시 불편하고 불안해집니다. 도심지에서 약속을 한 날이면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초조해지면서 때로는 야만적 경주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마저 느끼게 됩니다. 버스로 간다해도 어려움은 마찬가지며, 러시아워 때 전철은 가이 ‘殺人鐵’출근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을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도시거리뿐만 아니라 도시주변의 거리에도 온갖 차량으로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벌써 流量亡國論을 들먹이기조차 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달안으로 서울에는 차량수가 1백만대에 이를 것이라 합니다. 게다가 앞으로 한 가정이 국민소형차 한 대씩이라도 갖게 된다면 ‘전국민의 늑대화’ ‘인심의 흉악화’ ‘전사회의 지옥화’현상이 우리앞에 다가올 것임은 불보듯 뻔한 일입니다.  원래 자동차는 시간을 보다 절약하고, 일을 보다 능률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인간이 발명한 도구가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는 지금 프랑켄슈타인의 역습을 받고 있는 듯합니다. 삶이 편리해지기는 커녕 날로 불편해지고, 삶이 여유있고 안락해지기는 커녕 더욱 살벌하고 각박해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교통난은 단순한 교통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사회 · 도덕적 문제로 변모되고 있으며 교통지옥이 인간지옥과 사회지옥으로 치닫고 있는 듯합니다.

교통문제는 가장 심각한 사회 · 정치 · 경제문제
 아침에 차를 몰고나가기 전 그토록 점잖고 교양있는 분들도 차량의 홍수 속에 끼어들어 달리게 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제력을 잃기 쉽습니다. 영악한 경주자로, 약삭빠른 얌체로, 무자비한 경쟁자로, 때로는 점잖지 못한 욕쟁이로 변질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 놀랄 때도 없지 않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교통난에 시달리게 되면 정치철학자 홉스가 말한 대로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가 되고마는 것 같습니다. 자동차라는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면서 정글의 늑대로 변질된다는 기막힌 역설을 우리는 매일 체험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러니 우리는 산업화되고 도시화된 환경 속에서 살면서도 따지고 보면 거친 정글의 자연 속에서 늑대처럼, 야만인처럼 살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특히 교통난과 교통사고율에 있어 단연 세계 제일의 수준에 단숨에 이른 우리의 슬픈 현실을 볼 때 우리는 매일 야만인들의 거친 경주에 뛰어들고 있는 부끄럽고 불쌍한 국민같이 여겨집니다. 참으로 씁쓸합니다.

 정말 교통문제는 범죄문제와 더불어 이땅에서 가장 심각한 사회 · 정치 · 경제문제로 부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이때껏 이 문제를 산업화의 부수현상쯤으로, 그리고 자동차문화의 결핍 정도의 문제로 가볍게 보아온 듯합니다. 과연 이 문제를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나갈 것인지 염려스럽습니다. 그래서 저는 몇가지 원칙적인 입장에서 긴급동의를 제의하고 싶습니다.  첫째, 한 가정에서 한 대 이상의 자가용을 갖는 경우 중과세를 물고, 세번째 차를 갖는 경우 엄청난 중과세를 매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것은 차 한 대도 가질 수 없는 많은 국민들의 상대적 빈곤의식을 감안할 때 더욱 과감하게 이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홀짝수 운행을 엄격히 시행하되 한 집에 한 대 이상의 차를 갖고 있는 경우 모두 균일하게 홀수나 짝수를 갖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홀짝 수 다 가지고 교대로 매일 운행하지 못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이같은 규제는 나라의 발전과 안전에 직결된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도록 하되, 그 범위는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더불어 타기’ 자동차문화 조성돼야
 셋째, 출근시 자가용이용자의 70%가 단독운행자들인데, 도심에 들어가는 차량의 경우 단독운행자에게는 불이익을 주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4대문안으로 들어가는 차량에는 도심통행료를 부과하되 출근시 단독운행자에게는 통행료의 3배를 부과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되겠습니다. 두사람이 타면 정상통행료를 받고 4인 또는 5인이 타는 경우 출근시에는 통행료를 받지 않게 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이렇게 하여 ‘더불어 타기’의 자동차문화가 조성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넷째, 도시 외각지대에 있는 전철역이나 버스종착점 부근에 대형주차장을 신설하여 교외나 도시변두리에 사는 직장인들이 주차장까지 자가용으로 왔다가 차를 그곳에 두고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하게 하는 관행을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섯째, 자동차 생산기업은 기술의 고도화와 안전도의 향상을 기해 주로 수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車道의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일방적으로 내수용차를 양산해내는 것은 마치 찢어지게 가난한 부부가 무책임하게 자식을 연년생으로 생산해내는 것과 같은 짓입니다. 그러기에 기업과 국가는 협력하여 도로확장 사업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정부는 이러한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과잉징수된 세금이나 석유비축자금을 국회의 동의를 얻어 집중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백년에 걸쳐 산업화와 도시화를 이룩한 구미사회의 교통난보다 우리가 훨씬 더 심각한 교통지옥의 증세를 앓고 있다는 이 엄연한 선진성적 후진성을 하루빨리 극복해야 합니다. 세계 제1의 산업재해, 제1의 교통사고율, 제1의 교통지옥 및 사회지옥증세, 이것들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 것입니다. 문명 속에서 사는 야만인들이라는 야유를 받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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