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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와 소신 다하는 검사 될 터

 “법대생의 실질적 졸업장은 고시합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얼핏 들으면, 법대를 졸업했더라도 고시에 붙지 못한 사람은 졸업장 없이 수료만 한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당돌한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임씨가 법대를 택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예비검사로서 사회진출을 앞둔 지금까지 스스로 세운 일관된 목표와 자신감을 솔직하게 드러낸 것일 뿐이다.  사법연수원 2년차인 임수빈씨는 세상 물정을 알 만한 나이때부터 검사가 되길 원했고, 그래서 “고시를 하려고 법대에 진학”했다. 학부때부터 응시해 쓴맛도 보았지만 군대문제도 해결하고, 계속 공부도 할 요량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를 마친 뒤에 끝내 ‘제자리’에 선 자신만만한 젊은이이다.  임씨는 지난 87년 제29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이듬해 3월 연수원에 입학했다. 1년간의 강의식 수업을 거쳐 2년째엔 법원 · 검찰 · 변호사사무실 등을 돌며 실무실습교육을 받는데, 이 ‘시보’ 과정을 통해 판사 · 검사와 변호가 셋 중 자기 능력과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하게 된다.  임씨는 검사쪽을 생각하고 있다. 물론 시보과정을 마쳤다고 해서 모두 자기 희망대로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해마다 연수원 졸업자는 3백명인데 경쟁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판 · 검사자리는 1백명이 채 못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87년 6월항쟁 이후 사회 각 분야에 진작된 민주화 운동의 영향으로 연수원생들 스스로 “법조인은 판 · 검사로 출발한다”는 관행을 깨고 처음부터 대표적인 자유업인 변호사를 택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어날 만큼 적성 위주의 임용쪽으로 바뀌는 추세여서 ‘검사행’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으로 임씨는 보고 있다.  임씨가 검사쪽을 지망한 것은 어릴 때부터의 ‘소신’이기도 하지만 그 직업이 판사나 변호사보다 활동적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먼저 피해자와 얼굴을 맞대고 사건을 해결하여 그 피해를 회복시킬 수 있는, 임씨의 표현에 따르면 “작은 의미의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6공화국 들어서도 줄지 않는 이른바 시국 및 공안사건 처리로 더께가 앉은 부정적인 검찰상에도 불구하고 임씨의 검찰에 대한 신뢰감은 각별하다.  그동안 검찰이 맡아온 시국 · 공안사건 때문에 국민들에게 보수 · 강경 집단으로 비쳐왔으나 실제로는 그런 사건은 검찰 직무에서 작은 일부일 뿐이라는 진단이다. 또 “검찰조직에 몸담고 있는 신분이 아니어서 잘 모르겠다”는 토를 달기는 했지만, “검찰의 주된 임무는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민생치안에 있는 만큼 결국 그런(공안) 사건이 적을수록 검찰조직도 산다”는 소신을 덧붙이기도 한다.  그는 서울지검 형사부에서 검사시보를 거쳤는데,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곁에서 지켜본 바로는 “젊은 검사들치고 용기와 소신이 없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임씨는 시보 시절에 한 지도검사가 자신에게 한말을 지금도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다. “피의자들이 검찰에서 수사받을 의무는 있지만 큰소리 들을 의무는 없듯이 검사도 수사권은 있지만 피의자에게 큰소리칠 권리까지 가진 것은 아니다”는 말이 그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우리사회가 다양해지는 것처럼 연수원생들의 가치관이나 진로도 다양해지고 그 다양한 진로 중의 하나일 따름인 검찰조직도 그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고 보면 90년대 검찰의 장래는 밝을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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