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규 / 일한 만큼 보상받는 풍토 만들기 위해 경제대개혁 필요하다. 이한구 / 정보와 정책수립과정을 공개해야 정경유착 막는다
강철규: 한국 경제가 당면한 과제를 크게 대내적인 문제와 대외적인 문제로 나누어 생각해보겠습니다. 대내적인 문제로 첫번째 지적해야 할 점은 각 부문간의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것입니다. 특히 불로소득이 근로소득을 초과하는 현상이 가장 심각합니다. 두번째로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명목상의 대출금리와 시중금리의 이중구조를 들 수 있습니다. 높은 시중금리는 결국 기업의 금융부담을 가중시켜 기업이 돈놀이나 부동산투기에 더 큰 관심을 갖도록 할 우려가 있습니다. 세번째로는 경제력집중 현상을 들 수 있습니다. 경제력집중 현상은 시장집중과 소유집중으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이러한 집중현상은 국내의 자원을 재벌쪽으로 흡수시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 대외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국제경쟁력이 최근 크게 약화됐다는 것입니다. 또 우루과이라운드에서도 논의가 많이 됐지만 서비스·농수산물시장의 개방압력도 큰 문제입니다. 이런 대내 대외적인 문제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역시 자산보유자와 비보유자간의 불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한구: 6공 초기 같으면 불균형문제를 강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현단계에 와서도 그래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합니다. 우선 불균형문제는 소득과 부의 불균형으로 갈라볼 수 있습니다. 부의 불균형은 5공 말과 비교해볼 때 별 차이가 없다고 보지만 소득불균형문제는 최근 상당히 개선됐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경쟁력과 물가부문이 더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균형문제를 시정하기 위해서 그동안 다양한 조처가 시도됐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처는 기업의 의욕을 꺾기 쉬운 내용이었습니다. 지금 바깥의 사정은 기업의 의욕을 살리지 않으면 어렵게 돼 있습니다 물가문제는 한마디로 국민의 소비지향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도시나 시골 가릴 것 없이 여가를 즐기는 사람으로 꽉꽉 찹니다. 산업경쟁력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내부적으로 설비투자가 잘 되고 있고 기술개발도 순조로운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불균형문제로 씨름하는 동안 경쟁국들이 우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강화시켜나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불균형문제에 관해서 ‘옛날에 쌓였던 것을 모두 풀어보자’는 식으로 접근하다보니 사회적 혼란만 초래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국제적인 경제블록 조성 움직임에서 우리나라는 배제되기 쉽게 돼 있습니다. 유럽공동체의 통합이나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자유무역협정도 그렇습니다만 우리나라는 밀려나기 딱 좋게 돼 있습니다.
강철규: 이소장께서는 근로자가 증가한 소득을 흥청망청 써서 문제라는 견해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숭실대의 조우현 교수와 경북대의 이정우 교수가 전국 6대도시 3천7백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생계비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지난 2년동안 대상자의 67.5%가 무주택자로 밝혀졌습니다. 2년 동안 전세값은 평균4백30만원이 오른 반면 월급은 2백14만원이 올랐습니다. 월급은 많이 올라갔지만 실제로 전세값 상승에 비하면 절반밖에 안돼 쉽게 빚을 지게 됩니다. 땅값이 올라가니까 집값과 전월세값이 따라 올라갑니다. 저는 이것이야말로 ‘만병의 근원’이라고 생각합니다. 90년대에는 중소기업이 크게 성장해야 우리의 산업경쟁력이 향상되리라고 봅니다. 80년대까지 우리가 성공했던 산업은 대부분 부가가치가 크지 않은 단순가공·조립산업이었습니다. 이제는 기계를 만드는 산업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조립산업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도 여전히 수입하고 있습니다. 기계 부품 소재산업은 원래 중소기업에 맞는 것입니다. 중소기업 발전이 시급한데도 불구하고 대기업으로 자원이 집중되어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성장할 수 없었습니다. 서민생활 차원에서 보면 물가문제만큼 중요한 것도 없습니다. 물가는 거시적인 경제문제이므로, 통화당국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통화당국이 안정적인 통화공급을 하고 국민에게 신뢰를 심어주면 물가도 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또 하나의 요인은 부동산투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 가지가 물가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므로 정부가 신뢰성 있는 통화정책을 실시하면서 예산을 방만하게 운용하지 않고 부동산투기만 막으면 물가도 잡힐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하나 형평문제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정·경·관의 유착이 너무 심하다는 겁니다. 수서비리 사건을 통해 많이 폭로가 되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겁니다. 법정에서 이를 해결하는 절차도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 유착은 불로소득과 경제적 지배를 목표로 하는 계층이 정치권력과 반대급부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이것이 심각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막으려면 금융실명제가 실시돼야 하는데 작년 봄에 유보가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정경유착을 막을 제도적 방법이 매우 미약해졌습니다. 이문제도 우리 경제의 근저에 있는 뿌리깊은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한구: 주택값은 왜 그렇게 올랐고 부동산투기는 왜 일어났는가, 부동산투기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돈이 많이 풀리게 돼 있고 물건값이 많이 오르게 돼 있어서 부동산투기가 일어났다는 겁니다. 소득이 조금 늘어났다고 흥청망청 쓰고 자산을 가지고 싶어하니까 이런 일이 벌어진 겁니다. 정부가 집없는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집을 공급해주는 정책을 썼으면 이런 일은 안 벌어졌을 겁니다. 이런 점에서는 정부가 실수를 했다고 봅니다. 큰 집이든 작은 집이든 그냥 짓기만 하면 집없는 사람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근로자의 소득에 맞는 집이 공급될 때 근로자에게 집이 돌아갑니다.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대기업을 눌러야 된다는 지적인데요. 이것도 이제는 생각을 달리해야 할 때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시장만 고립되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외국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개방경제라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내부에서 한쪽을 누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중소기업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에 외국기업이 뛰어드는 것이나 그런 제품의 수입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물론 중소기업이 빨리 전문화되고 기술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필요합니다만 그것이 대기업을 누르는 방향이어서는 곤란합니다. 어차피 얼마 안 있으면 시장개방이 되므로 경쟁은 불가피합니다. 대기업의 집중을 막는 데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대기업간의 경쟁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강철규: 저도 대기업을 눌러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중금리와 일반 공금리의 차이가 큰 상황에서 공금융을 대기업에 많이 주는 것은 엄청난 특혜를 베푸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여신규제를 풀게 되면 여러 가지 면에서 유리한 대기업에게 공금융이 몰릴 것은 당연합니다. 경쟁이 공정하게 이뤄지고 신용평가가 합리적으로 이뤄지며 금리의 이중구조가 사라지면 자유롭게 경쟁해도 되겠습니다만, 지금으로서는 이른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이한구: 대기업의 자금조달 금리는 결코 싸지 않습니다. 실제로 자금담당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자금조달을 위해 로비자금도 써야 하고 뇌물도 줘야 하고…. 이래서 금리를 자율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의 경우 규제는 규제대로, 의심은 의심대로 받고, 돈이 적게 드는 것도 아닙니다.
강철규: 경제난국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지요. 결국은 열심히 일한 사람이 일한 만큼 보상받아야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대개혁이 필요합니다. 부분적인 미봉책으로는 문제해결을 할 수 없는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경제개혁은 첫째 부동산투기가 근절되어야 합니다. 정부도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우선은 과표의 공시지가화가 빨리 이뤄지고 업무용 비업무용의 구분없이 자본이득에 대해서는 과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는 자산보유자와 비보유자간의 형평을 이루기 위해 조세개혁을 해야합니다. 조세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금융실명제가 꼭 이루어져야 합니다. 금융실명제는 자본자유화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세번째로 금융의 자율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금리의 이중구조가 시정돼야 한다는 얘깁니다. 금리자율화가 이뤄지면 시중금리가 단기간에 급격히 올라가는 것이 아니냐고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합니다. 처음에는 분명히 많이 올라갈 겁니다. 은행빚을 많이 지고 있는 기업들이 큰 곤란을 겪겠지요. 하지만 1, 2년이 지나게 되면 안정되리라고 봅니다. 그 다음으로 정부 당국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서 국민에게 신뢰를 얻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기업과 관련해서는 역시 재벌의 소유집중이 문제가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미공개 기업을 공개하고 재벌총수와 그 친인척이 가진 지분을 좀 더 분산시켜서 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한구: 현단계에서는 성장률이나 좀 높이고 넘어가자는 자세보다는 앞으로 몇년 뒤에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경쟁력상실문제, 인플레로 인한 사회적 갈등문제, 분배악화문제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단기적으로는 인플레 기대심리를 꺾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우선 인플레
기대심리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단순한 교육만 가지고는 안되고 어쩔 수 없이 사회와 정부가 강제해야 합니다. 강제를 해야 한다는 것은 긴축정책을
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정부나 지도층이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두번째는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경쟁을 유도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기를 쓰고 경쟁력을 높이려고 할 것이고 불필요한 인력 자금 시설을 정리하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강화가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단계적으로 경쟁을 촉진시키는 게 필수적입니다. 또 정보를 공개해야 됩니다. 정책에 관계되든 재벌에 관계되든
아니면 금융배분에 관계되든 정보를 공개해서 이것을 가지고 판단을 하게 해야 합니다. 정보와 정책수립과정을 공개해야만 정경유착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어 전사회적으로 경쟁력이 올라가리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