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35년 가까이 머무르는 동안 한때 미8군 사령관의 고문관이었던 제임스 하우스맨(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 거주)씨는 지난
4월30일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의 핵무기 보유 여부에 대해 “핵무기가 있다는 소문은 숱하게 들었다”면서도 “그러나 내 눈으로 직접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지난 70년대 후반 보안사령관을 역임한 바 있는 한 예비역 장성도 “군사기밀이라 뭐라고 얘기할 수 없으나 주한미군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며 “비공식 통로를 통해 미국측과 핵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주한미군의 핵무기 보유 여부는, 두 사람의 증언에서 알 수 있듯이 실체는 존재해도 확인은 안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주한미군의
핵무기 보유 여부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Neither Comfirm Nor Deny·NCND)"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58년 2월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오니스트 존 미사일을 배치하면서 시작된 주한미군의 핵무기 체제는
이 NCND정책이 존재하는 한 정확한 실상의 파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일정수의 전술핵이 한국내에 배치돼 있다는 정도가 비공식경로를 통해
알려져 있을 뿐이다.
“주한미군 전술핵 1천개 미만 보유” 그렇다면 주한미군은 핵무기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
최근 일본 방위청 소식통들은 “주한미군은 소형 전술핵을 중심으로 1천여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뉴욕타임스〉도 지난 87년
4월8일자에서 비슷한 수치를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핵전문가 아킨과 필드하우스는 지난 85년
발간한 《핵전장》이란 책에서 “군산 미공군지기에 F-16에 탑재할 수 있는 60개의 핵중력폭탄, 40개의 8인치 핵포탄, 30개의
155㎜곡사포용 핵포탄, 21개의 원자파괴탄(ADM)이 배치되어 있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핵지뢰(정식명칭은 원자파괴탄)은 한국
내에서 모두 철거됐다”는 게 호주의 핵전문가 피터 헤이즈(호주 노틸루스 태평양연구소 연구원)박사의 견해이다.
지난 87년 12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안보관계 세미나에서 주한미군의 핵무기 보유실태(지도참조)를 폭로한 헤이즈 박사는 최근
《시사저널》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랜스 미사일 부대가 현재 주한미군내에 운영되고 있는 게 확실하다”고 말하고 “그러나
핵탄두가 배치돼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88년말 현재 주한 미 제2보병사단에는 핵무기의 운영과 훈련을 전담하는 요원만도
6백44명에 달한다”면서 “이는 2사단 전체 병력의 약 5%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지난 86년 11월13일 “20대의 랜스 미사일 발사대가 한국에 배치될 것이다”라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한가지
주목해야 할 사실은 북한은 물론 소련 일부지역까지 랜스 미사일의 사정권 안에 있다는 점이다. 카네기재단의 셀리그 해리슨 선임 연구원이 작년 6월
미국의 카토연구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주한미군의 핵무기 배치는 대북한 억지력뿐만 아니라 시베리아에 배치된 소련의 SS-20 미사일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고 주장한 배경에서 랜스 미사일을 염두해 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미 주한미군의 핵무기가 철수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에 대해 한 예비역 장성은 “카터 정권 시절 일부 핵무기를 철수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대부분 그대로 남아있다고 본다”면서 “다만 당시 전진배치됐던 나이키 허큘리스 미사일 정도가 후방으로 재배치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핵무기 보유 여부와 함께 핵무기 철수의 진상 역시 미국의 NCND정책상 확인이 불가능하다. “적어도 NCND정책은 지금껏
한국에서 극히 효과적이었다”는 한 미국 외교관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미국은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동안 NCND정책을 고수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